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듬뿍 가미한 빅 스쿠터, 스즈키 버그만 400 쿠페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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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라이드매거진
댓글 0건 조회 880회 작성일 18-08-13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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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쿠터는 보통 이동의 편의성이나 혼잡한 도심에서의 유용하고 합리적인 비용의 이동수단으로 표현된다. 좀 더 크기가 빅 스쿠터는 안락한 승차감과 넓은 수납공간, 한층 고급스러운 주행 장비로 여러 장점을 가진다. 그런데 거기에 스포티한 주행 스타일을 더한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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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그만 400은 125, 200에서 시작돼 650으로 마무리되는 프리미엄 빅 스쿠터 라인 버그만 시리즈의 둘째 역할을 맡고 있다. 스즈키가 추구하는 버그만의 콘셉트는 그냥 그런 합리적인 스쿠터가 아니라 고급형 승용 스쿠터다. 도심에서의 안락한 커뮤터이자 레저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넉넉한 주행성을 특기로 내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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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들은 브랜드가 주장하는 이야기이고, 그렇다면 우리가 느끼는 버그만에 대한 일반적인 소감은 어떨까? 대부분이 넓고 안락한 차체와 넓은 수납공간에 대한 푸짐한 인상을 떠올린다. 역대 버그만 시리즈의 수납공간은 체급에 관계없이 풀페이스 헬멧 2개가 들어가고도 남는 이상적인 광역 수납공간이 큰 특징이자 강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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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버그만 시리즈가 이런 장점들을 얻는 대신 잃는 것도 있었다. 차체가 과하게 비대했고 이로써 날렵한 디자인을 잃었으며 안락한 승차감 위주의 세팅은 장르 불문하고 퍼포먼스의 기본기를 잃지 않으려는 스즈키의 기본 철학과는 상반되는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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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신형 버그만 400의 변화는 상당히 극적이다. 강력한 엔진을 기반으로 파워는 줬지만 안락한 승차감으로 스포티한 맛을 희석시킬 수밖에 없었던 기존 버그만 시리즈의 성향을 완벽히 스포티한 빅 스쿠터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버그만 400 뒤에 ‘쿠페’라는 닉네임을 슬쩍 가져다 붙인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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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무광 검정 컬러의 버그만은 색상 때문인지 기존보다 더 날렵해 보였다. 특히 전면부터 후면까지 완벽히 ‘스포츠 스쿠터’라는 느낌을 강조하는 듯한 면면들이 고스란히 드러났으며 특히 거대한 수납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좌우로 펑퍼짐했던 엉덩이가 탄탄하게 올라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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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 바닥에 깔리는 낮은 차체는 흡사 스포츠 쿠페 자동차를 보는 듯하다. 시트에 앉아보면 그 낮기를 실감할 수 있다. 시트고가 단 755mm로 빅 스쿠터치고 상당히 낮아 174cm의 키를 가진 시승기자도 여유있게 양 발을 바닥에 붙이고도 무릎이 굽혀진다. 게다가 발판을 슬쩍 오려놓은 듯한 커팅 플로어보드가 더욱 편안한 발 착지성을 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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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차위치가 전반적으로 낮아서인지 핸들을 잡아보면 어깨가 다소 올라간다. 이는 버그만 시리즈들이 전통적으로 낮은 시트와 높은 핸들을 기반으로 설계돼 느끼는 점이다. 허리를 꼿꼿이 펼 수 있어 좋기도 하지만 착석 위치에 비해 높은 핸들을 어색하게 느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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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 특유의 길고 뾰족한 키를 홀에 끼워넣고 돌리면 계기반이 작동한다. 자동차의 계기부를 보는 듯 정갈하게 정돈된 모습은 합리성을 목적한 일반적인 소형 스쿠터와는 비교를 불허하는 고급스러움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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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면 단기통 400cc에 이르는 피스톤이 움직이며 ‘두두두’하는 맥동감을 울려온다. 다만 진동 억제 설계가 잘 되어 있는 덕인지 손끝으로 오는 진동은 거의 없다시피하고, 엉덩이로는 시트 아래에서 엔진이 살아 움직이는 것을 느낄 수 있을만큼 적당한 진동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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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로틀을 쭉 감아서 출발해보면 감탄사가 나온다. 뒤에서 밀어붙이는 듯한 토크가 상당히 세게 느껴진다. 스로틀 직결감은 CVT 답지 않게 확실하다. 유격은 별로 느껴지지 않고 스포티하게, 때론 폭력적으로 가속할 수 있다.

