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포르자 NSS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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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모터사이클은 일관성이 분명하다. 인간중심의 기술, 생활 속의 스포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퍼포먼스 등 친숙한 이미지를 어느 제품에서나 본질적으로 느낄 수 있다. 이번에 새롭게 런칭한 포르자도 해당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포르자는 중형 스쿠터이자 타이(태국) 혼다에서 생산되는 여러 글로벌 공략 기종 중 하나다. 최근 봇물처럼 쏟아지는 미들 클래스 이하 모터사이클과 함께 저렴한 소비자가격에 최상의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본질지향적’ 모터사이클이다.
포르자는 스쿠터 중에서도 역사가 깊은 모델이다. 99년 도쿄 모터쇼에서 처음 프로토타입을 공개해 화제가 된 이후, 이듬해인 2000년 즉시 일반에 양산 판매하기 시작했다. 때 마침 일본 내의 빅 스쿠터 붐을 따라 250cc 클래스인 퓨전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경쟁사인 야마하가 마제스티를, 스즈키가 스카이웨이브(국내판매명 버그만)를 내놓는 등 공세가 시작되자 전략을 바꾼 것이다.
2005년에 이미 누계 생산량이 3만대를 돌파하고, 그 이후 2013년인 현재까지 꾸준히 인기를 얻어왔다. 크게 두 번의 풀 체인지를 겪은 포르자는, 단순한 250cc 클래스 빅 스쿠터에서 벗어나 전자 제어 CVT인 S매틱(일종의 세미오토 미션기능), 스마트키를 채용하는 등 당시로써 획기적인 옵션 버전을 추가한 적이 있다. 경쟁기종과 차별화한 고급형 커뮤터 전략을 추구했던 것이다.
다양한 옵션과 유려한 디자인으로 승부를 걸어 젊은 층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포르자는 올 2013년에 이르러 실용적인 컴포트 빅 스쿠터로 재탄생했다. NSS250이라는 품명으로 250cc 클래스를 주도했던 포르자가 NSS300으로 개명되고 279cc의 새로운 엔진을 품게 됐다. 일본 사양은 면허 체계 특성상 248cc 버전을 생산하고 있지만 이 역시 제조는 타이 혼다에서 맡았다.
전체적 스타일링은 선대의 포르자Z를 계승하고 있다. 그 역사를 모른다면 혼다의 인기차종인 PCX125와 유사하다고 볼 수도 있겠다. 디테일은 다르지만 실루엣을 보면 편안한 느낌의 곡선을 많이 사용한 점이 그렇다.
전반적인 크기는 그리 부담스럽지 않은 빅 스쿠터라 느낄 정도다. 인기 차종인 PCX125의 최대 장점은 전혀 부담 없는 작은 크기에 충분한 성능과 안락함을 갖췄기 때문이다. 포르자는 그런 면에서 앞서 판매된 PCX125의 장점을 잘 받아들였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빅 스쿠터라 하면 대부분 사람들이 편안하지만 시내에서 정차 시 부담스럽고 무겁다는 인상을 이야기한다. 더욱이 빅 스쿠터는 편안한 착좌감을 위해 넓고 쿠션감이 풍부한 시트를 갖추기 때문에 시내에서의 저속 주행이나 정차 시에 예상외로 스트레스를 받는 부분이 있다. 포르자는 빅 스쿠터의 당당한 풍채를 가졌지만 시트가 무척 낮게 설정되어 있는데다 시트 폭이 쓸데없이 넓지 않아 운전자 신장 170cm내외만 되어도 전혀 부담을 느낄 수 없다.
전면 헤드라이트는 양 쪽 모두 하향등이 상시 점등되는 형태다. 최근 스쿠터를 포함한 많은 모터사이클들이 전력 소모를 줄이기 위해 양 쪽의 헤드라이트 중 마치 짝눈을 뜬 것처럼 하나만 작동된다. 포르자는 양 쪽 모두를 사용해 광량이 충분하고 야간 주행 시 탁 트인 시야를 보장한다.
운전자용 백 레스트는 크기가 상당히 큰 편인데, 간이용이 아닌 제대로 된 옵션으로 느껴질 만큼 안락하다. 윈드 스크린은 바람을 막는 용도가 아닌 액세서리의 의미가 크다. 방풍성은 거의 기대하기 어렵다.
