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안식 스포츠 크루저의 백미, 두카티 디아벨 1260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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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봐도 믿음직한 외모를 갖춘 디아벨 1260. 누가 봐도 인정할만한 순수한 머슬 크루저만의 박력, 그렇지만 그 안에는 몬스터와 같은 호쾌한 운동성능을 품고 있다면 믿겠는가? 이탈리아어로 악마를 뜻하는 이탈리안 고성능 크루저 ‘디아벨’이 의미 있는 변화를 가지고 돌아왔다.
2011년 첫 등장한 디아벨은 오랜 시간 크루저의 고향으로 알려졌던 미국 본토의 아메리칸 크루저와는 또 다른 이탈리안 크루저만의 색채를 강조하며 세간의 시선집중을 받았다. 마이너 체인지를 겪었던 두 번째 디아벨은 2015년에 출시했고, 지금 우리 앞에 서있는 디아벨 1260은 따지자면 3세대 모델이다.
획기적인 디자인과 콘셉트를 가진 디아벨은 강력한 파워를 가짐과 동시에 언제든지 와인딩 로드를 휘젓듯 주파할 수 있는 두카티만의 코너링 퍼포먼스를 더한 이탈리안 크루저를 표방하며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 특히 거대한 240mm 사이즈 타이어와 파워를 응축한 듯한 사이드라인 캐릭터가 인상적이었다.
첫인상이 이미 강해서 그런지 몰라도 부분 변경된 2세대 모델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 등장한 디아벨 1260은 1200cc 급 L트윈 테스타스트레타 엔진을 효과적으로 매만져 더욱 도로에서 화끈하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젊은이들의 크루저가 됐다.
국제 미디어 테스트를 통해 처음 스페인에서 만난 디아벨 1260 S 모델은 이미 프레스 이미지를 통해 봤듯이 존재감이 상당했다. 그 전 세대 디아벨이 ‘크다’, ‘우람하다’는 느낌이 지배적이었다면 이번에는 그 이상으로 ‘묵직하다’, ‘정돈됐다’ 그리고 ‘날카롭다’는 느낌이 들었다. 확실히 전반적인 캐릭터 라인을 정돈해 완성도가 대폭 높아보였고, 몬스터 1200의 스포티한 라인도 많이 답습해 거대한 덩치인데도 매끈하게 빠진 몸매를 만들 한눈에 시선을 빼앗았다.
시승회는 언제나처럼 하루 종일 일정으로 진행됐는데 태풍이 겹치는 바람에 오전에는 마른 노면을, 오후에는 젖은 노면을 두루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엔진은 1262cc 테스타스트레타 DVT 사양이다. L형 트윈 엔진이며 거대한 두 개의 피스톤이 왕복운동하며 두툼한 토크를 만든다. L자로 늘어선 엔진 커버를 중심으로 뼈대인 트렐리스 프레임이 차체 전반을 구성한다. 한발 멀찍이서 보면 실루엣 상 앞/뒤 디자인은 짜리몽땅한데 앞바퀴와 뒷바퀴 간격이 넓게 벌어져 있어 마치 건장한 근육질 운동선수가 웅크리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리어 타이어는 240mm로 이 장르에서도 초 광폭 사이즈다.
엔진 이름 뒤에 붙은 DVT는 뭘까? 간단히 말하자면 저회전 토크, 즉 낮은 엔진 회전에서 힘을 내기 쉬운 구조로 매만져진 밸브 타이밍 기술이 삽입된 것이다. 전체 배기량을 기존 대비 1262cc로 약간 늘린 것은 환경 규제의 영향도 있지만 최고 출력이 나오는 회전수를 끌어내리고 실용 영역대 토크를 보완한 결과가 됐다.
따라서 라이더가 더욱 다루기 쉽고 부드럽게 업그레이드 된 셈이다. 1단부터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각은 클러치를 스르륵 붙일 때부터 두카티의 따스한 배려심을 가늠할 수 있다. 이런 고출력, 동시에 초대형 사이즈의 트윈 엔진을 이렇게 부드럽게 다룰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두카티 퀵 시프터(DQS)가 1단, 2단, 3단을 넣을 때마다 클러치 워크 조차 없이 간편하고 스무스하게 가속력을 폭발시킬 수 있게 했다. 더 길어진 휠베이스로 직진 가속시 안정감은 충분하고 또 충분하다. 강한 브레이킹에도 끄떡없다. 두터운 타이어가 접지력을 충분히 발휘하며 프론트 브레이크는 강력하다 못해 슈퍼바이크 수준을 넘볼 지경이고, 엄지 발가락으로 움직이는 리어 브레이크만으로도 상당히 컨트롤이 될 만큼 조작성이 좋았다.
