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을 즐겨라! 고창 MTB Park & Camp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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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을 즐겨라!
고창 MTB Park & Camping
온 산이 초록으로 물들어 간다. 이제 갓 피어난 새싹들은 앙상한 나무들에게 새 옷을 갈아 입히듯 조금씩 생기가 돋아난다. 코로나도 이렇게 자연스럽게 사라졌으면 좋겠다. 모든 것이 멈춘 듯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자전거를 이용한 스포츠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마음껏 자연속에서 힐링의 시간을 만들어 갔으면 한다.
몇 년만에 고창 MTB 파크를 찾았다. 이번호에는 새롭게 정비된 코스에서 라이딩과 함께 낭만적인 캠핑을 하기로 했다.
고창으로 향하는 길에 일기예보는 비와 함께 강원도에는 대설주의보까지 내려 졌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그러나 고창 MTB 파크는 비교적 남쪽에 자리하고 있어 비만 내리지 않기를 바라며 길을 재촉한다. 수도권에서 고창까지는 약 3시간 정도 소요된다. 일요일 아침이지만 코로나로 인해 상춘객이 줄어, 가는 길이 한산하다.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겁기도 하다.
▲개발되지 않은 야생 그대로의 자연을 느낄 수 있다
▲중간중간에 약한 점프대와 코너링이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10개 코스로 이루어진 고창 MTB 파크
몇 해 전부터 국내 MTB 파크가 새롭게 개장하는 등 산악자전거 전성시대라고 할 만큼 많아졌다. 그만큼 이용자가 많아지길 한편으로 기대해 본다.
고창 MTB 파크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파크 하단부에 자리한 트레이닝 센터에서 간단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 처음 방문자는 이용자 카드를 발급하고, 방문할 때마다 안전 서약을 해야 한다. 카드 뒷면에는 안전 라이딩을 위한 준수사항과 함께 개방 시간 등이 명시되어 있다.
고창 파크는 매년 4월 1일 개장을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학교 개학이 이루어지면서 그 시기에 맞추어 개장할 예정이라고 한다. 고창 파크는 누구나 무료로 이용이 가능하다. 다만 필히 회원 등록한 다음 홈페이지에서 미리 예약 후 이용하여야 한다.
간단한 절차와 안전에 대한 주의 사항을 전달받은 후 셔틀 차량을 이용해 정상으로 향한다. 협소한 산길을 따라 정상까지 올라간다. 예전에는 비포장 흙길이 많았는데 대부분의 차량 셔틀 구간이 포장되어 수월하게 오를 수 있다.
꼬불꼬불한 길을 돌고돌아 정상에 올라서면 사방이 탁 트인 전망이 일품이다. 고창 시내와 들녘이 한 눈에 들어오고 상쾌한 봄 바람에 마음이 저절로 정갈해진다.
고창 MTB파크는 총 10개 코스로 이루어져 있으며, 총 연장 14.7km로 구성되어 있는 산악자전거 전용 파크이다.
코스는 크게 초급, 중급, 상급 코스로 분류된다.
초급자 코스는 완만한 경사, 부드러운 모글 및 뱅크로 구성된 코스로 로우 모로모로(LOWER MOROMORO), 블랙 홀(BLACK HOLE), 선셋(SUNSET) 코스가 여기에 해당된다. 중급은 좁은 싱글과 점프대, 드롭, 모글 등 기물이 포함된 코스이다. 더 원(THE ONE), 미스 고(MISS GO), 굳 잡(GOOD JOB) 등 5개 코스가 마련되어 있으며, 낙차 큰 드롭, 급격한 헤어핀 등으로 구성된 난이도가 가장 높은 상급코스가 있다. 그리고 파크 하단에는 점프대를 비롯하여 코너링, 모글 등 다양한 코스를 경험하고 즐길 수 있는 시설들이 마련되어 있다.
▲고창MTB파크 라이딩에 앞서 정상에서 한 컷. 왼쪽부터 권오현, 반승철, 박지호, 최수환
새롭게 정비된 코스
첫째날 라이딩은 정상을 출발해 모로모로 코스를 타고 내려오다 블랙홀 코스를 지나 본야드로 들어오는 중급코스를 선택했다. 필자에겐 다소 무리지만 여느때와 다름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브레이크에서 손을 떼지 못할 것 같다. 오늘도 고창 파크에는 브레이크 잡는 소리가 메아리를 이룰 듯 하다.
