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 AGUSTA F3 6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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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 아구스타를 떠올리면 여러 가지 이미지가 상상된다 . 가장 먼저 카랑카랑한 엔진음 , 공기 중으로 빨려들어 갈 것 같은 유기적인 실루엣 , 레드 &실버 컬러의 세련된 조화 , 시원하게 드러난 별 모양 리어 휠 등이 그렇다 . MV 아구스타는 이탈리안 모터사이클이 형용하는 대부분의 특징을 모두 담고 있다 .
특히 이번 시승에 함께한 F3는 오랜 시간 MV 아구스타가 고수해 온 병렬 4기통 엔진 대신 전략적으로 선택한 병렬 3기통 엔진을 썼다 . 때문에 차폭이 더욱 슬림해졌고 무게는 대폭 가벼워졌다 . 엔진음은 더욱 기계미가 넘친다 .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엔진 부품이 어딘가 덜그덕 거리는 게 아닌가 의심할 만큼 독특한 소리를 낸다 .
F3의 병렬 3기통 엔진은 F3 675, F3 800을 기점으로 브루탈레 라인업 , 신기종인 리발레와 드래그스터에도 적용되어 있다 . 곧 등장할 투리스모 벨로체에도 병렬 3기통 800cc 급 엔진이 들어가기로 되어 있다 . 이처럼 3기통 엔진을 MV 아구스타의 새로운 간판스타로 추켜세우는 것은 슈퍼스포츠를 비롯 엔진 형태의 새로운 트렌드를 잘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
F3는 첫 눈에 대부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 디자인 측면에서 우선 눈길을 빼앗기 때문이다 . 매혹적인 이탈리안 레드 컬러와 은은한 실버 컬러의 조화는 과거부터 MV 아구스타 슈퍼스포츠 머신의 상징과도 같았다 . 싱글 헤드라이트로 시작해 바람을 효과적으로 가를 수 있게 디자인 된 공기역학 페어링은 심지어 정차한 F3도 달리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
세련된 디자인의 이그니션 키를 홀에 꽃아 돌리면 대형 LCD 디스플레이가 세레모니를 시작한다 . 발광 인디게이터를 제외한 모든 계기는 디지털로 표시된다 . 시동을 터뜨리려면 중립에서도 클러치를 끊어줘야 한다 . 시동음은 무척 기계답다 . 부드러운 음색의 4기통과는 완전히 다르다 . 3개의 피스톤이 빠르게 움직이는 가운데 각 엔진 파츠가 상호 마찰하는 소리가 아주 인상적이다 .
1단부터 풀 가속하면 시속 120킬로미터 까지는 그야말로 순식간이다 . 회전역은 주로 중간 영역대인 5,000rpm에서 9,000rpm을 일상 영역처럼 사용할 수 있다 . 회전 진동 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 하지만 이 영역대만 돌려서는 F3의 진면모를 절반도 못 끌어냈다고 할 수 있다 .
F3 병렬 3기통 엔진이 가진 진짜 파워는 10,000rpm이 넘어가면서 시작된다 . 이 때부터는 무아지경에 이르듯 무섭도록 날카롭게 회전수가 치솟는다 . 마치 중립에서 공회전하는 것처럼 저항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 1단 기어부터 10,000rpm 이상을 유지하면서 풀 가속하면 ‘이게 정말 미들 클래스 머신인가 ’ 의심될 정도로 매서운 인상을 보인다 .
반면 그 이하 회전역에서는 차분하다 . 마치 스트리트 전용 바이크인 것처럼 반응이 부드럽고 침착하다 . 토크는 충분한 수준으로 도로 흐름을 주도할 만큼은 된다 . 3기통 엔진이 가진 매력 중 하나가 바로 이런 부분이다 . 만일 비슷한 배기량의 미들 클래스임에도 4기통을 사용했다면 이런 일상영역에서 만족감을 얻기 쉽지 않았을 거다 .
와인딩 코스에서 F3 675는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 가장 중요한 것은 고회전에서의 폭발적인 가속능력과 맞물린 경량 차체였다 . 트위스트 커브에서 최근 등장한 슈퍼스포츠 중 가장 날렵하게 달리는 기종 중 하나로 꼽을 만큼 후한 점수를 줄 수 있다 . 특히 갸름한 차체를 홀딩하고 넓은 핸들을 이용해 순간적으로 예리하게 방향을 수정할 수 있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다 .