최고출력은 9000rpm에서 159마력이 나오는데 그 과정이 무척 재미있고 드라마틱하다. 대부분 메이커에서 엔진을 부드럽게 조절했다고 할 때마다 ‘대신 재미가 반감되는 것 아닌가’하는 우려가 되는 게 사실인데, 파워 크루저다운 거친 모습도 함께 여전히 담겨있다.
라이딩 모드는 세 가지다. 스포츠, 투어링, 어반. 투어링 모드로 관광 라이딩을 하다가도 손쉽게 주행 중에 스포츠 모드나 어반모드로 바꿀 수 있다. 특히 스포츠 모드는 이들이 ‘메가 몬스터’라고 별칭한 이유를 바로 알 수 있을 만큼 직관적인 엔진 반응이 놀라웠다.
엔진은 전자 스로틀이니 그렇게 조정할 수 있다 쳐도 전반적인 차체 움직임이 그에 맞게 움직인다는 것이 놀라웠다. 뒷바퀴는 분명 스포츠 바이크에서 비상식인 오버 200mm다. 240mm나 되는 사이즈의 타이어를 좌우로 굴리면서도 린 동작에 어떠한 이질감이나 아쉬움이 느껴지지 않았다. 초대 디아벨만해도 ‘슈퍼바이크와 같은 프로파일을 적용했다’는 말에 냉소를 비칠 만큼 이질감이 있었는데, 이 느낌이 이제는 거의 없어졌다. 좌/우로 넘기는 시간이 좀 더 걸릴 뿐이지, 과정의 걸림돌은 아무것도 없었다.
오히려 장점도 발견했다. 시승 코스 중 해발 1000미터 이상 오르는 와인딩 로드가 있었는데, 오를수록 노면 온도가 뚝뚝 떨어져 타이어도 풀 뱅크에서 한계치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미끄러운 건 알아도 매우 손쉽게 컨트롤이 될만큼 접지감이 또렷했다. 타이어 끝 부분이 어디까지 닿고 있는지 알 수 있을 만큼 안정감이 있어서 당연히 처음 가보는 길이고 그다지 템포를 늦추지 않았음에도 긴장감 없이 마구 달릴 수 있었다. 오히려 추위에 벌벌 떨리는 손발이 문제였을 뿐이다.
와인딩 로드에서 디아벨 1260의 운동성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안정감 넘치는 예리한 코너링’이다. 솔직히 몬스터 1200과 나란히 달려보지 않으면 부족함을 못 찾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은 움직임이다. 더군다나 이런 둔한 사이즈로 이정도 움직임은 상당히 공을 들여 완성한 결과라고밖에 말할 수 없었다.
반면 덩치가 큰 바이크인 만큼 라이딩 포지션은 널찍하고도 공격적이다. 기자가 173cm에 60kg 초반인 체구라 유럽제 바이크 개발에 기준이 되는 서양인들과는 느낌이 많이 다를 수밖에 없다. 설명에 의하면 구형 디아벨에 비해 핸들을 운전자 쪽으로 가깝게 조정하고 시팅 포지션도 더욱 편해졌다고 한다. 강력한 가속력을 전제로 만들어진 포지션이기에 상체는 슬쩍 수그려진다. 운전자/동승자 일체형 시트는 풀 가속해도 뒤쪽으로 몸이 밀리지 않도록 큰 단차가 만들어져 있다. 과연 런치 컨트롤까지 달려있는 바이크답다.
긴장감 있는 상체 포지션에 비해 하체는 편안한 네이키드 타입이다. 전반적으로는 크루저와 네이키드 바이크 사이 어디쯤 있는 포지션이다. 가만히 서 있으면 핸들에서 손을 떼고 싶지만, 막상 가속하면 핸들 위치가 딱 좋다.
