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한 스포츠 스쿠터 티맥스, 이제는 안락한 투어링까지? 2017 야마하 티맥스DX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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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쿠터는 우리 일상생활 속에 녹아있는 편리한 이동수단이다. 대중적으로 스쿠터라 함은, 작고, 가벼우며 125cc 전후의 배기량을 가진 소형 이동수단을 말한다. 하지만 예외도 있다. 야마하 티맥스같은 스쿠터는 ‘이걸 과연 스쿠터 장르에 넣어도 되는 걸까?’ 싶을 정도로 고성능이다.
야마하 티맥스는 2000년 초반 스쿠터 시장에 등장하며 해당 장르를 파괴했다.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민첩한 소형 스쿠터, 혹은 배기량을 키워 편안함을 중시한 빅 스쿠터의 고정관념을 깨버렸다. 엔진은 500cc 클래스로 파워가 넘쳤으며, 무엇보다 프레임이나 서스펜션, 휠 사이즈 등 차체 설계가 레저용 빅 바이크 못지않은 본격적인 구성이었다.
시대를 거슬러 오면서 철제 강관 튜브 프레임이었던 섀시가 스포츠 바이크에 준하는 다이캐스트 알루미늄 프레임으로 바뀌고, 더 날렵한 외모와 더불어 배기량을 530cc까지 키우는 등 티맥스만이 할 수 있는 장기를 더욱 살리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
그런데 이번 신형은 방향성이 다르다. ‘티맥스 = 스포츠 스쿠터’라는 관념을 뒤집을 수 있을 만큼 ‘편안함’과 ‘안락함’에 초점을 두었고, 투어링 성능을 대폭 보강했다. 차체 설계는 스포티한 캐릭터로 시작해 고속 안정성을 강화한 GT 성격의 범용성을 확보하게 됐다. 신형 티맥스의 변화를 지금부터 면면히 살펴보자.
우리가 타 본 시승차는 국내 판매되는 티맥스 DX, 메인 컬러라 할 수 있는 푸른 빛깔의 ‘팬텀 블루’다. 이 외에도 리퀴드 블랙이라는 검은색도 있다. 장마철의 하이라이트인 소나기를 피해 시승차를 몰고 서둘러 교외로 나가려 했다. 강화된 투어링 성능을 체크하기 위해서다. 무엇보다도 짧은 시승시간을 도심에서 허비하기에 아까운 차종이기도 했다.
차로 폭이 좁은 신림 부근 남부순환로를 통해 도심을 빠져나가는 시간은 지루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반전이 있었다. 넘치는 파워를 주체 못할 것으로 예상했던 티맥스가 정체 속에서도 피곤하지 않은, 나긋나긋한 성격으로 바뀌어 있다. 이유는 드라이브 모드 추가에 있었다. 상급 기종에 쓰였던 드라이브 모드 셀렉터가 적용되면서, 평상시의 티맥스가 가졌던 빠릿빠릿한 캐릭터는 S모드로 즐기고, 느긋한 반응성의 부드러운 주행을 원한다면 T모드를 이용하면 되는 것이다.
사실 이런 변화를 설명하기 전에 가장 먼저 이해해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YCC-T(야마하 칩 컨트롤 스로틀)라 불리는 야마하 전자 스로틀 시스템이다. 이 역시 야마하의 상급 스포츠 기종에 적용된 장비 중 하나다. 연료 분사 입력을 전자식으로 해치우면서 훨씬 정확하고 정밀한 스로틀 입력이 가능해진 것이다. 하지만 스로틀 그립 부위를 살펴보면 여전히 케이블이 연결되어 버터플라이 밸브를 직접 여닫는 방식으로 기존의 스로틀 조작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전자제어 스로틀 시스템 덕분에 드라이빙 모드를 구현하게 된 티맥스는 두 가지 성격을 갖춘 바이크가 됐다. S모드와 T모드 단 두 가지 모드뿐이지만, 이 이상의 분류가 필요없다고 느낄 만큼 구분이 명확하다. 두 모드의 최대출력은 변화가 없어 보이나, 그 과정에서 큰 차이가 있다.
T모드는 특히 티맥스 특유의 예민하고 날카로웠던 초기 스로틀 반응을 무디고 부드럽게 다듬어 놨다. 툭툭 튀는 듯한 반응은 스포츠 라이딩 시 즐거울 수 있지만, 앞차 흐름을 따라가야 하는 일반적인 도심 주행이나 장거리 주행 시 피곤할 수 있기 때문이다. 티맥스로 약 2년간 도심에서 출퇴근을 했던 기자로서는 무척 반가운 일이다. ‘티맥스를 이렇게 편안한 마음으로 탈 수 있다니!’ 하며 미소 짓게 됐다.
