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쿠터는 우리 일상에 많은 변화를 안겨다 준다. 바쁜 도심을 통과하는데 빠른 발이 되어주기도 하고 연료비 절감으로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기도 한다. 스쿠터는 인간이 발명한 수많은 발명품 중 손에 꼽을
만큼 기발한 이동수단 중 하나다.
스쿠터는 태생이 두 개의 바퀴로 이루어진 이륜차다. 앞바퀴는 조향, 뒷바퀴는 동력을 전달하는 용도로 쓰인다. 따라서 스스로 서있을 수 없으며 언제나 균형을 잡으며 사람이 이를 컨트롤 해야만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다.
이 불안정성을 레저나 스포츠 측면에서 보면 무척 독특하고 다이내믹한 것으로 조명할 수 있지만 실생활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최대한 안정적인 이동수단이 오히려 도움 된다. 달리는 것 자체를
즐기기보다 빠르고 간편하게 이동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두 바퀴라는 것이 불만일 수도 있겠다.
트라이크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세 바퀴 스쿠터들이 각광받기 시작한 이유도 비슷하다. 유럽 대륙에서 여러 브랜드를 거느리는 대규모 스쿠터 제조사 피아지오가 세 바퀴 스쿠터인 MP3 시리즈를 필두로 다양한
모델을 줄지어 런칭하며 성공가도를 달리는 데에는 그러한 바탕이 깔려있다.
▶ 리어 서스펜션은 두 개로 이루어져 하중을 잘
받는다.
피아지오의 트라이크(세 바퀴 스쿠터)는 서스펜션 구조가 복잡한 대신 락 기능이 있어 서스펜션을 세운채로도 정지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다리로 균형을 잡지 않아도 마치
사륜차처럼 스스로 균형을 유지해 설 수 있다는 뜻이다. 좋은 기능이긴 하나 대신 그만큼 값비싸졌다. 스쿠터의 기준에 있어 황당하리만큼 높은 비용을 요구하기도 했다. 소비자들은 높은 상품성을 인정했으나 가격적
측면에서 외면하기 일쑤였다.
▶ 윈드스크린은 길이가 짧아 사실상 계기반을 슬쩍 덮는 정도 역할뿐
일본 제조사인 야마하가 만든 트리시티 125는 그 점을 잘 파고들었다. 트라이크의 기본 형태인 앞바퀴 두 개로 조향, 뒷바퀴로 구동하는 방식을 유지한 채로 앞 서스펜션 구조를 재설계해 단가를 줄이고
구조도 복잡하지 않게 다듬었다. 그 결과 충분한 운동성과 조향성을 확보하면서도 누구나 접할 수 있을 만큼 문턱을 낮출 수 있었다.
트리시티가 첫 출시되었을 때 가장 반긴 건 무엇보다 소비자들이었다. 그간 트라이크 특유의 안정성을 경험하고 갈망했던 이들이 비교적 저렴하게 손에 넣을 수 있는 유일한 세 바퀴 스쿠터이기 때문이다.
모터쇼에 첫 등장했을 때부터 이슈였던 트리시티는 국내에서도 런칭가가 채 400만원이 되지 않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소비자들에게 눈길을 받고 있다.
▶ 독특한 모양의 데일라이트가 개성 있다.
첫 인상은 최신 스쿠터다운 세련된 면모가 돋보인다. 특히 전면의 데일라이트는 미래지향적 디자인과 맞물려 잘 어울린다. 프론트 휠은 두 개로 나뉘어 있지만 프론트 서스펜션 락 기능은 없고 메인스탠드나
사이드 스탠드를 사용해 일반 스쿠터처럼 사용할 수 있다.
시트에 앉으면 포지션은 무척 좁은 편이다. 신장 175센티미터 시승자를 기준으로 플로우 패널과 스티어링 핸들 사이에 가장 적합한 운전공간이 나왔다. 바꿔 말하면 이 이상의 덩치를 가진 사람이라면 다소
협소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여성 운전자나 초심자에게는 콤팩트 라이딩 포지션이 오히려 환영받을지 모른다. 이 부분은 직접 시승해 라이딩 포지션을 취해보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 엔진형식은 124.8cc 수랭 4스트로크 단기통 SOHC 2밸브
엔진은 125cc 단기통 특유의 진동이 살아있다. 엔진 회전은 무척 가볍게 상승하는 편이다. 출발 시 클러치 미트의 느낌은 꽤 즉각적이다. 스로틀을 슬쩍 감으면 차체가 가볍게 튀어나가는 특성. 전반적인
엔진은 고회전형처럼 가볍고 기민하게 반응한다. 그 덕택에 높게 유지되는 아이들링 진동이 조금 거슬리는 편이다.
