자전거로 방방곡곡 누빈 한용우 포항세관장, 금강과 섬진강 여행기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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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우 포항세관장이 금강 천리물길(18개 시군), 섬진강 오백오십리물길(10개 시군)을 속속들이 답사하고 그 기록을 집대성한 <두 바퀴 두 발로 담아 낸 금강의 비경> <두 바퀴 두 발로 담아 낸 섬진강의 비경>을 최근 펴냈다.
3년에 걸친 대장정(86회 라이딩) 끝에 험한 고개를 자전거로 오르고 기암절벽을 두발로 올라 비경을 담아낸 대작이다(사진 3천여 장, 금강 719페이지, 섬진강 391페이지). 한정판으로 출간해 일반 판매는 하지 않으며, 추가로 전자책 출판을 검토 중이다.
저자 한용우 세관장의 출간 뒷이야기를 들어본다.
― 금강과 섬진강 비경 탐방내용을 책으로 내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2015년 로드자전거에 입문하여 속리·계룡·대둔·진악·운장·적상산 등 대전충청 주요고개 왕복 라이딩(2015), 국토종주라이딩 그랜드슬램(2016), 백두대간 고개(97개) 종주라이딩(2017) 등을 마치고 다음에는 무슨 테마로 취미생활을 이어갈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돌이켜 보면 그간 라이딩의 주요목표가 힘든 코스를 해냈다는 위업을 자랑하려고 인증센터나 고개표지석 사진을 수집하는데 방점을 둔 것을 알게 되어 부끄럽더군요. 반성하는 차원에서 아름다운 풍광을 보기 위한 테마 라이딩으로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었습니다. 물이 있는 곳은 풍광이 아름답다는 평소 생각이 있어서 집에서 가까운 대청호 구석구석을 돌아보다가 일이 커져서 금강 전역과 섬진강으로 범위가 확대되었습니다.
라이딩 후기로 풍광사진을 회사 동호회 밴드(Band)에 올리자 회원들이 책을 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성원에 힘입어 책을 집필하게 되었습니다.”
― 책을 집필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크게 세 가지 정도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라이딩 경로 기획이 무척 어렵습니다. 심장을 뛰게 만드는 멋진 사진을 얻으려면 고도가 높고 가리는 것 없는 기암절벽이 뷰포인트일 수밖에 없어 라이딩에 이어 산행도 해야 합니다. 보통 산악회의 경우 들머리와 날머리에 차량을 배치하여 여정 시작과 끝을 손쉽게 마무리하지만 솔로라이딩을 하는 필자는 해당 도시까지 오가는 버스편, 라이딩 경로, 산행후 자전거 회수경로 등 모든 것을 혼자 해낼 수 있도록 기획해야 합니다. 버스편도 코로나 팬데믹으로 대폭 줄었고, 그마저도 직통노선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먼저 거점도시에 가서 차를 갈아타고 시골마을 곳곳을 들른 후 목적지에 도착하는 경우가 허다해 여정을 기획하기가 까다롭습니다.
둘째, 기행문을 쓰려니 라이딩 기획능력 외에 사진 찍는 기술과 글을 쓰는 재주도 있어야 하는데 어느 하나 제대로 갖추어진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없는 재주를 용기백배하여 뻔뻔함으로 커버하고 있습니다. 기행문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사진에 찍힌 산봉우리를 다른 사람이 알 수 있도록 일일이 이름을 달아주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산(山)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데 그것이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작년 7월 책을 출간하는 것이 목표였다가 산 공부 스트레스를 극복하지 못해 4개월이 넘는 슬럼프를 겪고 이제야 출간했습니다.
셋째, 주변의 어려운 환경입니다. 봄부터 가을까지 지속되는 우기(雨期), 갓길 없고 파편이 뒹구는 도로, 알려지지 않은 산에서의 개척산행(가시덤불 등) 및 고소공포가 따르는 기암절벽, 가끔씩 찾아오는 펑크, 야간 라이딩, 주말에 집에 홀로 남겨진 아내의 애절함 등 슬기롭게 처신해야 할 것이 많습니다.
선배 자전거여행 작가가 존경스럽습니다. 특히 대륙횡단을 하며 기행문도 쓰시는 분들의 멘탈이 얼마나 강한지 알 것 같습니다.”
― 이번 탐방라이딩을 하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코로나 팬데믹 시기이기도 하면서 솔로라이딩을 하다 보니 다른 사람과 동행할 기회가 없어 사람에 얽힌 훈훈한 이야기는 없습니다. 라이딩 하는 과정에 찾아온 역경에서 얻은 몇 가지 교훈이 있어 소개하고자 합니다.