또 한 가지 이슈는 서스펜션의 변화다. 특히 리어 쇽 옵저버의 경우 멀티 링크식으로 변경되어, 충격 흡수 움직임이 무척 부드럽고 관용적이다. 이는 저속에서 10미터만 주행해도 알 수 있는 부분인데, 앞 서스펜션 또한 적당히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운 움직임이 돋보여, 안정감이 놀랍게 향상됐다. 정체 상황에서 저속으로 속력을 유지할 때도 차체 밸런스가 크게 무척 안정되어 컨트롤하기가 수월했다. 중량 222kg의 큰 차체를 잊게 할만큼 마음 먹은대로 움직였다.
라이딩 포지션은 더욱 편안해졌다. 특히 시트 앞부분의 쿠션도 이전보다 푹신해져 좋았다. 시트는 무척 평평하고 안락한 디자인으로 바뀌었다. 널찍한 시트는 주행 중 편안한 대신, 발 착지성은 여전히 좋지 않다.
그래도 좋은 점은, 앞/뒤로 공간이 넓어 다양한 신체 조건의 라이더가 적응하기 좋고, 발판 공간이 길어 다리를 쭉 펴고 주행하기 좋다. 요추가 닿는 부분에는 스톱퍼가 허리를 잘 지지해 준다. 리어 시트 역시 무척 편안하고 넓다.
교외로 나가자 자동차 행렬에서 벗어나 성능을 만끽할 수 있게 됐다. 드라이브 모드를 S로 바꾸면 우리가 알고 있던 ‘짱짱한’ 엔진감각의 티맥스를 만날 수 있다. 전자제어 스로틀로 더욱 반응이 즉각적이다. 초반부터 맹렬하게 튀어나가는 가속력은 스쿠터로 맛보기 힘든 성능. 어지간한 대배기량 매뉴얼바이크로도 바쁘게 기어를 바꿔주어야 함께 달릴 수 있을 만큼 폭발적이다.
계기반은 좌, 우가 각각 엔진 회전계와 속도계로 나뉘어 있고, 가운데에 디지털 창에는 각종 운행 정보나 편의장비 작동여부가 보인다.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스포츠성이 높은 스쿠터에도 ECO 램프가 적용됐다는 것이다. 엔진 회전을 낮게 사용하면 켜지고, 약 5,000rpm을 넘어서면 꺼진다.
실제 가속도 약 5,000rpm 전후로 본격적이다. 부스터가 터지듯 맹렬하게 회전이 오르면서 큰 덩치의 티맥스를 가속하는데, 시속 120km까지는 순식간에 붙는다. 엔진 힘만으로도 최고속도는 160km/h 이상까지 오른다. 일반적으로 도로에서 달릴 때 평균적인 속도인 60~100km/h 영역대에서 가속력이 특히 좋다. 무게중심이 낮아서 어떤 속도에서도 좌우로 방향전환이 쉽고 예리하다. 브레이킹 성능도 충분해서 얼마든지 원하는 대로 감속할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티맥스를 타면 자신감이 넘쳐 자기도 모르게 난폭하게 운전하게 되나보다. 반대로 얘기하면 그만큼 언제든지 ‘스피드를 컨트롤 할 수 있다는 안도감’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차체 설계의 치밀함이 밑바탕되어 있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이전 모델에 비해 확연히 달라진 것은 고속에서의 높은 안정감이다. 한층 부드러워진 움직임을 가진 섀시 세팅과 서스펜션의 구조적 변화 등은 투어링에 집중한 티맥스 DX의 가장 큰 매력이자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시승 중에 큰 소나기를 몇 번이나 맞았는데, 순간 물바다가 된 도로에서 시속 150km 이상으로 주행하면서도 조금도 불안감을 느끼지 못했다. 고속에서의 높은 차체 안정감이 심리적인 자신감 측면에서도 큰 도움을 준 것이다. 기존 구형 티맥스들이 단거리 스프린터다운 강렬한 스포츠 성능에 집착했다면, 티맥스 DX는 좀더 편안하게 먼 거리를 마음놓고 달릴 수 있는 GT(그랜드 투어러)가 되어 있었다.