스로틀을 주욱 감아보면 시속 80킬로미터까지 답답함이 없다. 트라이크이지만 차량 무게는 일반 125cc 스쿠터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수준으로 묶어놓았기 때문이다. 시속 80킬로미터 이상 구간에서는 슬슬
가속력이 떨어진다. 아무래도 일반 두 바퀴 스쿠터에 비해 앞바퀴만 해도 두 배나 접지 저항이 큰 것도 관계된다.
조향성은 무척 부드럽다. 예리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트라이크의 태생적 특성상 휙 휙 쓰러지는 이륜차의 특성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반면 야마하답게 핸들링에 크게 무게를 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여타
트라이크의 감각보다는 훨씬 이륜차다운 느낌에 가깝다. 적응기가 필요 없을 정도로 쉽고, 일반 스쿠터를 타던 그대로 타면 된다.
코너링 한계성능도 일반 스쿠터를 넘어선다. 양쪽 바퀴가 이리 눕고 저리 눕는 가운데 뱅킹 한계점을 찾기는 쉽지 않다. 핸들링 감각은 라이딩이라기보다는 드라이빙에 가까울 정도로 안정되어 있다. 이 정도면
스쿠터를 타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쉽게 적응하고 달릴 수 있겠다.
▶ 프론트 서스펜션은 휠당 2개씩. 충분히 기울이더라도 든든한 강성을 자랑한다.
거친 노면 상황에도 언제나 타이어는 접지감이 가득하다. 한 쪽 바퀴가 이물질을 밟아 슬립해도 다른 한 바퀴가 든든히 버틴다. S 코스에서는 반대편에서 반대편으로 넘어가는 린 동작이 다소 굼뜬 면이
있다. 기울이는 것은 가볍지만 다시 세울 때 트라이크 특유의 저항감은 있다. 오랜 시간 이륜차를 접한 사람이라면 이 점이 독특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때에 따라 불만일수도 있겠다.
▶ 예쁜 휠 안쪽에 디스크 로터가 한 장씩 달려있다.
제동력은 상상이상으로 만족감이 크다. 앞에 2개, 뒤에 1개 모두 디스크 브레이크를 써 스쿠터임에도 디스크 로터만 3장이 들어간다. 125클래스에서 보기 힘든 구성이다 보니 제동력은 상상이상으로
탁월하다. 대형 모터사이클에 비해도 구조적으로 월등한 접지력을 갖추다보니 ABS가 필요 없다고 느낄 만큼 안심감이 크다. 빗길이나 모래가 깔린 노면의 한계상황에서도 놀라울 만큼 안정성이 높다.
수납공간은 시트 아래 풀 페이스 헬멧이 한 개 수납되는 정도다. 계기반은 작지만 보기 쉽게 정보가 나열되어 있다. 디자인적으로 트리시트 콘셉트와 잘 어울린다. 풀 디지털 방식으로 중앙에 속도계가 위치해
있고 양쪽으로는 시계와 적산거리계, 외기 온도계와 유량계가 배치되어 있다. 단출해 보이나 스쿠터로써 필요한 정보는 전부 담아 불편함이 없다.
▶ 어지간한 단차도 별일 없이 무시하고 달릴 수 있다는 건 트라이크의 장점
트라이크가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높은 안정성에서 비롯된다. 기계적인 이유로는 쉽게 말해 앞바퀴가 한 개가 아닌 두 개이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프론트 서스펜션은 바퀴 당 2개, 총 4개로 구성되어
단차가 심한 경사면도 마치 아무 일 없다는 듯 주파할 수 있다. 그만큼 강성이 높게 설정되어 있어 노면의 굴곡을 거의 타지 않는 것이 기존 두 바퀴에 비해 큰 장점이 된다.
▶ 계기반 구성은 단순하고 글씨가 큼지막해 알아보기 무척 쉽다.
트라이크의 가장 큰 단점은 바퀴가 두 개 달린 앞 쪽의 서스펜션 장비가 복잡해지면서 단가가 올라가고 더불어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야마하 트리시티가 이를 구조적으로 타파해 단점을 모두 상쇄한
것은 박수칠만한 일이 분명하다. 소비자가격은 대부분 125급 스쿠터가 가진 선을 그대로 유지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큰 이슈가 될 수밖에 없는 좋은 조건이다.
▶ 2인승차도 가능하며 동승자용 손잡이가 마련돼 있다.
가격대비 이동수단의 가치로 봤을 때 트리시티125는 현명한 소비가 될 것이 분명하다. 도심에서는 시속 100킬로미터 이상을 내는 순간이 많지 않은데다 법규상으로도 그래서는 안 된다. 어디까지나 평균
60킬로미터 전후로 달리는 편안한 일상속의 스쿠터를 상상했던 이들에게 머릿속에 있던 두 바퀴 스쿠터 대신 엇비슷한 비용으로 장만할 수 있는 세 바퀴 트라이크는 현재로써 대안이 없을 만큼 확실한 선택이 될
것이다. 올해 서울 도심에서의 야마하 트리시티 돌풍이 예상된다.
글
임성진 jin@ridemag.co.kr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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