속도가 높게 붙는 고속 커브에서도 인상적인 능력을 보여준다 . 휠베이스가 짧아 숏 코너에서만큼 인상적인 맛은 덜하지만 클래스 이상으로 안정감이 넘친다 . 트렐리스 하이브리드 프레임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 이는 섀시와 엔진을 공유한 스트리트 바이크 브루탈레 675를 시승할 때도 마찬가지로 느꼈던 부분이다 .
브레이크는 답력이 단단하고 입력하는 순간 빠르게 반응한다 . 서스펜션 스트로크는 전형적인 슈퍼스포츠 머신답게 짧고 강성이 높은 타입이다 . 프론트 브레이크는 어느 상황에서나 그립만 받쳐준다면 정확히 제동할 수 있다 . 리어 브레이크는 초기 응답성은 매우 훌륭하고 민감하나 깊이 밟을수록 감도를 알기 어렵고 쉽게 타이어가 잠기는 타입이다 . 리어 브레이크를 잘 써먹고 싶다면 본래 제동 목적보다 자세 제어로써 슬쩍 터치만 해주는 편이 좋겠다 .
클러치 레버는 유압이 아닌 케이블 방식으로 직관적인 조작감이 인상적이다 . 슈퍼스포츠에는 유압보다 연결감이 확실한 케이블타입을 종종 사용한다 . 스로틀링이 민감하고 고회전 파워가 일순간에 쏟아지는 타입인 F3에는 이런 아날로그 방식이 잘 어울린다 .
엔진 모드는 다양하게 바꿀 수 있지만 역시나 스포츠 모드 (S)가 가장 즐겁다 . 시종 일관 바이크가 살아 숨 쉬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 스로틀도 일상 영역대에서는 그다지 민감하지 않다 . 필요한 파워만 원하는 시점에 정확히 내어주는 대신 , 마음먹고 달리고자 할 때 10,000rpm 이상 영역으로 올리면 숨 가쁘게 달려 나간다 . 엔진음은 흡사 F1 엔진의 그것과 유사해 아드레날린이 솟구친다 .
F3를 스트리트에서 시승하면서 고된 점은 역시나 스파르탄 라이딩 포지션이다 . 전문 스포츠 머신도 점차 편안한 라이딩 포지션으로 다듬어져 가는 마당에 F3는 아직도 현역 레이서처럼 고집이 센 인상이다 . 대신 라이딩 슈트를 갖추고 정확히 스포츠 자세를 취하면 그 어느 레이서 레플리카 머신 보다도 스티어링 입력이 쉽다 . 모든 위치의 디멘션이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
반면 시내 주행 테스트 결과 그렇게 고되고 거부감이 가득한 편은 아니었다 . 의외로 산뜻한 마음으로 자동차와 템포를 함께 할 수 있었다 . 이유는 핸들로부터 시트 거리가 가까운 편이고 시트 폭이 좁아 발 착지성이 높기 때문이다 . 게다가 무게가 워낙 가벼워 좁은 길에서도 그다지 민감하지 않게 달릴 수 있다 . 언제든 컨트롤이 가능한 수준의 무게와 토크이기 때문이다 .
길을 지나면서 얻는 시민들의 시선은 덤이다 . 매혹적인 실루엣과 이탈리안 특유의 섬세한 디테일이 F3에 한 번 더 눈길을 주게 되는 모양이다 . 이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서있어도 빛이 나는 모터사이클은 흔치 않다 .
국내 수입되는 신형 F3는 모든 옵션이 기본 사양으로 장착된 풀 패키지 사양이다 . 퀵 쉬프터 , 트랙션 컨트롤 등 최신 장비를 모두 담았다 . 솔직히 말하자면 식상한 전자장비 패키지는 MV 아구스타를 설명하는 데 별 도움이 안 된다 . 병렬 3기통 엔진을 필두로 한 F3의 가장 큰 매력은 따로 있다 .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성깔 있기로 유명한 이탈리안 슈퍼스포츠를 한계치까지 손쉽고 짜릿하게 컨트롤하는 쾌감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 한 때 모터사이클리스트들의 숱한 꿈으로 지목됐던 MV 아구스타 슈퍼스포츠 머신은 생각보다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와 있다 .
글
임성진 기자 jin)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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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드매거진(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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