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적한 중형 스쿠터 SYM 크루심 300i ABS, 구성이 탄탄한 알짜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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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이 닥쳤다. 몸이 모두 드러나는 모터사이클을 타고 도로를 달리는 것은 보통일이 아니다. 라이딩 기어는 물론 패딩 점퍼나 방한용품을 단단히 차려입고 나가지 않으면 쉽지 않은 도전이다.
시승기자도 평소 모터사이클 라이딩을 종종 즐기기는 하지만 추위를 뚫고 굳이 라이딩을 즐기지는 않는다. 정 필요하면 할 수 있는 장비를 모두 갖추고 30분 이내로 일을 해결하고 돌아오는 편이다.
하지만 춥다고 해도 그 이면에 있는 모터사이클만의 편의성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예를 들면 문 앞까지 이동할 수 있는 편리함, 그리고 정체가 심한 도로에서 주파성을 발휘한다던가, 훨씬 적은 연료로 시내를 이동할 수 있다던가 하는 것들 말이다.
특히 날씨가 추우면 추울수록 따뜻하게 이동하고 싶은 이들이 자동차를 몰고 나오기 때문에 도로는 더욱 혼잡해지고, 출퇴근 시간이 되면 말할 것도 없이 복잡하다. 길 위에 시간 낭비는 물론 출퇴근 자체로도 스트레스가 추가되는 것이다. 그런데 모터사이클은 그런 것이 아무래도 적다.
그 대안으로 스쿠터를 들 수 있다. 스쿠터는 일반형 모터사이클 보다는 신체가 많이 가려진다. 일단 주행풍으로부터의 노출이 훨씬 적다. 큰 면적의 윈드 스크린은 물론, 차체 카울링이 모두 전면에서 오는 바람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기온이 차가운 것까지 막을 수는 없지만, 직접적으로 차가운 주행풍이 몸에 닿지는 않게 할 수 있다. 차체가 큰 빅 스쿠터라면 더욱 좋다.
오늘 소개할 스쿠터는 SYM의 크루심(CRUISYM) 300i ABS이다. 이 모델은 그간 인기를 끌며 중형급 빅 스쿠터 카테고리에서 선전했던 조이맥스의 혈통이다. 같은 엔진을 쓰지만 유로4 사양이 적용되어 제원상 출력이 약간 떨어졌다. 치열해진 글로벌 중형 스쿠터시장에 경쟁력을 갖추고자 완전히 새롭게 업데이트 된 모델이다.
SYM은 크루심을 두고 크로스오버 맥시스쿠터라고 칭하고 있다. 그 주장은 외관을 두루 훑어보면 이해가 되는 편이다. 약간은 어드벤처 모터사이클과 같은 느낌의 디테일이 곳곳에 숨어있고, 빅 스쿠터 이미지를 벗어나 더 와일드하고 강인해 보이려는 노력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시승차를 처음 인도받았을 때 슬며시 감탄이 나왔다. 조이맥스300i도 충분히 상품성이 높았지만 외모부분에서 더욱 경쟁력을 갖추고자 했다는 것이 단번에 느껴졌다.
SYM은 도심주행과 스포츠 주행의 장점을 두루 갖춘 다기능 스쿠터로 크루심을 출시했으며, 외부적으로는 어드벤처 요소를 첨가한 투어링 스쿠터를 지향했다.
앞모습부터 찬찬히 살펴보면 상당히 섬세한 터치를 여러 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55와트 출력으로 먼 거리까지 쉽게 비추는 듀얼 프로젝션 헤드라이트는 하향/상향 변환이 재빠르고 광량이 좋았다. 그리고 눈썹처럼 양쪽으로 그려진 흰색의 LED 포지션 램프는 독특한 인상을 준다.
독특한 것은 방향 지시등의 위치인데, 사이드 미러 고정대에 설치되어 있으며 LED 방식으로 작고 깔끔하게 처리됐다. 밝기는 충분하며 마치 애프터마켓 용품을 설치한 것처럼 독특하면서도 일체감이 좋다. 의외의 만족감을 주는 요소다.
사이드미러는 대형 타입으로 후방이 아주 잘 보이고, 주행 중 떨림이 적어 시야가 말끔하다. 기존 조이맥스와 달리 방향지시등과 백미러가 분리되어 있으므로 혹여나 제자리에서 실수로 넘어지더라도 방향지시등이 손상될 위험은 줄어들었다.