대전에서 옥천 이슬봉을 라이딩하는 날이었습니다. 들머리에 자전거를 거치하고 산 정상에서 며느리재로 넘어가면 숨 막히는 금강의 오대반도 협곡풍광을 볼 수 있는데 그 갈래 길에서 좌측은 벼랑이고 우측은 위험하지 않은 약간의 급경사면입니다. 우측으로 선답자의 노란 표지기가 붙어있어 한참 따라가니 길 없는 능선으로 계속 표지기가 이어지다가 종국에는 끊어졌습니다. 소위 선답자의 알바(산속을 헤맴) 현장을 따라간 것입니다. 시간을 만회하려고 무척 용을 써서 원위치 했지만 1시간 반을 허비했습니다. 어렵게 좌측 벼랑으로 가니 밧줄이 놓여있어 며느리재에 도착했고 목표하는 풍광을 보았습니다. 깊은 산속에서 선답자 발자국의 중요성을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업무에 있어서도 선답자가 잘못 남긴 발자국이 있을 것 같아 중요한 결정을 할 때는 선답자의 경험을 무조건 따라하지 않고 다시 한 번 검증해 보는 지혜가 생겼습니다.
지리산과 백운산 사이 여울목협곡 양안(兩岸) 길을 업다운하면서 섬진강 라이딩을 즐긴 후 섬진강 최고의 풍광, ‘왕의 강’을 보러 피아골입구에 자전거를 거치하고 왕시루봉에 오르던 날입니다. ‘왕의 강’이란 지리산 왕시루봉에서 내려다보는 숨 막히는 섬진강 풍광을 말합니다. 인적이 거의 없는 산이라 표지기도 안 붙어 있고 길도 희미합니다. 풍광 조망을 하고 산 정상(1200고지)에서 어둠을 맞아 하산하다가 그만 길을 잃었습니다. 아무리 정신집중을 해도 길을 알 수 없고 점점 더 깊은 골짜기가 나왔습니다. 이때 무엇을 할까 생각하다가 지친 몸을 추스리는 것이 최우선으로 여겨져 그냥 그 자리에 누워 한잠을 잤습니다. 원기가 회복되고 나니 모기떼 소리가 들려와서 몸을 일으켜 앉아 한 시간 동안 멀리 산 아래를 물끄러미 보고 있노라니 미세하지만 자동차 불빛이 보여서 하산방향을 그쪽으로 잡아 탈출에 성공했습니다. 이 대목에서 일이 안 풀리거나 헤맬 때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쉬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 금강과 섬진강에서 최고의 비경을 각각 1개씩만 꼽는다면 어디인가요?
“금강 61개 코스와 섬진강 24개 코스를 합쳐 총 85개 코스에서 바라 본 풍광이 모두 주옥같아 그중 1개를 고른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예술적인 부분을 고려한다면 개인적으로 금강은 옥천 인포리산성에서 내려다보는 장계협곡을 꼽고 싶고, 섬진강은 임실 국사봉에서 내려다보는 붕어섬을 꼽고 싶습니다.
장계협곡 풍광은 마치 한 마리의 공룡이 대청호에 살포시 잠겨 장계대교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 있는 모습인데, 엉덩이에서 어깨라인을 거쳐 기다란 목을 타고내리는 막지봉 능선의 지형이 공룡을 꼭 빼닮았습니다. 이 공룡이 바라보는 장계대교를 지나 반대편 능선에 아기공룡 형상이 있어 그 퍼즐의 비밀이 풀립니다.
섬진강은 옥정호에 떠있는 붕어섬이 단연 압권입니다. 금붕어를 꼭 빼닮은 붕어섬과 옥정호를 둥글게 에워싸는 국사봉, 오봉산, 나래산 등의 주름진 근육질 능선이 어우러져 신비로운 느낌까지 줍니다.
그리고 무주 앞섬 물돌이와 순창 황금여울 물돌이는 예천 회룡포와 비견될 정도로 대단합니다. 이번 탐방라이딩을 하면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은 외국 못지않게 웅장하고 아름다운 풍광이 많은 것을 알고 우리나라에 대한 자부심이 생긴 것입니다.”
― 자전거 라이딩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내 삶의 친구’입니다. 웅대하고 아름다운, 그리운 풍광을 생각하면 다음에는 어떠한 경관이 나를 기다려 줄까하는 생각에 항상 기대에 찬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라이딩을 통해 수많은 풍광만 내 친구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 풍광을 접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험한 고개 업힐에서 오는 고통, 기암절벽에 오를 때 오는 고소공포 등 주변의 역경도 이제는 내 친구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 책을 내기까지 인내심을 발휘해 준 아내에게는 미안함을, 그리고 자전거길을 관리하는 지자체 등 관계자 여러분에게는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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