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근하고 익숙한 캐릭터가 무기, 킴코 엑스타운 300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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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모터사이클 제조사 킴코의 엑스타운300은 적이 많다.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으나 300cc 내외의 중형급 스쿠터가 우리나라에서 사랑을 받고 있고, 올해 출시된 일제 브랜드 스쿠터와도 어깨를 나란히 하며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뜻 어려운 싸움일 것 같지만 킴코는 나름대로 스쿠터 개발에 대한 탄탄한 기반을 가지고 있다. 익사이팅, 다운타운 등 이 급에서 성공한 모델을 보유하고 있고, 이를 통해 기술적인 노하우도 충분히 가지고 있다.
특히 이번에 국내 판매를 시작하는 엑스타운300의 상품성은 경쟁모델 대비해도 나쁘지 않다. 게다가 소비자가 흔들릴 만한 가격 경쟁력을 내세우고, 준수한 달리기 성능과 편의성을 갖췄다.
차체 사이즈는 엑스타운 125와 동일하게 느껴진다. 엔진이 다를 뿐 대부분 공유하는 파츠로 구성되어 있다. 헤드라이트는 양쪽이 모두 점등되는 듀얼 라이트 방식으로 눈꼬리가 크게 올라간 형상, 날카로워 보인다. 눈꼬리 끝에 LED 주간주행등이 상시 점등되어 있어 존재감이 남다르다.
엔진 시동은 셀 버튼을 누르면 한 번에 쉽게 걸린다. 계기반은 듀얼 콕핏 식으로 나뉘어 있다. 왼쪽에는 속도를, 오른쪽에는 엔진 회전수를 알 수 있다. 차분한 흰색 폰트를 사용해서 정돈된 느낌을 준다. 가운데에는 디지털 액정이 있다. 여기에는 시간이나 주유 상태, 트립 미터 등의 정보가 표시된다. 정보 변경은 계기반에 내장된 버튼으로 할 수 있다.
시트는 낮고 핸들은 높은 자세로 한눈에 보기에도 누구나 부담 없이 탈 만하게 생겼다. 착석해보면 시트의 푸근한 승차감에 웃음이 절로 난다. 쇼파같은 푹신함이 마음에 들고 등받이는 한국인 체형에 꼭 맞춘 듯 적절한 위치에서 허리를 잡아준다. 핸들을 잡으면 아주 편안한 자세로 운전 자세를 취할 수 있다.
짧지도 길지도 않은 윈드스크린은 전방 시야를 많이 가리지 않는다. 일단 주행을 시작해 봤다. 125cc 버전을 시승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300cc의 배기량에서 오는 출력 차이가 제법 난다.
출발부터 묵직하게 토크가 나와서 스로틀을 비트는 대로 가속할 수 있어 좋다. 속도는 약 시속 100km 부근에서 엔진 회전수 6,000rpm을 마크한다. 이때의 주행성은 아주 좋다. 주행 중 재가속을 해도 엔진은 부드럽게 반응하면서도 힘이 있다.
문제는 6,000rpm 이상으로 끌어올릴 때, 즉 급가속을 주문했을 때의 일이다. 엔진음이 둔탁해지고 진동이 거세진다. 가속력 자체는 나쁘지 않으나 부드럽고 온화했던 조금 전까지와 완전히 딴판이다. 시속 140km까지는 달리는 데 무리가 없으나 유독 고회전에서 진동이 갑자기 거세지는 점이 시승 내내 거슬렸다.
급감속을 해봤다. 앞브레이크의 3피스톤 캘리퍼는 제동력이 충분하다. 뒷 브레이크도 훌륭하고 제동력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다. 노면이 미끄러우면 ABS가 빠르게 개입해준다.
일부러 모래가 깔린 길에서 급제동을 해봤다. 앞/뒤가 거의 미끄러짐 없이 안정감 있게 서준다. 보쉬 9.1M ABS가 값어치를 한다. 브레이크 레버는 좌우 모두 4단 조절되는 방식으로 손 크기에 맞게 너비를 변경할 수 있어 편리하다.
서스펜션은 평균적인 노면에서 무리 없이 작동한다. 하지만 과속 방지턱이나 울퉁불퉁한 요철을 주행 중에 만나면 의식적으로 감속하게끔 만든다. 댐핑이 무르고 작동 거리도 짧기 때문에 차체 하부를 통해 충격이 운전자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일상에서는 문제가 없지만, 스포츠 투어링 스쿠터라는 전제를 지키기에는 좀 무리가 있지 않나 싶다.