뒷부분으로 시선을 옮기면 테일램프의 유려한 디자인에 감탄하게 된다. 최근 유행처럼 번진 LED 테일램프 대신 은은한 면발광 방식을 선택한 부분은 탁월했다. 마치 고급 승용차의 뒤태를 보듯 황홀한 디자인으로 리어 섹션을 마무리했다. 아마도 최근 등장한 빅 스쿠터 중 가장 매력적인 디자인이 아닌가 싶다.
엔진은 앞서 말했듯 279cc다. 시동을 걸면 수냉 단기통 엔진이 조용한 엔진음을 내며 깨어난다. 배기량이 적지 않은 만큼 정차 시 엔진음이 아예 안 들린다거나 시동이 걸린 듯 안 걸린 듯 헷갈리는 정도는 아니다. 스로틀을 당기면 충분한 토크로 차체를 가속시키는데, 시속 80km/h까지는 파워풀하게 밀어붙인다. 마치 시위를 떠난 활처럼 시원스럽게 달려 나간다.
차체가 그리 무겁지 않고 배기량이 넉넉한 덕에 초기 가속감이 훌륭하다. 클래스 대비 성능적으로 흠 잡을 구석이 없다. 물론 고속영역인 시속 120km 이상의 속도를 내고자 하면 엔진이 한계에 부딪히는 듯 점점 토크가 희미해지는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최고 속도는 약 140km/h 정도이며 그 이상은 거의 차량 무게를 이용한 탄력주행이라고 보면 된다.
브레이크 성능 또한 무척 믿음직스럽다. 전/후 연동되는 C-ABS를 갖췄기 때문이다. C-ABS란 ABS(잠김 방지 브레이크)에 연동 시스템을 추가한 것으로, 혼다가 자랑하는 안전성 높은 제동 장비다. 프론트 브레이크는 일반 모터사이클처럼 별개로 컨트롤 할 수 있지만, 리어 브레이크는 전/후 압력이 분배되는데다 타이어가 잠길 만큼 꽉 쥐게 되면 알아서 ABS가 작동된다. 성능 테스트 중에는 리어 브레이크만 써도 충분할 정도로 성능이 좋다. 물론 때에 따라 프론트 브레이크도 함께 사용한다면 금상첨화다.
코너링 한계는 스포츠 스쿠터가 아닌 이상 큰 기대를 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포르자는 컴포트 빅 스쿠터를 지향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계치 높은 코너링 성능을 보여줬다. 게다가 린 특성(커브에서 모터사이클을 기울이는 특성)이 무척 가볍고 기민하다는 느낌이 강하다. 핸들 조향각도 상당히 넓어서 아주 낮은 속도로 커브를 돌아나갈 때도 자신 있게 컨트롤할 수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서스펜션이다. 프론트 서스펜션의 경우 이 세그먼트 특성에 아주 적합한 세팅을 가지고 있어 불편함이 없다. 하지만 리어 서스펜션은 지나치게 딱딱해 도로의 요철을 넘을 때 승차감을 해치는 원인이 된다. 물론 아주 순간적이지만 포르자가 추구한 주행 특성인 ‘컴포트(편안한)’를 떠올렸을 때 아쉬울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프리로드(초기하중 설정치)는 기본 2인 승차를 고려한 듯한 세팅인데다 스프링 장력이 너무 단단한 느낌이다. 2인 승차나 무거운 짐을 적재할 일이 없다면 리어 서스펜션을 조금 무르게 조절할 필요가 있다.
편의장치는 부족함이 없다. 특히 핸들 아래 구비된 플로어 박스는 보기보다 무척 용량이 크다. 어지간한 500mL 음료는 서너 개 충분히 들어가고도 공간이 남을 정도로 깊다. 게다가 사용하기 편리한 곳에 12볼트 시거잭이 마련되어 있다.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을 듯하다.