초반부터 가파른 내리막에 삐죽 튀어 나온 바위들이 매우 위협적으로 다가온다. 그나마 웬만한 경사도의 코너링 정도는 브레이크 덕에 가볍게 빠져 나갈 수 있지만 큰 낙차와 바위가 함께 있는 다운힐은 자신이 없다. 계속 이어지는 급격한 코너링을 가슴 졸이며 라이딩을 이어간다.
몇 번의 코너링을 돌았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앞서가는 반승철 대표와 일행은 벌써 어디쯤 갔는지 보이지 않고, 삐빅삐빅 브레이크 소리만이 귓전을 맴돈다. 그래도 기분은 좋다. 아무 생각없이 자연속에서 라이딩을 즐기는 이 순간이 그저 행복할 뿐이다. 1차 라이딩은 코스도 익힐 겸 촬영은 접어두고 라이딩을 통해 촬영 포인트를 찾기로 했기 때문에 부담없이 달린다. 하단으로 내려올수록 코스는 완만해지며 초급자가 즐기기에 적합한 블랙홀 코스로 접어든다. 초급코스라고 해서 마음을 놓을 수는 없다. 다운힐 코스는 어디나 위험하고 순간 실수는 부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끝까지 정신줄을 놓아서는 안된다.
그나마 최근에는 새로운 파크 관리자인 일명 ‘산타라윤’이라는 윤형수 씨가 코스를 새로 정비하면서 라이딩하기에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휘슬러는 가 보지 않았지만 휘슬러 같은 파크 느낌이 날 정도라고 하니 그들의 노고에 감사할 뿐이다. 실제로 달려 본 코스는 정성을 많이 들였다는 생각이 든다. 몇 년 전에 와 본 고창 파크가 이렇게 달라졌나 싶을 정도이다.
1차 라이딩 후 점심을 먹고 휴식을 취한 후 본야드에서 가볍게 워밍업 겸 라이딩을 하는데 날씨가 급변하며 후두득 굵은 빗방울이 떨어진다. 모든 일정을 접고 아쉬움을 달래며 캠핑장으로 향한다.
빗소리에 모닥불은 타 들어 가고... 내 마음도...
캠핑장에 도착했지만 비는 여전히 내리며 피어난 벚꽃을 시샘이라도 하듯 꽃망울을 떨어 뜨린다. 서둘러 캠핑 사이트를 구축하고 쌀쌀해진 날씨에 모닥불을 중심으로 모여든다. 오늘 웬만큼 촬영을 끝내야 하는데 모닥불은 활활 하염없이 타 오른다. 비만 오지 않기를 바랬는데…
빗소리와 모닥불이 어우러져 그나마 마음이 평온해진다. 주변에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고, 비에 젖은 싱그러운 풀냄새가 향기로 다가온다.
옹기종기 모여 앉아 짧은 라이딩이지만 새로워진 고창 파크에 대한 평이 이어진다. 언제나 그렇지만 캠핑은 역시 낭만이 있어야 한다. 그 낭만이 그저 서로 즐겁고 같이해서 좋을 수도 있지만 개인마다 느끼는 감정은 또 다를 것이다. 이런저런 이야기 꽃을 피우며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그도 그럴것이 주변에 우리들 뿐이다. 타 들어가는 장작불 만큼이나 라이딩 실력도 늘었으면 좋으련만.
어느새 비는 그치고 잠자리에 들 시간. 하늘에는 별빛이 초롱초롱 빛난다.
이른 아침, 청아한 새소리에 잠에서 깬다. 텐트에서 나와 맞이한 아침은 정말 상쾌하다. 봄이지만 아직은 찬 공기가 옷깃을 스친다. 바람에 떨어지는 하이얀 벚꽃잎이 내려 앉아 영롱한 이슬이 맺힌 붉은 텐트 위를 캠퍼스 삼아 그림을 그리는 듯 빈 칸을 채워간다.
