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에 얽매이지 않는 당신을 위해, 두카티 스크램블러 데저트 슬래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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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라이드매거진
댓글 0건 조회 539회 작성일 19-01-16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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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을 가로지르는 썰매, 그리고 그 위에 탄 라이더. 얼른 머릿 속에 그려봐도 짜릿한 상상이다. 데저트 슬래드는 스크램블러의 파생 기종으로 오프로드 주파력을 한층 높이고 기존 스크램블러 패밀리의 자유분방함 또한 그대로 유지해 독특한 얼굴을 가진 듀얼스포츠 모터사이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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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저트 슬래드(Desert Sled)는 1970년대 전후 미국 캘리포니아 험로나 사막을 달렸던 라이더들의 문화 속에 존재하던 듀얼스포츠 종류의 모터사이클을 말한다. 이들은 500cc가 넘는 온로드 바이크를 오프로드에서도 잘 달리는 바이크로 개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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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은 트레드 패턴의 블록 타이어, 길고 강력한 서스펜션과 와이어 스포크 휠을 장착하고, 오프로드 주행 시 생길 수 있는 파손을 방지하기 위해 엔진 하부에 철판을 붙이고 헤드라이트를 그릴로 감싸는 등 별도의 팀없이 라이더 스스로 필요한 튜닝을 하면서 오프로드 라이딩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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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전문 산악용 엔듀로 바이크와는 또 다른 카테고리로 남게 됐고, 스크램블러의 자유분방한 이미지를 잇는 서브 컬쳐로 인정받았으며 두카티에서도 별도의 서브 모델로 차용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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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램블러 패밀리 중 하나였던 어반 엔듀로 모델의 후속으로 등장하게 된 데저트 슬래드는 한 눈에 봐도 더욱 높은 오프로드 주파성을 암시하는 파츠들로 무장됐다. 높고 늘씬한 자세와 두툼한 블록 패턴 타이어의 박력은 흔치 않은 조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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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얼핏 보면 날씬한 네이키드 바이크같은 모습이다. 시트 높이는 기본 860mm로 낮지 않다. 허나 차폭이 갸름해서 손쉽게 시트에 앉을 수 있다. 연료탱크는 길고 가느다란 형상으로 핸들이 약간 멀게 느껴진다. 요즘 유행인 대형 어드벤처 바이크와 다른 점은 운전자가 모터사이클 속에 안겨있다는 인상보다는 확실히 위에 올라타 있다는 능동적인 느낌이다. 흡사 네이키드 바이크의 개방감과도 그대로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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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상 무게는 207kg으로 가볍지 않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차폭이 가느다랗고 부담스럽지 않은데다 의외로 양발이 바닥에 잘 닿기 때문에 무겁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서스펜션은 오프로드 주파성을 대폭높이기 위해 작동폭이 앞/뒤 각 200mm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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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포크 구경은 46mm 도립식이며 신장/압축 댐핑 모두 조절가능하다. 운전자가 앉으면 서스펜션이 꽤 가라앉기 때문에 실제 느끼는 부담감은 더욱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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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 계기반 하나만 있는 단출한 구성에 헛웃음을 짓게 만든다. 하지만 키-온 하면 작은 디지털 액정에 모든 정보가 다 들어가 있다. 속도계를 기본으로 타코미터와 각종 인디게이터류도 포함된다. 시동은 버튼하나로 가볍게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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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은 두카티가 오랜 시간 활용해 온 L트윈 공랭식 2밸브 엔진이다. 데스모듀에라고도 불리는 이 엔진은 오랜 노하우가 쌓일대로 쌓여 많은 활용성을 보유하고 있다. 엔진음은 투박하고 건조하게 느껴지나, 그 안에서도 고동감이 적잖이 느껴진다. 게다가 듀얼 머플러가 기본이라 그런지 배기음도 나름의 박력이 있고 들을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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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출력 73마력을 내는 공랭 엔진은 부드럽고 묵직하게 돈다. 파워풀한 수랭 엔진이나 V4와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유순하고 파워도 작다. 하지만 출발하면서부터 끈기가 느껴지며 시동이 꺼질락 말락하는 공회전 근처에서도 어떻게든 툴툴거리며 나아가는 묵직함이 있는 엔진이다. 이런 특징은 우리가 평소 도로에서 자주 쓰는 속도영역대에서 활용하기가 아주 좋으며, 오프로드의 저속 컨트롤 상황에서도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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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게가 기존 스크램블러보다도 늘어났고, 서스펜션 작동 폭이 늘어나면서 가속할 때의 직결감도 약간 무뎌졌다. 덕분에 풀 가속할 때의 짜릿한 면이 줄었다. 앞 휠은 19인치로 대형 어드벤처 바이크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인다. 하지만 확실히 네이키드 바이크에 가까운 라이딩 포지션이나 큰 개방감은 자유분방한 스크램블러 만의 장점을 잘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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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장착된 타이어는 피렐리 스콜피언 랠리 STR이다. 이 타이어는 듀얼 스포츠 타이어이긴 하지만 스트리트에서 충분히 그립이 나오고, 게다가 패턴은 꽤 굵직한 블록 패턴이라 오프로드에서도 미끄러지지 않고 흙을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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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이굽이 이어지는 커브 연속의 라이딩 코스에서는 유연하게 방향을 바꾸며 달릴 수 있다. 