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대 자전거 전시회 – 2022 유로바이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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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바이크가 열린 독일 프랑크푸르트는 수많은 자전거와 자전거를 안전하고 편하게 탈 수 있는 인프라가 돋보였다. 많은 곳에서 사이클링에 점점 더 많은 공간을 줬고, 자동차도로가 축소되거나 노선이 변경되고 자전거 차선이 확장되고 있었다. 한마디로 바람직한 도시 개발의 미래상을 착착 보여주었다.
팬데믹 이후 3년 만에 독일 출장이라 주말을 끼고 미리 출발해서 다른 일행보다 먼저 도착해서 여유롭게 프랑크푸르트의 자전거 인프라를 살펴보았다.
백야에 가깝게 10시에 해가 지고 낮에는 37도 밤에는 10도라는 극심한 온도 차이에 적응하느라 힘들었지만, 독일의 아침은 여유로웠고 자전거와 함께 프랑크푸르트의 여정을 시작했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중앙역까지는 지하철 4 정거장으로 가장 빠른 교통수단이었다. 올해 7월 독일에서는 에너지 대란이 시작되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천연가스 수입이 제한되면서 독일은 강력한 에너지 절약에 돌입했다. 그 일환으로 지하철, 단거리 철도, 버스를 통합해서 1달 동안 이용할 수 있는 9유로(약 1만2000원) 티켓이 나왔다. 지하철 기본요금이 5유로(약 6700원) 수준인데 왕복 운임보다 저렴한 9유로 자유 티켓이 나온 것은 대중교통을 거의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2022년 7~9월 한시 적용). 이 티켓을 첫날부터 구입해 본전을 뽑아서 좋기는 했지만 두 가지를 깨달았다.
나라에서 뭔가 정책을 꺼내서 유도하려면 이처럼 파격적이어야 한다. 지하철 한 번만 왕복하는 요금보다 저렴하게 지하철을 한 달 사용하게 한다는 것은 거의 무료 수준으로 운영한다는 것이다. 어차피 지하철과 버스 같은 기간 대중교통은 나라에서 운영하는 것이라 자동차 운행을 줄일 수 있다면 국가적인 차원에서는 이익이고, 에너지 절약 효과도 충분히 볼 수 있다.
두 번째 놀라운 것은 엄청난 지하철 요금이다. 4개 정류장 15분 거리 요금이 우리 돈으로 거의 7천 원으로, 지하철 2번 안타고 자전거를 타면 한 끼 식사가 가능하고 맥주를 몇 리터 마실 수 있는 비용이다. 다시 말하면, 자전거를 타면 엄청난 이득이라 자전거를 더 많이 타는 것 같다.
또한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자전거와 연계시킬 수 있는 시스템도 눈에 띄었다.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에서 가까운 대형 주차장의 1층에는 자전거 전용 주차장이 따로 있었다.
지하철은 평일에도 자전거를 당당히 휴대할 수 있고, 일반 기차도 자전거를 거치할 수 있는 시설이 잘 되어 있어 자전거와 독일인은 뗄 수 없는 사이가 되어 있다.
유럽은 대부분 자전거 정책이 잘 되어 있고 그중에도 독일의 인프라가 좋은 편이다. 기름값이 오르고 대중교통비까지 비싸 독일인이 자전거를 많이 타는 것은 자연스러운 선택이고, 더 나은 대안은 없다.
자전거는 버스, 기차는 물론 페리에서도 다른 화물과 다른 대우를 받고 있었다. 도로에는 차도와 분리하는 경계를 둬서 안전한 자전거도로가 마련되어 있었다. 자전거도로는 인도와도 분리되어 있어 자전거도로를 걸어 다니면 벌금을 내야 하고, 사고 시에도 불이익을 받게 된다. 자전거 이용자들에게 그만큼 많은 혜택이 주어지고 있다.