메인 키를 꽂으면 다양한 액션을 한 군데서 전부 취할 수 있다. 이를테면 플로어 박스, 트렁크, 주유구 개폐 등이다. 대부분 스쿠터들은 그렇지 못했다. 키를 반 바퀴 돌리면 트렁크 오픈, 한 바퀴 다 돌리면 주유구, 눌러서 돌리면 핸들 락... 설명하기도, 이해하기도 어려운 조작법을 과감히 버렸다. 포르자의 모든 개폐 조작은 키를 둘러싼 버튼들이 해결해 준다. 너무나 편리하고 훌륭한 설계다.
계기반은 잘 정리된 4연장 미터로 이루어져 있다. 수온계(Temp), 속도계(Speed), 엔진회전계(rpm), 유량계(Fuel)가 아날로그 방식으로 표시되고 순간 연비나 적산 거리, ODO 등은 메인 액정 화면에 나타난다. 전체적으로 고급스러운 질감이 돋보인다.
트렁크 용량은 충분한 수준이다. 차량 사이즈를 적절히 줄이고 미려한 디자인을 뽑기 위해 용량을 무리해서 늘린 듯한 인상이 없다. 풀 페이스 헬멧과 오픈 페이스 헬멧 한 개 정도는 무리 없이 수납되며, 그 외에 글러브나 간단한 장비를 수납할 공간도 남는다. 다만 깊이가 깊지 않은 편이라 헬멧 외에 두께가 있는 짐은 추가 수납하기 어렵다.
커뮤터로써 연비 이야기를 빼 놓을 수 없다. 300cc급 배기량을 가진 만큼 큰 기대를 하기는 어렵지만 시승 중 실 연비는 약 25km/L 정도가 나왔다. 공인 연비는 시속 60km 정속 주행기준 35.3km/L 이다. 연비는 운전 습관에 따라 어느 정도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거의 80% 이상 풀 스로틀로만 달린 점을 감안하면 나쁜 수준이 아니다.
색상은 화이트와 블랙 두 가지로 우리나라 체질에 맞는 무채색만 들여온다. 혹자는 유럽의 경우 화사하고 개성 있는 다양한 컬러를 선호한다며 다양성이 인정되지 않는 현실을 안타까워 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시야로 보든 그것이 대한민국 소비자의 특성이자 일종의 컬러 문화다. 또한 그것을 세일즈 해야 하는 경우 선택 받을 확률이 높은 컬러를 골라 수입할 수밖에 없는데, 아쉬움이 커도 수입처를 향해 삿대질 할 필요는 없다.
가격은 부가세 포함 7,650,000원 이다. 입장에 따라 다르겠지만 분명히 이 가격은 엔화 폭등 이전 가격 수준이다. 타이 혼다에서 많은 글로벌 모델을 생산하는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지 않다면 같은 품질의 모터사이클을 아마도 조금 더 비싼 값에 사야만 할 것이다.
일본 혼다와 뭔가 다르지 않겠나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일본 현지에서 파견한 관리자들이 직접 운영하고 관리하는 타이 혼다에 대한 품질의 의구심은 ‘제로’라고 봐도 무방하다.
모든 모터사이클 브랜드가 ‘대중화’를 선택하지는 않는다. 브랜드마다 각기 다른 가치와 철학, 세일즈 전략 등 다양한 요소들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혼다는 ‘대중화’를 자처한 브랜드다. 한 사람이라도 더 모터사이클을 부담 없이 이용하고 즐기길 원한다.
포르자는 ‘대중화’의 추구 속에서도 태생 본연의 고급스러움과 세련된 감각을 잃지 않았다. 그리고 그 와중에서도 모터사이클에 오르는 일 자체를 전혀 부담스럽지 않도록 느끼게끔 한다. 그것이야말로 궁극적으로 사람들의 생활 속에 깊이 파고들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어디를 가더라도 이동에 대한 걱정거리가 없는 세상, 나아가 어딘가로 움직인다는 것 자체를 즐기게 되는 일상. 그것이야말로 혼다가 추구해 온 스쿠터의 본질이다.
포르자는 그러한 즐거운 일상 속에서도 정중함과 세련미를 잃지 않은 몇 안 되는 스쿠터 중 하나다. 합리적인 가격대의 프리미엄 스쿠터 포르자의 런칭은 앞으로 등장할 다양한 글로벌 모터사이클에도 큰 기대를 걸게끔 한다.
글
라이드매거진 sjlee)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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