시트는 빅 스쿠터답게 넓고 안락하다. 쿠션감은 탄탄한 편이며 넓이가 넓고 봉제선이 정확히 위치해서 엉덩이를 감싸는 밀착감이 좋다. 요추받침대가 별도로 있지 않지만 장시간 주행에도 불편함이 없었고, 특히 높이가 760mm 수준으로 매우 낮아서 빅 스쿠터 특유의 넓은 시트로 정차시 발을 딛기가 어려운 점을 상당히 해소해 주었다.
신장 174cm 기준 남성이 앉았을 때 발뒤꿈치가 살짝 들리지만 양발이 모두 안정적으로 착지가능하다. 이 덕분에 다른 빅 스쿠터에 비해서 시내주행할 때 안심감이 아주 좋았다.
키는 일반적인 아날로그 타입으로 7가지 기능이 포함된 다기능 키 홀과 작동한다. 키는 꽂은 채로도 시트를 열거나 주유구를 열고 핸들락을 채우는 등 다양한 동작을 할 수 있다. 셔터 키 기능이 있어서 도난방지 기능도 한다.
시트가 낮음에도 발판과의 단차 높이가 짧지 않아 라이딩 자세가 매우 편안했다. 엔진은 1,500rpm 정도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스로틀을 돌리면 슬슬 전진하는데, 300cc급 단기통 치고는 진동과 소음이 크지 않았다.
부드럽게 출발하면 넉넉한 엔진 토크를 무기로 쭉쭉 밀어붙이는 힘이 매력적이다. 호쾌하다고 표현할 정도는 아니지만 충분히 쾌적하다. 차량 주행 흐름을 리드함은 물론이고 전혀 답답함이 없는 가속력을 내주는 가운데 진동이나 소음은 적은 편이다. 그런 느낌들이 모여서 부드럽고 쾌적하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크루심은 발판 구성이 잘 되어있다. 시승했던 날은 도심 주행 시승을 마친 뒤 한가로운 교외로 나가서 고속 주행도 해보고 노면이 좋지 않은 시골길이나 와인딩 코스도 달려봤는데, 하루 종일 시간 내내 주행했음에도 발판의 자유도가 높아서인지 하체의 불편함이 적었다.
발판은 앞쪽으로 130도로 기울어진 크루징 모드, 평평한 가운데의 일반 모드, 그리고 가속 주행을 위주로 차체를 홀딩하기 위한 액셀레이션 모드로 구성되어 있다. 거창한 설명이지만 쉽게 말하면 투어링 시 편안하게 다리를 앞으로 쭉 뻗거나 혹은 무릎을 굽혀 차체를 홀딩하며 와인딩도 안정감있게 즐길 수 있다는 뜻이다.
시승 기자는 키가 크지 않으므로 거의 일직선에 가깝게 다리를 펼 수 있어 쾌적했다. 마치 크루저를 타는 기분으로 스쿠터 라이딩을 즐길 수 있었다.
흔히 스쿠터에 최고속도를 물어보기에 미리 말하자면 최고속력은 충분히 난다. 시속 140km까지는 힘들이지 않고 달릴 수 있다. 그 이후는 타력주행으로 속력을 높일 수 있다.
그런데 엔진 특성이 실용영역에 아주 잘 맞춰져 있어서 그런지 시속 80km 정도로 정속주행하는 것이 아주 매끄럽고 쾌적했다. 부담없는 레저 모터사이클로 써도 괜찮겠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엔진은 잘 다듬어져 있다. 순간 가속력이 충분하고, 최고속도까지 이르는 과정도 매끄러웠다.
거기에 화룡점정이 된 것은 고급 파츠같이 생긴 대형 윈드스크린이다. 사외품보다도 더 멋지고 방풍성능이 우수했으며 차체와의 일체감도 좋다.
2단계로 수동 조절할 수 있는 이 윈드스크린은 높은 위치로 뒀을 때 거의 투어링 모터사이클에 가까운 수준의 방풍성능을 보여줬다. 높은 방풍성에서 오는 쾌적한 주행능력은, 공기역학적으로 다듬어진 카울링과 더불어 전반적으로 이 스쿠터의 이름이 크루심(CRUISYM)이라는 것에 대한 의구심이 쏙 들어갈만한 장점이다.