시트 아래 수납공간은 넉넉한 편이다. 풀페이스 헬멧 하나가 들어가고도 공간이 많이 남는다. 때에 따라서는 오픈페이스 헬멧 두 개를 동시에 수납할 수도 있다고 한다. 시트를 부드럽게 여닫기 위한 유압 댐퍼도 달려있다.
핸들 아래 수납공간은 다이얼로 돌려 열 수 있다. 열쇠로 잠그는 형태는 아니다. 휴대폰 등 전자기기 충전을 위한 아웃렛이 있고, 공간이 넓지는 않다.
핸들에는 기본적인 상하향 스위치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비상등 스위치도 기본 구성이다. 키 박스에는 여느 대만제 스쿠터가 그렇듯이 도난방지 목적의 셔터키가 적용됐다.
엑스타운300을 타면서 가장 감탄한 부분은 바로 핸들링이다. 이 부분만큼은 매우 완성도가 높다. 초기 선회하는 느낌이나 선회 중의 안정감이 발군이다.
이는 저속, 고속 코너링 할 것 없이 마찬가지로 놀랍다. 빅 스쿠터답게 무겁지만, 방향을 바꾸기 위해 일순간에 기운다던가 하는 불안감이 전혀 없다. 원하는 만큼 부드럽고도 예리하게 방향을 튼다. 오르막, 내리막 모든 상황에서 핸들링은 안정적이다.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던 부분에서 큰 감동이 왔다.
엑스타운300을 시승하면서 느꼈던 가장 쾌적한 속도는 시속 100km 전후다. 그 경계인 6,000rpm 아래에서는 엔진이 상당히 정숙하면서도 토크가 충분해 유람선처럼 부드럽게 달릴 수 있다. 그러다 코너가 나오면 스르륵 부드럽게 감아 들어갈 수 있다.
시내주행에서도 언제나 차량 흐름을 몇 발자국 리드하는 점이 매력이다. 125cc로는 둔했던 발놀림이 이제야 가벼워진다. 반면 급가속할 때의 진동은 여전히 신경쓰이며 그 진동을 서스펜션이 제대로 걸러주지 못하는 점이 마지막까지 아쉬웠다.
엑스타운300을 세워놓고 멀찌감치 바라보면 이니셜 X의 정체성을 강제로 주입하려는 듯, 테일램프의 ‘X&(39; 형상이 크게 돋보인다. LED로 밝혀지는 강렬한 인상은 뒷 차에도 엑스타운만의 특징이 잘 전달되리라 생각하지만 약간 튀는 경향이 있다.
널찍한 발판은 다리를 쭉 펴고 주행해도 불편함이 없을만큼 잘 설계되어 있다. 한국형 시트라고 해서 국내 총판인 바이크코리아에서 별도로 주문 제작하고 있는 시트다. 높이도 원래 것보다 낮고 앞부분 형상도 바뀌어 발 착지성이 좋고 안락하다. 단, 장거리 주행 시 탄력이 높은 기존의 시트가 나을 지도 모른다.
윈드스크린의 방풍성은 보통 수준이다. 약간 수그리면 바람이 거의 들어오지 않지만 보통의 편안한 자세라면 헬멧 근처로 조금씩 바람을 맞을 수 있다. 양쪽으로 잘 감싸지는 유선형이라 설계 자체는 훌륭하다.
가속력을 알아본다는 핑계로 산등성이에서 풀 스로틀을 자주 했는데도 연비는 상당히 높았다. 주로 배기량대비 고출력 엔진을 실은 킴코 스쿠터치고 선방이다.
전제가 거창하게도 스포츠 투어링 스쿠터라고는 하지만 국내 사용자는 주로 도심의 이동수단으로 쓸 것이고, 비중이 높지 않지만 간혹 레저용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겠다.
300cc라는 배기량과 넉넉한 차체, 훌륭한 핸들링과 안락한 거주성 등은 엑스타운300의 무기다.
같은 시장에서 판매를 다툴 동체급 일제 스쿠터가 스포티한 핸들링과 고속 주행안정성, 첨단 전자 장비를 무기로 세운다면, 엑스타운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범용성과 그동안 우리가 타왔던 ‘익숙한 감각의 스쿠터’라는 친근한 점이 장점이 될 수 있다.
소비자가격은 599만 원이며 판매하는 차체 색상은 한국인 기호에 맞는 무난한 무채색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국내에도 꽤 정착된 유럽형 빅휠 스쿠터와는 또 다른 의미를 가진 일상형 대중 스쿠터 엑스타운300. 편안함과 익숙함으로 승부하는 전통적인 형태의 스쿠터를 소비자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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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임성진 사진 임성진 김정아 jin)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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