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텀06] SUZUKI V-STROM 1000ABS, 사람을 만나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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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사이클은 분명 첨단 기계다. 반면 어디까지나 사람의 제어 없이는 엔진조차 돌지 않는 수동적인 기계다. 사람이 어떻게든 움직여 주지 않으면 그저 차디찬 금속 덩어리로 남을 뿐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모든 모터사이클이 그렇지만 운전자의 역할은 특히 크다.
V-STROM은 듀얼퍼포즈 카테고리에 들어간다. 듀얼퍼포즈는 말 그대로 온로드/오프로드 노면을 가리지 않는 전천 후 바이크를 뜻한다. 최근에는 엔진 출력을 높여 온로드 전용 스포츠 바이크 못지않은 파워를 갖기도 하지만 사실은 양쪽 모두 잘하기 위해 만들어진 바이크다보니 미적지근한 면이 많다.
V-STROM이야 말로 그렇다. 듀얼퍼포즈 중에서는 온로드 비중이 크다고 하지만 출력이 도드라지게 높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오프로드를 헤집고 다닐만한 파츠가 장비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적당히 두 영역 모두를 아우르기는 좋다. 파워가 약하다보니 기계적 바탕보다도 운전자가 라이딩 실력으로 케어하는 부분이 크다.
많은 모터사이클을 타본 경험자들은 극단적인 성능보다도 자신이 어느 정도 개입하면서도 다재다능한 바이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미 단적인 카테고리에서 가장 잘 나가는 바이크들을 섭렵해봤기 때문일 수도 있고, 경험 상 한 대의 바이크만으로 모든 만족감을 누릴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끊임없이 자신에게 맞는 바이크를 찾다보니 결국 마지막엔 평범한 성격에 시키면 노면 컨디션에 딱히 구애받지 않고 시키는 대로 움직여주는 듀얼 퍼포즈를 마지막 바이크로 갖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V-STROM은 전 세계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모델이다. 국내의 경우 BMW 모토라드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수많은 GS 오너들을 양성하긴 했지만, 전 세계 시장 점유를 볼 때 가격 대비 가치에서 스즈키의 손을 들어주는 지역이 많다. 특히 V-STROM 650의 경우 압도적이다. 오랜 시간 베테랑 라이더들에게 인정받아 온 모델이기에 입소문이 누적돼 이제는 범접하기 어려운 든든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물론 해외 시장과 국내 사정의 현실은 같지 않다. 우리나라의 경우 V-STROM을 흔히 찾아보기는 어렵다.
겨울이 더 깊어지기 전에 만능 재주꾼 V-STROM을 사랑하는 사람을 국내에서도 찾아보고 싶었다. 그래서 수소문 한 끝에 V-STROM 차주 몇 명을 소개받을 수 있었다. 그들은 모두 직업도 나이도 다양한 개성파다. 바이크를 타는 이유도 다양하다. 출퇴근 용도로 타기도 하고 단지 재미있어서 타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오프로드를 넘나드는 어드벤처 라이딩을 만끽하기 위해 타는 오너도 있다. 혹은 해외 투어를 V-STROM으로 즐기는 오너도 있다.
아쉽게도 신형 V-STROM 1000의 경우 아직 많은 사람들이 경험해 보지 못했다. 기존 오너들은 대부분 650을 타고 있어 1000 모델에 관해 관심이 적지 않았다. 과연 토크는 얼마나 좋은지, 포지션은 얼마나 다른지, 또 안전 장비는 얼마나 쓸만한지 등 신형 V-STROM에 대한 궁금점이 끊이지 않았다.
‘벤자민’이라는 닉네임으로 불리는 오너는 V-STROM 카페 매니저를 맡고 있다. 흰색 컬러의 V-STROM 650오너이기도 하다. 그는 평소 오프로드 바이크를 타고 산에 오르는 것을 즐긴다. 이야기를 듣다보니 바이크 뿐 아니라 오프로드 자동차로 험로를 개척하는 것도 즐긴다고 하니 여간 터프가이가 아니다. V-STROM으로 능선을 타고 오르는 정도의 험한 지형은 주파하기 어렵지만 그 외에 비포장된 평지 정도는 어렵지 않게 달릴 수 있다고 자랑한다. 탑 케이스에 들어있는 오프로드 전용 헬멧을 보니 그가 얼마나 오프로드 코스를 좋아하는 지 알 수 있었다.