스로틀을 왈칵 열어젖히면 시속 120km까지는 순식간이다. 빅 스쿠터는 보통 엔진이 크지만 상대적으로 무게 또한 무겁기 때문에 가속 자체가 스포티하다고 느끼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버그만 400의 가장 즐거운 점이 가속이었다. 그만큼 엔진의 살아있는 듯한 토크나 두툼한 가속감은 뇌리에 남을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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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 출발 가속시 화끈함과 넉넉한 배기량을 생각하면 언제까지고 달려나갈 것 같지만, 폭력적으로 가속하는 기세는 금세 수그러든다. 시속 140km 이상도 달릴 수 있지만, 고속영역에서는 가속대신 타력으로 나아가듯이 속력을 유지한다. 버그만 400은 시속 120km 아래의 상식적인 속도영역에서는 정말 즐겁지만 그 이상의 고속 영역까지 자극적으로 유지하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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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 코너가 연속되는 커브길에서는 확실히 즐겁다. 큰 덩치가 무색하리만큼 쉽게 좌우로 차체를 넘길 수 있고, 가속은 언제나 화끈하게, 스포츠 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 아마도 빅 스쿠터 장르에서 이렇게 스포츠 라이딩이 즐거운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낮은 차체는 의외로 뱅킹 한계가 높아 걱정없이 달릴 수 있었고, 엔진과 서스펜션 등 무거운 부품이 완전히 차체 바닥에 깔려있는 설계를 가진 덕에, 속도가 높아도 코너링을 시작하는 데 저항감이 거의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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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감이 호쾌한 엔진과 더불어 한 가지 더 높이 치고 싶은 것은 무르지도 딱딱하지도 않은 서스펜션의 설정이다. 7단 프리로드 설정이 되는 수평형 링크식 리어 서스펜션은 스포츠 라이딩 시 매뉴얼 스포츠 바이크와 굉장히 유사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표면이 두꺼우면서도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된 스포츠 시트가 엉덩이를 잘 잡아주고, 과격한 라이딩에도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고 유지해준다. 30mm까지 전 후 이동이 되는 등받이도 몸에 딱 맞는 라이딩 포지션을 찾는데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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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쿠터에서 내려 수납공간을 살펴봤다. 이전 세대 버그만의 넓디넓은 수납공간에 비하면 좀 작아졌지만 여전히 동급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시트 아래에는 42리터 공간으로 풀페이스 헬멧과 오픈페이스 헬멧을 2개 수납할 수 있다. 핸들 아래 커버를 열면 글러브나 500ml 음료수 등 간단한 소지품을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전자장비 충전을 위한 12볼트 충전 포트도 기본으로 마련되어 있고, 파킹 브레이크와 같은 장비는 언덕에서 안심하고 주차해 놓을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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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장착된 던롭 스포츠 타이어는 높은 스포츠성을 제공하는 데 도움을 준다. 브레이크 시스템은 2포트 캘리퍼와 듀얼 디스크에 ABS시스템이 접목된 형태로 평범하고도 충분한 구성이다. 실제 필드에서 사용해 보면 스즈키가 늘 그렇듯 절대 과민하지 않고 레버를 강하게 쥘수록 이해하기 쉽게 제동력이 올라가는 타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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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쉬웠다. 길들이기가 안 된 상태라 해도 초기 제동력은 다소 부족하다고 느꼈다. 어떠한 속도에서도 강력하게 노면을 박차고 나가는 엔진의 탁월한 순간 토크에 비하면 이렇게 부드러운 제동력은 역시 아쉬운 설정이다. 무게 중심이 뒤로 쏠려있는 스쿠터 설계상 리어 브레이크가 오히려 기민하게 잘 작동했고 반응이 빨라 스포츠 주행을 할 때 더 애용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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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변화를 겪은 버그만 400을 다시 타보니 감개무량하다. 원래 예전의 버그만 400은 출렁거리는 듯한 승차감과 강력한 엔진 파워의 묘한 조합이 독특한 매력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제대로 된 정체성을 찾았다. 안락한 승차감과 넉넉한 주행성은 윗 급 버그만 650에게 완전히 바통을 넘긴 듯했다. 대신 아래급인 125나 200 클래스의 부족한 카리스마를 스포츠 쿠페 콘셉트를 통해 훌륭하게 구현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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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통 400cc 엔진의 폭발적인 순간 토크, 낮은 차체와 스포츠성을 목표한 설계로 민첩한 핸들링을 갖춰 스포츠 스쿠터가 갖춰야 하는 점을 모두 섭렵했다. 빅 스쿠터란 안락해야 한다는 점을 기본으로 두면서도 스포츠 콘셉트를 더한 버그만 400은 애초에 스포츠성과 안락함 두 가지 목적을 양립하는 것이 개발 목표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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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을 통해 느낀 바로는 정확히 50:50은 아니었다. 안락함보다는 스포티한 쪽으로 무게가 약간 기울었다고 느꼈다. 줄어든 수납공간 대신 날씬한 몸매를 얻었고, 강력한 엔진과 가벼운 핸들링 특성으로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대로 움직이는 것은 빅 스쿠터에서 가능한 스포츠 라이딩의 즐거움을 충분히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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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그만 400이 가진 원래의 콘셉트처럼 상반되는 양쪽의 성격을 다 만족하기란 어렵다. 어느 접점에서는 약간의 양보를 통해 균형을 갖춰야 하는데, 버그만 400의 밸런스를 경험해보니 어떤 라이프스타일의 라이더라도 평균 이상의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확신이 든다. 더불어 버그만 400의 변화를 계기로 스즈키 버그만 시리즈 전체의 균형도 비로소 확고해졌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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