코너링 한계는 41도나 된다. ‘두카티 수준의’ 코너링 퍼포먼스를 가지고 있다고 자화자찬하던 두카티 스태프들의 자신만만한 표정이 떠오른다. 더군다나 시승차는 전부 S 버전으로 올린즈 서스펜션이 기본 장비되어 있다. 48mm 구경의 포크는 내리막에서 브레이킹을 사정없이 내리꽂아도 꿈쩍하지 않는다.
비를 만나 젖은 도로를 달리는 상황이 연출되자 투어링모드에 두고 느긋하게 움직임을 관찰해 본다. 기어를 한 단 올리고 회전수를 더 내려서 ‘투투투’하는 L트윈의 리듬만으로 달려봤다. 극저회전부터 토크가 부드럽게 나오니 굳이 회전수를 유지하지 않아도 부드럽게 달리기 좋았다. 6단 시속 110km 기준 4000rpm 정도로 달리면 여유가 넘쳐 영락없는 보통 크루저가 된다.
투어링 모드에서는 전자스로틀의 마법으로 90도로 꺾이는 헤어핀에서조차 숨을 고를 수 있게 된다. 주변 풍경도 눈에 잘 들어오고 잠시 일이라는 것을 잊고 이국땅의 여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어반 모드는 출력을 제한하고 스로틀 반응도 여전히 무디다. 고속으로 달릴 일이 없다면, 특히 자전거나 사람, 혹은 택시가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도심에서 쓸 만 하겠다. 어반 모드는 트랙션 컨트롤이나 ABS 등 전자 안전장비 수준이 최대치로 개입하기 때문이다.
많이 쓸 일은 없겠지만 퍼포먼스 크루저의 정통 콘셉트대로 드래그머신의 위용을 뽐낼 수 있는 윌리 컨트롤, 파워 런치 에보 등 보조 장비도 있다. 풀 컬러 TFT 모니터나 키리스 시스템 등 최신 플래그쉽 바이크다운 편의 장비도 기본이다.
주로 스포츠 성능을 주제로 시승회를 진행했지만 사실 디아벨 1260은 점잖게 타는 것도 잘 어울리는 바이크다. 온몸에 강인한 근육을 품었지만 깨끗하게 정돈된 수트를 입은 사나이처럼 일부러 보여주지 않아도 힘이 느껴지는 신사적인 바이크다. 따라서 라이더는 전혀 과시할 필요가 없다. 존재만으로도 이미 충분하기 때문이다.
디아벨은 의외로 청바지에 가죽재킷 한 벌로도 잘 매치가 되는 섹시한 크루저다. 신형으로 오면서 더욱 날카로운 마무리와 정돈된 실루엣을 갖췄지만 실제로 마주했을 때의 압도감은 이미지로 보는 것과 다르다.
한편 캐쥬얼한 스포츠 투어링 바이크로도 손색없다. 사이드케이스와 동승자용 등받이 등 누군가와 오붓하게 투어링을 떠나기 간편한 여러 가지 액세서리 키트를 함께 발매했고, 썩 잘 어울리는 것을 확인했다. 디아벨은 메인 시트 높이가 800mm도 안될만큼 낮아서 누구나 양 발이 땅에 잘 닿고, 다양한 환경에서 멋지게 매칭 할 수 있는, 의외로 담백한 바이크다.
덩치와 파워에 비해 다루기가 무척 쉬워서 근처에 휙 하고 바람 쐬러 다니기도 만만하다. 헬멧에 장갑 정도만 챙겨도 마음에 부담이 없다. 200kg이 훌쩍 넘긴 하지만 실제 무게감이 크지 않아서 누가 갑자기 뒷자리에 올라타도 표정 하나 안 바꾸고 버틸만하다.
국내 시장에서도 반응이 좋아 많은 라이더들이 관심을 보이는 디아벨. 낮은 시트고와 강력한 파워, 누구라도 감탄할만한 세련되고 듬직한 외모까지. 젊게는 30대부터 50대 이상까지 넓은 타깃의 마음을 흔드는 시크한 이탈리안 크루저다. 마초느낌 풍기는 정통 크루저보다는 좀 더 활력 있고, 세련되면서도 점잖은 스포츠 크루저를 원한다면 적극 추천하고 싶다.
글
글 임성진 사진 두카티 sjlee)ridemag.co.kr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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