또 한 명은 보통 출퇴근으로 V-STROM을 탄다고 한다. 영어 강사라고 소개한 그는 별도로 편안하게 운행할 스쿠터를 가지고 있음에도 V-STROM으로 출퇴근길을 달리는 즐거움에 빠져 스쿠터를 운행한 적이 꽤 오래됐음을 토로했다. 사이드 케이스만 떼면 막히는 도심도 능수능란하게 헤쳐 나가며 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고 미소 짓는다.
그는 근 반년 사이에 1만 킬로미터를 넘게 달리며 V-STROM에 한참 빠져있는 라이더다. 유독 손재주가 좋은 그는 겨울철에도 V-STROM을 타고 달리기 위해 일반 기성복 조끼와 발열 기능이 있는 열선을 조합해 자신만의 방한장비를 갖췄다. 또 편안한 시트 포지션을 위해 폼패드를 시트에 삽입해 마치 애프터 마켓 제품인 듯 깔끔하게 드레스 업 했다. 리어 카울 옆으로 설치한 음료수 거치대 또한 센스가 넘친다. 얼마나 바이크에 애정을 쏟는지 알법하다.
또 한명의 오너는 투어링 마니아다. 그는 이미 일본을 V-STROM으로 여행 다닌 적이 부지기수로 많다. 얼마 전만해도 일본을 여행하며 많은 추억과 경험을 쌓고 돌아왔다고 한다. 현지에서 렌트한 바이크가 아니라 자신의 V-STROM을 타고 배를 통해 일본으로 실어 나르며 투어를 즐겼다. “일본에서는 650cc급 대형 바이크 면허를 따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저를 보는 사람마다 ‘바이크 잘 타는 사람’인 줄 알고 감탄하는 것이 재미있었죠. 사실은 바이크 잘 못 타거든요.”
해맑게 웃는 그를 보니 어딜 가도 행복한 웃음을 줄 사람 같다. 그는 V-STROM이 가진 엔진 특성을 조금 다듬어 보고자 튜닝 된 배기시스템을 장착했다. 아크라포비치 제품인 슬립은 머플러가 제 몫을 톡톡히 한다며 으쓱했다. V-STROM과 함께 투어를 다니며 쌓은 추억들을 모두에게 들려주느라 즐거운 그를 보며 바이크가 사람에게 줄 수 있는 만족감이나 행복이 적지 않다는 것이 느껴졌다.
V-STROM도 다른 바이크처럼 한낱 모터사이클에 불과하다. 노면을 가리지 않고 운전자를 즐겁게 하는 조종성과 이해하기 쉬운 엔진 특성, 그리고 편안한 라이딩 포지션 등이 처음에는 심심한 듯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듀얼퍼포즈들이 대부분 그렇듯 단기간에 매력을 발견하기 어렵다. 직접 소유하고 평소에 가지 못한 길을 주파할 때 느끼는 쾌감이나 추억의 깊이가 무척 깊다. 오늘 모인 V-STROM 애호가들은 그 부분에 대해 공감했다. ‘못할 게 없는 바이크가 바로 V-STROM이라는 것. 톡톡 튀지 않지만 언제나 믿음직하게 운전자를 만족시켜주는 바이크라는 거다.
바이크를 매개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추억과 경험을 공유하는 것은 역시 무척 즐겁다. V-STROM이라는 단일 기종을 두고 애착을 갖는 사람들은 더욱 공감하기 쉽다. 또 활동 범위가 워낙 넓어 함께 여정을 떠나도 걸림돌이 없다. 새로운 인연을 만나 인생을 즐기기 좋은 기종이 분명하다.
650의 경우 출력이 1000에 비해 낮지만 작은 차체와 가벼운 무게로 기민하게 움직여주는 즐거움이 있고, 1000의 경우는 길게 말할 것도 없이 충분하고 넉넉한 토크와 묵직한 핸들링이 매력적이다. 둘 다 기본은 하는 듀얼 퍼포즈 바이크다. 이 매력을 함께 공유할 사람들이 하나씩 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행복하다. 다음에는 또 어떤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을까?
글
임성진 jin)ridemag
제공
라이드매거진(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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