특히 서스펜션 작동 폭이 200mm로 로드 바이크치고 꽤 큰 것에 비해서는 기본 감쇠력이 단단해서 낭창거리지 않고 코너를 타이트하게 공략하는 것도 가능했다. 물론 스크램블러 아이콘같은 기본형 모델과 비교하면 덜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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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작동 폭의 서스펜션은 가속 뿐 아니라 감속이나 방향을 트는 데 있어서도 영향을 준다. 반박자 느린 반응이 언제나 예측 가능하고, 블랙 아이스가 곳곳에 숨겨진 미끄러운 아스팔트 노면에서도 상당히 마음 가뿐하게 즐기며 탈 수 있었다. 당연히 과속 방지턱이나 도로 균열 등으로 생긴 포트홀 등 고르지 못한 도로에서도 한층 여유있게 달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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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으로 달릴 때도 의외로 패널티가 크지는 않았다. 온로드가 기본인 스크램블러 패밀리의 파생 모델답게 고속 주행 시 흔들림없이 직진이며 코너링이며 달려주는 모습은 믿음직했다. 의외로 앞쪽으로 팔을 쭉 뻗어야 하는 공격적인 라이딩 포지션은 고속으로 달릴 때도 상체를 자연스럽게 살짝 수그리게 해서 다양한 장면에서도 꽤 잘 어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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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진 오프로드 주파성을 확인해보고자 넓게 펼쳐진 비포장로와 산속 오솔길을 차례로 달렸다. 고른 흙길도 있고, 눈이 녹았다 말았다 하면서 수풀과 흙, 그리고 자갈밭이 다양하게 혼재된 코스도 있다. 지난번에 스크램블러 1100 스포트로 달려본 적 있는 길이라 더욱 기대감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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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부터 말하자면 다른 두카티 스크램블러 패밀리보다 한 단계 높아진 오프로드 주파성능을 가진 것은 분명히 맞다. 불규칙한 요철에서도 서스펜션이 길게 늘었다 줄어들며 노면에 타이어를 눌러주고, 타이어는 바닥을 움켜잡으며 원하는 방향으로 차체를 이끈다. 스로틀을 갑자기 열면 길어진 스윙암 덕에 노면을 부드럽게 슬라이드하면서 무서운 게 아니라 즐길 수 있는 상황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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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는 앞 뒤 모두 만족했다. 제동력은 초기부터 부드럽게 나오면서도 성능자체는 상당히 한계가 높아서 안심하고 속도 높여서 달릴 수 있었다. 리어 브레이크는 페달이 좀 깊게 들어가 있는 설정이라 스탠딩 주행하다가 사용하기에 조금 불편한 면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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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탱크가 길고 둥그스름한 형상이라 그런지 니그립이나 홀딩할 곳이 적절치 않은 것은 비단 스크램블러 데저트 슬레드 뿐 아니라 대부분의 이 계통 바이크들이 그렇기에 단점이라 할 수는 없겠다. 하지만 연료탱크 말단에 니그립 패드라도 하나 붙이면 훨씬 수월하게 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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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로드 무대가 비슷한 대형 어드벤처 바이크와 트레일 코스를 달릴 때 비교해보자면 확실히 연료탱크의 크기에서 오는 위압감이나 프론트 카울의 존재감 등으로 시야가 방해받거나 심리적으로 위축되지 않는 점이 좋았다. 아무래도 바로 앞 노면 상황을 주변시야 만으로 파악하기 좋고, 몸을 전후좌우로 움직이며 순간적인 균형을 잡을 때도 몸에 걸리는 것이 전혀 없으니 거추장스럽지 않아서 한결 자유롭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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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1단을 넣고 아이들링 토크로 움직이면 시속 10km 정도밖에 안 나서 저속으로 험로를 통과할 때 클러치 웍이 자주 필요치 않다는 점도 좋았다. 2단이라고 해봐야 시속 16km 내외이므로 저속으로 움직이기 한결 수월했다. 이렇듯 여러 가지 ‘타기 쉬운’ 요소들이 뭉쳐있어서, 시승차만 아니었다면 종일 어디라도 헤집고 달리고 싶은 즐거운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바이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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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뒤 타이어는 앞 19, 뒤 17인치를 사용하는 요즘 어드벤처 바이크와 같은 설정이라서 타이어를 교환하기도 수월하겠다. 이런 타입의 바이크치고 의외로 조향각이 잘 안 나오는 점은 큰 불편사항은 아니지만 꽉 막히는 시내에서 요리조리 빠져나가기에는 조금 거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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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탱크는 보는대로 작은 크기라서 13.5리터를 담을 수 있다. 엔진 자체가 토크위주이고 연비도 좋은 편이라 자주 급유할 필요는 없지만 장거리를 가려고 한다면 약간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시트는 푹신하고 말랑해서 앞/뒤 사람 모두 만족할 만 했으나 텐덤 그랩바가 시트 아래 숨겨져 있어서 계속해서 붙들고 있기 불편한 점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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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전자장비는 ABS말고는 없다. 트랙션 컨트롤 역시 없다. 어차피 미끄러뜨리는 재미로 타는 데저트 슬레드인데 뭐 어떤가 싶기도 하다. 전천후로 도심 주행 비중이 높다면 좀 아쉬울 수도 있겠다. 그리고 리어가 슬쩍슬쩍 미끄러지는 것 정도는 대응하기 편한 차체 설정이라서 별로 걱정되지는 않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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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저트 슬래드는 스크램블러의 자유분방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약간은 매니악한 오프로더로서의 성능을 더 높인 기종이다. 기본 스크램블러의 운동성능 또한 충분하지만 오프로드에서 달리기에 불편함이 있었다면 이 기종으로 충분히 갈증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제원표 상 당황하게 할 만한 시트고나 무게 등이 걱정이라면, 일단 바이크에 앉아보고 주차장이라도 한 바퀴 돌아보길 바란다. 장담컨대 좀 더 넓은 세계로 가고싶은 욕망이 꿈틀대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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