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자동차는 국내 모터사이클 메이커이다. 국내에서 제조 혹은 판매하면서 쌓아온 영업망이나, 서비스, 부품의 가격과
수급면에서 어떤 수입 모터사이클보다 용이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다양한 수입 모터사이클들이 ‘수입산’이란 하나의 이름으로 묶여 다양한 선택이 가능한 것에 비해,
숫자가 얼마 되지 않은 국내 제조사의 모터사이클과 일 대 다수로 비교됐다. 이 때문에 국산 모터사이클의 입지는 위태로워 보일 수밖에 없었다. 대림자동차가 Q2를 출시하기 이전까지는
말이다.
▲Daelim,
Q2
‘모터사이클의 완성도’라는 거대 명제에는 모터사이클의 다양한 부분이 포함된다. 엔진의 출력은 물론 회전 감각, 이로 인한 가속력과 최고 속력, 브레이크의 성능과 그 조작감,
서스펜션의 질감과 성능, 차체의 강성과 무게, 디자인과 조립 완성도 등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대림자동차가 야심차게 ‘럭셔리 스쿠터’를 표방하며 시장에 내놓은 Q2는 어느 정도의
완성도일까.
기준을 바꾸다
전후좌우
사전 지식없이 Q2를 본다면 그 배기량을 가늠하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250cc 이상의 스쿠터로 보이는 당당한 차체는 예각적인 디자인으로 스타일을 완성하고 있다.
▲호랑이의
눈을 형상화 했다는 Q2의 헤드라이트
디자인 콘셉트의 호불호는 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기존의 타 메이커에서 제조된 스쿠터들과 비교가 불필요할 정도로 독창적이다. 날카로운 이미지가 가장 먼저 들어오는 것은 단연
헤드라이트. 호랑이의 눈을 형상화했다는 콘셉트에 걸맞게 양쪽 끝으로 치켜올린 헤드라이트 커버의 형상이 당당하게 느껴진다.
▲헤드라이트
부의 디자인은 보는 각도에 따라 그 느낌이 상이하다.
파란색 LED 램프를 적용한 좌우측 보조등이 고급스러움을 더하고 있으며, 정면에서 보았을 때 다소 평면적이라고 느껴질 수 있는 헤드라이트의 형상은 측면에서 바라봤을 때 그
진가를 드러낸다. 마치 오똑한 콧날을 연상시키는 측면 디자인은 완성도를 단순히 도면으로 만든 것이 아닌, 입체적인 완성도를 추구했음을 짐작하게 한다.
▲날렵하고
깔끔한 디자인 통일성을 보여준다.
이런 입체적인 디자인의 완성도는 측면부와 리어 카울, 리어 램프의 구성에서도 눈에 띈다. 하나의 라인으로 처리될 수 있는 외부 카울을 2회, 3회에 나눠 라인을 확장했고,
결국 다양한 각도에서 그 매력이 도드라질 수 있게 하고 있다. 깔끔한 인상이지만, 단순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드레스업
효과가 돋보이는 듀얼 머플러를 장착했다.
하지만 Q2에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것은 이런 디자인이 눈에 보이는 것보다 더 꼼꼼한 제작 단계를 거쳤기 때문이다. 카울과 차체가 조립된 부분들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며,
그 상태도 매우 양호해 주행 시에도 카울이 떨리는 등의 잡소리는 거의 느낄 수 없다.
▲Q2는
프리미엄 어반 스타일을 표방한다. 그리고 그 완성도 역시 흠을 잡기 어렵다.
솔직하게 말하면, 지금까지 보아왔던 국산 모터사이클 중 뛰어난 조립 완성도를 보인다. ‘잘 만들었지만 마감이 아쉽다.’ 따위의 말은 Q2에게 해당되지 않는다. 앞으로 국산
모터사이클의 완성도를 따질 때, Q2는 분명한 하나의 기점이 될 것이다.
▲윈드스크린은
다소 방풍성이 낮다. 하지만 라이딩 포지션이 낮기에 큰 무리는 없는 설정.
▲LED를
사용하고 있는 리어 램프. 깔끔하면서도 고급스럽다.
▲탠덤
스탭은 버튼을 누르면 바깥쪽으로 튀어나오는 방식을 사용했다.
▲2인
승차를 고려한 시트는 낮은 시트고와 편안함을 동시에 만족시킨다.
▲시트
밑 수납 공간에는 국산 풀페이스 헬멧이 수납 가능하다.
▲라이더의
백레스트는 그 위치를 조절할 수 있다.
▲스피드
미터 케이블이 장착된 프론트 휠 커버의 모습, 케이블이 커버에 닿아 손상되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 단순하지만 배려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번호판
거치대에도 주행중 번호판 떨림을 잡아줄 수 있도록 했다. 세심한 마감으로 완성도를 높였다.
부드러움 뒤에 숨은 맹렬함당신은 라이더다. 안전을 위해 헬멧을 쓰고, 하드 타입의 프로텍터가 삽입된 글러브도
착용했다. 라이딩을 시작할 모든 준비가 끝난 상황. 하지만 키가 아직 호주머니에 있다면?
▲Q2의
스마트 키. 일반 키가 함께 동봉되어 있으며, 베터리 방전 시 시트를 열 수 있도록 했다.
아마, 라이더라면 한번쯤은 경험해봤음직한 귀찮은 상황이지만, Q2라면 이런 상황에서도 주머니 속의 키를 빼내기 위해 글러브를 다시 벗어야 할 필요는 없다. 그것은 바로
125cc 스쿠터로는 흔치않은 스마트키를 장비했기 때문이다.
▲Q2의
주유구는 왼쪽 핸들바 아래에 우측에는 글러브 박스가 위치한다. 가운데 공간은 열쇠로 잠글 수 있다.