모로모로-더 원 코스 라이딩
고창 파크 이틀째, 정상에 다시 올랐다. 비가 온 뒤의 정상은 어제보다 쾌청하고 공기도 맑아 시야가 더 넓어졌다. 오늘은 정상에서 출발하여 모로모로 코스를 타고 내려가다 하단에서 더 원 코스를 타기로 했다. 오전에 총 2번의 라이딩을 했다. 비가 와서 노면이 젖어 있는데다 바위는 더욱 더 미끄러워 어제보다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라이딩에 나선다.
어느정도 코스 파악이 끝나서인지 속도가 빨라지고 코너링도 자신있게 돌아간다. 얼마 쯤 갔을까 앞서가던 일행이 멈춰선다. 코스 관리자인 윤형수 씨와 파크 직원들이 코스 정비에 여념이 없다. 코스 중간에 샘물이 계속 솟아나와 정비를 하는 중이라고 한다.
윤형수 씨는 “현재 코로나로 인하여 개장이 늦어지고 있어 코스 정비에 공을 들이고 있다”며, “초급자는 안전한 라이딩을 할 수 있는 곳, 중급자 이상은 즐거운 라이딩을 할 수 있는 고창 파크가 되기를 바란다” 고 말했다. 또한 고창 파크를 찾는 라이더들에게 “자기 실력에 맞은 코스를 선택하여 안전하고 즐거운 라이딩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올해 고창 파크 관리자를 맡게 된 윤형수 씨는 타잔 파크를 만든 주역으로 국내에서 손 꼽히는 트레일 빌더로 활약하고 있다.
그들의 노고에 감사한 마음을 담아 안전하게 라이딩을 마칠 수 있었다.
오후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하단 초급코스에서 전기자전거의 장점을 살려 자체 셔틀을 통한 e-MTB 라이딩을 이어간다.
하단 초급자 코스, e-MTB 즐기기에 제격
상원사에서 출발하는 초급코스는 e-MTB를 즐기기에 제격이다. 중급과 상급코스는 차량으로 셔틀을 통해 라이딩을 할 수 있지만 초급코스는 본야드에서 출발해 상원사까지 자체 셔틀로 선셋코스를 업힐로 오른 다음 블랙홀 코스를 따라 다운힐로 본야드까지 순환 라이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하단에 주로 분포된 굳 잡 코스와도 연결되어 있어 전기자전거라는 장점을 살려 온종일 라이딩을 해도 지겹지 않을 정도로 자신만의 코스 구성을 할 수 있다.
이틀째 오후에는 하단 초급자 코스에서 왕복 2번의 라이딩을 즐기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중간중간 마련된 데크와 코너링 그리고 약간의 속도를 느끼기에 제격이다.
상원사까지 오르는 선셋 업힐 또한 중간에 가파른 언덕이 있지만 전기자전거이기에 막힘없이 쉽게 오를 수 있다. 본야드에서 상원사를 왕복하면 약 4.2km정도로 누구나 무리없이 e-MTB를 즐길 수 있다.
1박2일 동안 고창 MTB파크 라이딩을 하면서 자연속에서 이 순간 만큼은 마음껏 즐기자는 마음으로 힘들지만 잠시나마 쌓여있는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기분이다.
라이딩하는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다.
가이드의 한마디
고창 MTB파크는 작년까지만 해도 서 있는 돌을 피해 라이딩 하면 엄청난 진동 때문에 손도 아프고 한번씩은 펑크나는 것이 당연했는데, 그 많던 돌들은 어디갔는지 궁금할 정도로 잘 다져져서 재미있게 다운힐에 집중할 수 있다. 뱅크를 자연스럽게 돌아 나오면 딱 알맞은 리듬에 모글과 점프대가 있어 파크라이딩의 정답을 제시하는 곳이라 생각한다.
파크 특성상 셔틀차량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서 갈때마다 살짝 망설여졌는데 eMTB만 가지고 본야드를 시작해서 선셋으로 업힐, 블랙홀로 내려오는 자체 셔틀 코스의 만족도가 높았다. 블랙홀의 연속 뱅크 코스는 중력이 느껴질 만큼 달려도 안전하게 느껴졌다. 점프는 뛰는 것이 아니라, 되는 것이라는 말처럼 파크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재미와 감성이 있어 매우 충족되는 라이딩이었다.
반승철 e-MTB KOREA 대표
글·사진 이성규
라이더 반승철(e-MTB KOREA 대표), 권오현(회사원), 최수환(회사원), 박지호(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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