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투스(Titus)는 개척자이거나, 침략자가 아니다. 이미 쟁쟁한 강자가 있는 시장에 뛰어든 도전자다. 그럼에도 SYM은 정면 승부를 택했다.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취하지 않고, 탄탄한 기초를 바탕으로 도전을 선택한 것이다.
당당한 차체, 감각적인 디자인
매뉴얼 125cc 클래스에 속하는 티투스는 스포츠 네이키드 스타일을 갖췄다. 차체는 동급 모델과 비교해 길이와 너비 모두 더 크지만, 차체 구성 요소들의 크기가 이에 맞춰 디자인되어 거대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다만 헤드라이트와 시트, 탠덤그립, 윙커 등과 같은 디테일한 부분들을 따로 떼 놓고 보면, 커다란 크기를 실감할 수 있다.
▲다이아몬드 타입의 프레임을 사용해 엔진 주변의 인상이 깔끔하다.
프레임은 엔진을 차체 일부로 활용하는 다이아몬드 타입으로, 엔진 앞쪽으로 프레임이 지나가지 않아 네이키드 모델임에도 깔끔한 인상이다. 특히 엔진 주변으로 자그마한 카울이 덧붙어 있어 정리되지 않은 부분들을 가리고, 모델 전체에 현대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여기에 어우러진 알파벳 V 모양의 헤드라이트와 그 위에 더해진 장식은 스포티한 느낌에 마침표를 찍는 요소다.
▲티투스의 라이딩 포지션은 타이트한 편이다.
커다란 차체가 넉넉한 라이딩 포지션을 연출하리라는 예상과 달리 티투스에 올랐을 때의 감각은 타이트한 편이다. 특히 스텝의 위치가 높고, 뒤쪽으로 후퇴해 있어 하체가 적당한 긴장감을 갖게 된다. 반면에 상체는 높고 넓게 설정된 핸들 바 덕분에 허리가 많이 숙어지지 않는 편안한 포지션을 취하게 된다.
▲시트에는 적당한 요철이 있어 미끄러짐이 적다.
이러한 포지션 덕분에 와인딩 코스에서는 하체를 사용한 체중이동이 용이하며, 도심 주행이나, 장거리 주행 중에는 허리를 숙여야 하는 부담이 적다. 시트의 질감도 만족스러운 수준으로, 적당한 요철이 있어 미끄러짐이 적다. 더욱이 좌우의 폭이나 경사가 적당해 라이딩 중 지속적으로 자세를 고칠 필요 없이 편안한 주행이 가능하다.
편안한 시트는 얼핏 당연한 부분처럼 느껴지지만, 어설프게 마무리 할 경우 코너링 시 자세를 바꾸기 불편하거나, 일정 포지션을 강요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탠덤 시트 아래에는 배터리가 위치한다.
아쉬운 점은 수납공간이다. 티투스에는 글러브나 비상용 우비 등을 수납할 수 있는 탠덤 시트 아래 공간이 없다. 탠덤 시트 아래에는 배터리가 위치하고 있으며, 더불어 헬멧을 걸어둘 수 있는 특별한 장치도 제공하지 않는다.
▲우측 핸들그립의 스위치 뭉치에는 킬 스위치가 적용되어있다.
다양한 스쿠터 모델을 만들면서 쌓인 수납공간 창출에 대한 노하우가, 티투스에 적용되지 않은 점은 의아한 부분이다. 다만 배터리의 관리 부분에 있어서는 반가운 일로, 겨울철과 같이 오랫동안 모터사이클을 세워 둘 경우, 방전되기 쉬운 배터리를 간단하게 분리해 보관할 수 있다.
▲계기반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함께 사용하는 방식이다.
계기반은 아날로그 방식의 회전계와 속도 및 기타 정보를 표시하는 디지털 창으로 이뤄졌다. 디지털 창에서는 연료 잔량과 전압, 시간, 적산거리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유연한 스포티함
▲티투스의 엔진
배기량 124cc의 엔진에는 S.T.C.S(Swirl Tumbling Control System)이 적용되어 있는데, 이것은 흡기 포트의 밸브를 이용해 연소실 안으로 유입되는 혼합기의 흐름을 제어해 연소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다.
▲S.T.C.S 의 작동 개념도. 상단이 혼합기를 제어하는 밸브. 가운데가 고회전, 아래가 저회전 시의 혼합기 흐름이다.
S.T.C.S는 엔진이 고회전일 때에는 혼합기가 연소실 안으로 흘러들어와 텀블링 하듯 회전하도록 밸브를 열어두고, 저회전일 때에는 밸브를 닫아 연소실 안으로 흘러들어가는 혼합기가 회오리치도록 한다. 이로 인해 연소실 안의 혼합기는 회전에 맞춰 언제나 균일하게 폭발하고, 결국 보다 높은 성능과 매끄러운 엔진의 회전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S.T.C.S는 물리적 기능이 아닌 혼합기의 흐름이기에 라이더가 변화를 느끼기 어렵다.
물론 라이더는 이러한 작동을 느끼기 어렵다. 엔진의 흡, 배기 밸브의 개폐량과 타이밍을 변경하는 것과 같은 물리적인 기능이 아닌, 어디까지나 연소실 내부의 혼합기 흐름을 조절해 효율을 높이는 기능이기 때문이다.
▲노스텔지어 울프.