구불구불한 고갯길을 지나면서 티맥스의 스포츠 성능은 여전함을 느꼈다. 다만 성향이 조금은 바뀌었다. 약간은 긴장 상태로 스포츠 자체에 몰입하는 라이딩에서, 마치 위에서 내려다 보듯 느긋하게 즐기는 스포츠 라이딩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전자제어 스로틀은 기존 방식보다 더 기민하게 반응하지만, 원하지 않는 움직임을 일체 하지 않기 때문에 ‘신경질적인’ 수식어와는 전혀 다르다. 보다 섬세해진 스로틀 워크가 가능해져 코너링 중에도 가감속을 아주 미세하게 컨트롤 할 수 있고, 이런 점이 스포츠 라이딩을 더욱 여유있게 즐기게 만들었다.
또 최종 구동 벨트 직경이 작아지고 소재가 카본 파이버로 변경돼, 선회 운동성에 영향을 미치는 스프링 이하 중량의 무게가 줄었다. 속도가 안 나고 경사가 급한 숏 코너를 중심으로 고속 롱 코너까지 하체의 움직임이 한결 가벼워진 것은 이런 작은 점이 모여서 나타나는 결과다.
브레이크의 경우 앞은 래디얼마운트 캘리퍼가 적용되었고, 더블디스크로 제동력은 충분하다. 브레이크 레버는 조절식으로 손 크기에 맞춰 조절할 수 있다. 일반 스쿠터와 달리 매뉴얼 스포츠 바이크처럼 뒤보다는 앞 브레이크의 제동력에 의존하는 타입으로, 강한 브레이킹에도 대구경 도립 포크가 강성을 충분히 받쳐주고 있다.
코너링이 많은 와인딩 코스를 주행하면서 내내 느낀 것은 스포츠 투어링 바이크를 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 파워가 넉넉하니 가속을 원할 때 확실히 가속해주고, 섀시나 서스펜션 반응은 노면의 상황을 어느 정도 전달해 주면서도 불안하지 않게 알아서 처리해주는 느낌. 어떤 돌발 상황에서도 대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연결된다. 풍류를 즐기게 되는 스포츠 라이딩이랄까? 소위 ‘알차 잡는 티맥스’로 혈기 왕성했던 이 녀석, 훨씬 성숙해졌다. 이는 단순히 스포츠 성능의 한계에 올랐다기보다는 레저용 빅 바이크로서의 활용성, 한편으로는 곧 20주년을 맞을 베스트셀링 바이크로서의 연륜을 의미한다.
차체 전반에 걸친 변화는 기본이고, 투어링 성능에 초점을 맞춘 고급 편의장비도 대거 채용됐다. 특히 버튼 하나로 오르락내리락하는 전동 윈드스크린이 백미다. 최고 135mm까지 높이가 조절되는 이 스크린은 새로워진 티맥스의 성격을 대변하기도 한다. 가장 낮은 높이는 기존의 구형 티맥스와 마찬가지로 시야가 탁 트이고 주행풍을 어느 정도 허용하지만, 가장 높은 높이로 조절하면 투어링 바이크처럼 방풍성이 비약적으로 높아져, 머리 위로만 바람이 지나갈 뿐 고요하다. 티맥스로 이렇게 고요함을 느껴본 적이 있던가? 놀라움에 자문해본다.
열선이 들어간 핸들그립과 시트(앞자리만)도 기본사양이다. 컨트롤은 왼쪽 핸들부에서 할 수 있는데, 버튼은 대형 투어링 바이크 FJR1300에서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큼지막한 버튼 사이즈로 주행 중 누르기 좋은 점은 마음에 들지만, 한편으로 티맥스의 날렵한 이미지에 비하면 다소 투박한 디자인이 아쉽다. 전용 설계였다면 어땠을까 싶다.
전자제어 스로틀이 준 혜택은 드라이브 모드 말고도 또 있다. 크루즈 컨트롤이다. 장시간 라이딩 상황에서 손목의 피로를 잊게 해 줄 아이템. 이런 장비가 스쿠터에 채용될 줄이야! 사용해보니 투어링 바이크의 그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시속 40km 이상은 달려줘야 작동하는데, 장거리 시승 중에도 아주 요긴하게 쓰였다. 윈드 스크린을 최대치로 높이고, 스로틀을 놓고도 시속 150km로 고속 순항하는 여유는 기존 빅 스쿠터에서 찾아볼 수 없는 장면 아닌가.