하지만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이 다가 아니었다. 국가의 정책이나 인프라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따로 있었다. 바로 운전자들이 자전거를 배려하는 운전 습관이었다. 자전거 도로는 당연히 자동차가 침범하지 않아야 하고 자전거도로가 없는 구간에서도 자동차 운전자들은 자전거를 위해 적극적인 배려와 보호를 해준다.
이유가 뭘까? 잘 생각해 보면 그냥 답이 나온다.
우리나라 도로에서는 유난히 자전거에 대한 배려가 아쉽다. 자전거를 내 길을 막는 방해꾼으로 알고 경음기로 위협하거나 위협 운전을 일삼는 운전자들이 아직도 많다. 인도로 달려야 할 자전거가 왜 차도로 나와서 내 길을 방해하느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그들이 무지한 이유는, 운전면허 시험을 준비할 때 자전거 지위를 명시한 내용에서 졸았거나 분명한 것은 자전거를 절대로 타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자전거를 타도 강변길이나 헬스클럽에서 타는 것이 자전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본인 가족이 자전거를 타고 도로에 나왔다고 생각하면 과연 위협 운전을 할 수 있을까?
유럽 거의 모든 나라가 자전거에 대한 정책과 운전자의 배려가 돋보이는 이유가 바로 운전자 자신이 지금은 운전자이지만 라이더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본인이 자전거를 타기에 자전거 라이더는 보호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럽의 친환경 정책 중에 자전거처럼 좋은 친환경 실천이 또 있을까?
그래서 자연스럽게 자전거를 위한 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정부에서 엄청난 예산으로 자전거도로와 신호등 같은 인프라를 마련해 주고, 자전거도로를 막는 불법주차는 정말 찾아보기도 힘들다. 그 이유는, 자전거 타는 인구가 워낙 많아서 자전거도로에 불법주차 하면 바로 신고가 들어갈 수 있지만 그보다도 운전자들 자신이 라이더이기에 정말로 피치 못할 상황이 아니면 자전거도로에 불법주차를 하지 않는다. 사실 차도와 자전거도로 경계석이나 분리선이 확실해서 모르고 했다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그러기 전에 수많은 라이더들이 내뿜는 레이더 광선(?)에 맞아서 죽을 수 있기에 절대로 불법주차를 하지 않는다.
틈을 내서 필자 회사의 자전거로 독일의 자전거도로 인프라를 직접 경험해보기로 했다.
유로바이크 비즈니스데이가 끝난 금요일 퇴근길에 전시 자전거를 꺼내 10km 떨어진 마임 강가의 호텔까지 e바이크로 퇴근하고 다음 날 e바이크로 출근했다.
‘MADE IN KOREA’ U22로 유럽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현지에서 라이딩을 해봐야 한다. e바이크로 독일의 자전거도로를 달려보고 길거리 헌팅으로 내가 만든 자전거에 현지의 커플을 태워보았다.
역시 사람 눈은 비슷하다. 라이딩 중에 로드를 타고 강가에 나온 커플이 셀카를 찍고 있었다. 그래 셀카보다는 내 카메라로 찍어주고 메일로 보내주면 더 좋아하겠지? 간단한 영어로 길거리 캐스팅에 성공했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독일 자전거도로를 한국에서 만든 e바이크로 달려보고, 그 e바이크를 탄 유럽인 모습을 담고 싶었는데 가장 큰 목적을 너무 쉽게 달성했다. 역시 간절하면 통한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경험했다.
출근길은 액션캠으로 촬영해서 독일의 우수하고 안전한 자전거길을 영상으로 남겼다.
강변 자전거길은 오히려 우리보다 좋지 않았다. 보행자도 많고 속도를 낼 수 없게 구불구불하게 강둑에 길을 낸 것이라 친환경적이고 아름답기는 했다. 하지만 자동차도로 옆에 마련된 자전거전용도로보다는 오히려 사고 위험성이 높아 더 조심해야 했다. 서울의 한강 자전거길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최고의 자전거길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우리의 멋진 강변 자전거길은 실생활과 다소 유리된 레저용 공간이라는 것이 근본적인 한계이고, 독일과 본질적으로 다른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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