결국 라이더가 직접 느낄 수 있는 부분은, 엔진의 반응이 부드럽고 진동이 적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무감각한 반응이 아니라 엔진의 존재를 지속적으로 알리는 기분 좋은 감각을 수반하고 있다. 이는 SYM의 다른 125cc 매뉴얼 모터사이클인 울프 시리즈에서도 동일하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작은 배기량의 단기통 엔진이 프레임 안에서 가볍게 통통 튀는 듯한 느낌은 라이더를 즐겁게 한다.
▲엔진의 반응은 부드럽다.
부드러운 반응은 트랜스미션의 세팅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티투스에 적용된 5단 트랜스미션은 각 기어 간의 간격이 넓게 설정되어 차체가 튕겨 나가는 것과 같은 급격한 반응이 적다. 이러한 특징은 모든 기어에서 동일하게 적용되는데, 기어를 올리는 것 뿐 아니라, 감속과 더불어 기어를 내려 엔진 브레이크를 거는 상황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즉 기어를 내릴 때 차체를 낚아채는 듯 하는 불안정한 움직임이 적다.
▲트랜스미션의 세팅은 가속 위주 보다는 한정적인 출력에서 최대한의 속도를 끌어내는 쪽으로 이뤄졌다.
가속 위주의 재빠른 변속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 한정적인 출력 안에서 최대한의 속도를 끌어내는 이러한 세팅은 엔진을 다루는 부담을 줄여준다. 때문에 와인딩 코스에서도 적극적으로 엔진 브레이크를 걸고, 조금이라도 먼저 스로틀을 개방하는 활기찬 라이딩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모터사이클의 조작에 익숙하지 않은 라이더도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고, 더 빨리 라이딩에 적응할 수 있다.
▲리어 타이어의 사이즈는 이제 125cc급 매뉴얼 모델에서 보편적인 것이라 할 수 있는 130/70-17 이다.
물론 라이더에 따라서는 엔진과 트랜스미션의 세팅을 다소 답답하게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티투스의 코너링 감각과 서스펜션의 느낌은 일말의 불만을 지워버릴 만큼 완성도가 높다. 프론트 110/70-17, 리어 130/70-17 사이즈의 타이어는 이제 125cc 급 매뉴얼 모터사이클에서 일반적인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차체의 출력에 비해 넓은 타이어로 코너링 감각은 대체적으로 조금씩 무뎌진 것이 사실이다.
티투스도 마찬가지로 풀썩 쓰러지는 코너링 보다는 라이더의 의지에 순종하는 중립적인 감각을 전달한다. 다만 체중이동이 용이한 하체의 포지션으로 인해, 코너링에서의 조작감은 보다 경쾌하고 가볍게 느껴진다.
▲최대 뱅크각은 그리 깊지 않은 편이다. 뱅크 센서보다 센터 스탠드가 먼저 땅에 닿기 때문이다.
더욱이 신경질적이지 않은 온순한 감각의 엔진 덕분에, 엔진브레이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고회전으로 코너를 돌아나가는 시원스러운 주행이 가능하다. 대신 뱅크각은 그리 깊지 않은 편인데, 편의를 위해 적용한 센터 스탠드가 스텝의 뱅크 센서보다 먼저 닿아버리기 때문이다. 사이드 스탠드도 충분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스포티한 라이딩에 초점을 두고 싶다면, 센터 스탠드는 제거해도 무관하다.
만족스러운 브레이킹
브레이킹 감각은 티투스의 즐거움 중 하나다. 엄밀하게 말해, 브레이크 캘리퍼나 레버의 감각 보다는 브레이킹 과정에서 프론트 포크와 브레이크 장치들의 연관 움직임이 만족스럽다. 프론트 포크는 탄력 있게 세팅된 편으로, 주행 중 노면의 정보를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딱딱한 느낌과는 조금 다른 유연함이 포함된 감각이다. 때문에 브레이킹을 할 때, 프론트 포크가 수축되는 과정이 점진적으로 진행된다.
▲탄력있게 세팅된 프론트 서스펜션은, 브레이킹을 즐겁게 하는 요소다.
다시 말해 브레이킹을 하는 과정에서 차체가 땅속으로 꺼지는 듯한 노즈 다이브 현상이 적으면서도, 프론트 타이어로 충분히 하중이 전달되는 것이다. 기대하지 않았던 부분에서 발생하는 놀라움은 티투스에 대한 전체적인 만족도에 많은 영향을 줬다. 반면에 레버의 촉감과 브레이크를 조작하는 직결감은 라이벌 머신과 비교해서 뚜렷한 모습이 덜했다.
도전자에게 박수를 보내다
고백하건데, 시승을 시작하기 전 선입견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것은 티투스의 품질에 대한 불신이 아닌,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메이커에 대한 신뢰에서 온 '기대하지 않는 마음'이라고 설명하고 싶다.
하지만 시승을 진행하면서 느낀 것은, 만약 베스트셀러가 되기 위한 자격이 존재한다면 티투스는 어떠한 항목도 누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일 비교할 수 있는 동급 모델들을 모아놓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한다면, 그 결과는 예상과는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다. 판가름은 아마 취향의 문제가 되지 않을까.
최선을 다한 선수에게는 박수가 쏟아지는 법이다. 비단 챔피언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시합의 승자가 누구인지는 무관하다. 도전자의 자세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