작은 마을 정자 앞에 세우고 트렁크에 이런저런 음료수나 먹을 것을 사 넣기 위해 공간을 살펴봤다. 시트 아래 수납공간은 대폭 늘어 오픈페이스 헬멧 2개를 넣을 수 있는 수준으로 확장됐다.
풀페이스 헬멧을 하나 넣으면 공간이 많이 남는다. 여기에 촬영 장비가 담긴 가방과 음료, 우비 등을 넣고도 여유있게 시트가 닫힌다. 많은 짐을 깔끔하게 수납하니 몸이 가볍다. 역시 이 맛에 빅 스쿠터를 탄다.
핸들 아래 포켓에는 500ml 페트 하나가 쏙 들어갈 만한 수납공간이 있고, 케이블을 연결하면 충전이 가능한 시가잭도 있다.
스마트키로 작동되는 많은 버튼은 핸들 부의 주행관련 조작버튼을 제외하고도 시트, 주유구 오픈, 잠금장치 활성화 등 네 개가 더 있다. 처음에 마주하면 ‘이 버튼들은 언제 누르면 될까’하고 잠시 머뭇대지만 사실 타보면 상식선에서 작동할 수 있는 수준이므로 염려하지 않아도 좋다.
키는 주머니에 소지한 채로 스쿠터에 접근하면 모든 기능을 활성화할 수 있으며, 만약 거리가 멀어지면 경고음을 내 아직 스쿠터 전기장치가 작동하고 있다고 알려준다. 파킹 브레이크는 기존과 마찬가지로 기계식(와이어)이다.
별다른 피로감없이 와인딩 코스와 풍경 좋은 지방도를 겸한 강원도 일대를 둘러보니 티맥스의 라이딩 영역 확장이 확실히 체감된다. ABS와 트랙션 컨트롤을 기본으로 드라이브 모드 셀렉터, 전동 윈드 스크린과 스마트키, 대형 트렁크 등 편의장비가 대폭 증가한 티맥스 DX. 실제로는 스포츠 사양의 SX도 출시되고 있지만 현재 국내에는 DX만 판매 중이다. ‘독보적인 스포츠 성능을 가진 맥시 스쿠터’의 대명사 티맥스가 오랜 시간 다져온 입지를 기반으로 이제는 투어링 바이크로서의 가능성까지도 충분히 증명해보였다.
다소 부드러워진 외모와 온화한 성품으로 변신한 2017년형 티맥스 DX는, 이제 별도의 브랜드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만큼 성장한 티맥스만의 연륜과 경험이 드러나는 제품이다. 더 이상 맥시 스포츠 스쿠터 카테고리에 한정지을 수 없으며, 확고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고급 편의장비를 강화한 스포츠 투어링 스쿠터로 볼 수 있다.
구형부터 세대별로 이 기종을 소유해본 사람으로서 이번 신형 티맥스의 변화는 감회가 새롭다. 예상치 못한 투어링 영역 확장으로 더 많은 연령층의 다양한 사람이 티맥스의 ‘앙칼짐’에 주눅들지 않고 접근할 수 있게 된 것을 환영한다. 가격은 1,550만 원으로 기존과 큰 차이는 없다. 어찌됐든 일반인 입장에서 스쿠터 기반의 제품에 이만큼 가치를 투자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티맥스를 단지 고성능 스쿠터로 볼 것이냐, 만능 맥가이버 나이프로 볼 것인가는 생각하기 나름이다. 하지만 하나의 카테고리에서 거의 완벽했던 제품에 부가가치를 만들어냈다는 측면, 그리고 결과적으로 한 단계 더 높아진 완성도 측면에서는 충분한 가치를 제공한다. 그 가치만 놓고보면 가격 이상이다.
높은 스포츠 성능뿐 아니라 투어링 시장까지 비집고 들어간 티맥스 DX 덕분에 이제 경쟁자들은 치명적인 대안을 내놓지 않으면 곤란하게 됐다. 혈기왕성한 젊은이뿐 아니라 여유를 즐기고픈 중년까지 섭렵할 티맥스는 보다 더 넓은 영역을 다루며 영리하게 시장성을 확보하고 있다. 더 이상 바뀔 것이 없겠다 싶으면서도 매번 새로운 영감을 주는 티맥스, 국내에서는 이미 반응이 뜨겁다.
글
임성진 사진 김정아 임성진 jin)ridemag.co.kr
제공
라이드매거진(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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