스마트키를 소지하고 있다면, 다이얼을 돌리고 스타트 버튼을 누르면 그대로 시동이 걸린다. 물론 연료 주입구를 열 때에도 마찬가지다. 실제 스마트키의 효용은 그리 큰 것이
아니라고 해도 고급스러운 구성을 상징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12V
파워 아웃렛이 장비되어 있으며, 위쪽에 보이는 고리 모양의 케이블은 베터리 방전 시의 시트를 열기 위해 채용된 것이다.
시동을 걸기 위해 다이얼을 오른쪽으로 돌리면 엔진 회전계와 속도계, 수온계가 동시에 작동하며 세레머니를 보여준다. 계기반의 조명 역시 파란색을 사용해 전체적인 통일성을
맞췄다.
▲푸른색의
계기반, 엔진 회전계와 속도계는 아날로그 방식이며 액정창은 디지털 방식이다.
스로틀 그립을 열었을 때의 반응성은 한 박자 늦은 편으로 초기 가속에서 강렬함을 느끼긴 어렵다. 물론 최근까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스포츠 콘셉트 스쿠터에 비교한다면
그렇다. 시승 차량만의 문제였을 수 있지만, 최초 가속 시 6,000rpm에서 잠시 회전계가 멈추었다가 상승하는 현상도 있었다. 하지만 정지 상태에서의 가속이 아닌, 주행 중에는 문제없이
상승한다.
▲시승
차량만의 문제일 순 있으나, 디지털 액정은 다소 깜박이며 흐릿한 부분들이 눈에 띄었다.
시승 중의 시내 주행에서 직접 확인한 최고속은 약 110km/h. 직선 구간이 조금 더 길었다면 120km/h까지는 무난하게 기록할 수 있을 듯 했다. 회전계에 표시된
레드존 구간은 9,800rpm부터. 하지만 Q2는 10,000rpm을 넘어서까지도 지속적으로 가속한다. DOHC(듀얼 오버헤드 캠샤프트)를 적용한 엔진답게 고회전 영역에서도 큰 부담이
없다.
▲엔진의
고회전 영역을 사용하여, 끈기있게 돌아나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서스펜션의 움직임은 전후 모두 무른감이 있다. 하지만 노면의 상황을 인지하는데 있어 거북한 정도는 아니며, 통통 거리듯 튀는 현상도 심하지 않다. 오히려 이런 서스펜션은
도심 주행에서 보다 부드러운 주행감각을 선사하기도 한다. 전후 13인치의 휠을 장비한 점도 노면이 고르지 못한 상황에서 안정감을 줄 수 있는 부분이다.
▲Q2의
리어 서스펜션
핸들링은 덩치와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가볍다. 핸들을 한쪽 방향으로 완전히 꺾은 풀 록 유턴을 시도하면 상당한 핸들 조향각을 보여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덩치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가벼운 핸들링은 Q2의 장점 중 하나다.
실제, 완전한 풀 록(full-lock) 유턴을 시도하는 것은 다소 어렵지만, 린 아웃을 통해 차체의 무게 중심을 적절히 이동한다면 작은 반경으로 원을 그릴 수
있다.
▲Q2의
핸들을 완전히 우측으로 꺾었을 때의 모습.
▲완전히
우측으로 꺾인 Q2의 프론트 타이어
대림자동차의 스쿠터가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필요충분함 이상의 브레이크는 Q2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전후 연동 브레이크 시스템이 빠져있고, 125cc 클래스이기에 ABS도
적용되어 있지 않지만, 브레이킹 감각이 뚜렷하기에 일상적인 사용영역에서는 충분한 정도다.
▲전후
연동 브레이크 시스템이 빠진것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지만, 제동력은 충분한 수준이다. 웨이브 타입의 디스크 브레이크는 드레스업 효과도 있다.
사진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겠지만 차체가 상당히 기운 상태에서도 차체에 닿는 부분이 없다는 점도 매우 만족스럽다. 최고속과 코너링에 집착할 필요가 없는 도심형 스쿠터를
지향하면서도 다소 깊은 기울기에도 차체에 손상이 없다는 점은 높이 살만하다.
▲크게
기울이더라도 차체가 노면에 쉽게 닿는 느낌은 받을 수 없다.
차체 외관의 손상에 대한 부담 뿐 아니라 실제 주행 안전성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낮고 긴 차체가 매끄럽게 그리고 부드럽게 코너를 돌아나가는 모습은 보기에는 물론, 라이더도
높은 안정감을 경험할 수 있다.
국산 스쿠터? 이젠 Q2다!
시승을 마치고 시승 차량을 반납하러 돌아가는 길, 머릿속에선 Q2의 이름이 자꾸만 맴돌았다. 그리고 대림자동차, 국산 모터사이클의 굴레에 대해서도. 분명 어떤 이들은 Q2를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스쿠터와 비교할 것이고, 어떤 이들은 대림자동차가 일궈낸 성과에 대해 박수를 보낼 것이다.
▲대림자동차의
Q2는 지금까지 등장한 국산 모터사이클의 이미지를 쇄신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갖췄다.
어쩌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와 Q2를 1:1로 비교하는 일은 매우 정당한 일인지도 모른다. 아니 오히려 권장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더욱 발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
라이더들이 질책한 결과가 Q2에 그대로 녹아들어가 있다. 그리고 그 발전의 정도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Qualifier. 즉, ‘자격’을 의미하는 이 단어는 Q2의 성과를 분명히
드러낸다. 이제 Q2는 1:1로 경쟁할 준비가 됐다.
▲대림자동차가
일궈낸 성과와 미래를 보여주는 것이 바로 Q2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