편의장비를 더 살펴보면, 시트 아래의 넓은 수납공간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풀페이스 헬멧이 두 개 수용되는 이 공간은 활용도가 좋다. 가운데에는 트렁크 내부를 비추는 조명도 마련되어 있고, 무겁고 넓은 시트의 쉬운 개폐를 위해서 댐퍼가 달린 지지대가 설치되어 있다.
앞 글로브 박스를 열어보니 12볼트 아웃렛과 USB 충전 포트가 있다. 아쉽게도 핸들 좌측 공간은 글로브 박스가 아니라 배터리 장착 공간이다.
키를 돌려 주유구를 열면 발판 사이로 솟은 돔 모양 이너카울에서 덮개가 열리며 주유용 입구가 드러난다.
계기부는 5각형으로 분리된 아날로그 계기반과 가운데의 디지털 액정으로 구성된다. 주유량이나 거리계, 시계나 전압계 등이 요목조목 표시되고, 딱히 고급스러운 인상은 없지만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은 구성이며 시인성도 훌륭하다.
제동력은 무난하다. 앞 260mm, 뒤 240mm 디스크 브레이크를 장착했으며 ABS는 기본적용되어 있다. 195kg의 차체중량을 세우기에는 부족하지 않다. 안전을 생각해서인지 ABS는 작동 개입 시점이 다소 이른 편이다.
브레이크 레버 터치감은 평범하지만 중형 스쿠터임에도 레버 간격 조절장치가 없다는 점은 좀 아쉽다. 튜닝품목으로 간단히 교체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기는 하다.
타이어는 앞 120mm 폭에 14인치 휠을, 뒤 140mm에 13인치 휠을 사용한다. 저속, 고속 할 것 없이 안정감있는 주행성을 보여줬다. 듀얼 리어 쇽이 적용된 뒷 서스펜션은 저속에서 방지턱을 넘는 등 요철을 통과할 때 스프링 반발력이 강해 조금 불편했으나, 고속으로 주행할 때는 단단하게 느껴졌고 출렁대지 않아서 좋았다.
수랭 278.3cc 단기통 엔진은 최대출력 27.3마력으로 유로4 적용으로 조금 감소했고, 토크는 2.80kgf-m이다. 출발부터 최고속까지 매끄러우면서도 충분히 힘 있는 가속이 매력적이다. 시승 내내 좋다고 생각했던 점은, 체급 대비 엔진의 진동과 소음이 적은 편이고 큰 차체와 방풍성능이 뒷받침되어 전반적인 주행품질이 상당히 고급스럽다는 점이다.
스포츠 주행성도 특출나지 않지만 쓸만했다. 스쿠터의 한계만 감안한다면 스포츠 투어링 정도는 충분히 즐길 수 있으며 단기통 엔진 설계답게 차체 또한 코너링 시 기울이는 과정이 매끄럽고 경쾌하다. 애초에 출력이 과하지 않으므로 한겨울 영하의 노면 위에서도 불안감도 없고 움직임에 자신감이 넘친다.
큰 기대없이 시작한 시승이지만 의외의 매끄러운 주행품질에 놀랐고, 무엇보다 외모상으로도 디테일에 신경쓴 점(예를 들면 사소한 부분에도 각을 파고 곡선을 추가하거나 카본 패턴을 넣어 미적인 부분을 배려한 점)들이 눈에 들어오면서 점차 감탄하게 됐다.
구석구석 살펴봐도 조립품질이 상당한 수준이며, 여전히 대만제 스쿠터는 쓸 만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인상깊었다.
크루심은 스쿠터가 가장 필요로 하는 부분, 이를테면 주행의 쾌적성이나 기동성, 그리고 빅 스쿠터로서 갖춰야 할 방풍성, 수납성 등 기본적인 부분에 충실하다. LED 헤드라이트나 트랙션 컨트롤 같은 멋진 편의장비는 없지만 존재가치를 봤을 때 별로 신경쓰이지 않게 된다. 플러스 알파로 외모도 상당히 건실해졌다. 어디에 세워놔도 존재감이 있고 고급스러워 보인다.
색상은 시승차의 매트 블랙, 화이트, 매트 그레이 세 가지로 준비된다. 소비자 가격은 669만 원으로 기존의 조이맥스보다도 저렴하다. 이 정도면 가격대비 가치로 볼 때 수준급의 경쟁력을 가진다. 겉과 속이 알찬 중형 스쿠터 크루심을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믿을만하며, 매우 쾌적한 빅 스쿠터’다.
글
글 임성진 / 사진 장낙규 임성진 jin)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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