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ZUKI V-STROM1000 ABS, 흙을 달리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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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라이드매거진
댓글 0건 조회 938회 작성일 15-03-26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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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가고 있다. 사실 V-STROM을 타면서 계절의 변화를 몸으로 고스란히 느끼고 있다. 라이딩 포지션이 워낙 일어서 있어서 윈드스크린을 아래로 숙이면 거의 네이키드 바이크 수준으로 개방성이 좋기 때문이다. 속도를 높일수록 바람은 점차 거세지고, 그 공기 온기를 느끼는 건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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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어링 케이스를 떼면 움직임이 훨씬 날렵하고, 무게중심이 내려가 기분도 홀가분하다.
 
듀얼 퍼포즈 바이크이기는 하지만 평소에는 사이드백이나 탑 박스를 떼고 네이키드 바이크처럼 다룰 수 있다는 점은 V-STROM의 작지 않은 매력이다. 다루기가 어렵지 않고 순순한 엔진 특성 때문인데, 그런 점 덕분에 이 모델이 많이 팔려 온 유럽에서는 데일리바이크로도 이용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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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에서 조금 벗어나면 이런 길은 널렸다.
 
하지만 이만한 동력성능과 서스펜션, 섀시 등을 그저 데일리바이크로만 사용하기는 무척 아깝다. 그래서 이번 달에는 말끔히 포장된 도로를 조금 벗어나보기로 했다. 사실 서울에 거주하기는 하지만 조금만 외곽지역으로 벗어나도 흙냄새를 맡기는 어렵지 않다. 영화 ‘강남 1970’에서 보였듯 지금은 비까번쩍한 강남바닥 또한 사실은 시골 못지 않은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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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북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쪽에도 의정부를 지나면 슬슬 논과 밭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기온은 아무래도 서울바닥보다는 조금 서늘하다. 그래도 이 정도면 한겨울에 비해 천국이다. 건실한 봄내음에 코끝을 흥얼거리며 한 두 시간 도로를 거닐다보니 이제 절반은 포장도로, 절반은 비포장도로인 곳이 나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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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전자 키 173센티미터 기준으로 이 정도는 발이 닿는다. 하지만 힘으로 탈 생각하면 10분 안에 나가떨어질 것이 분명하다.
 
이런 곳은 보통 산자락 주변이다. 산을 올라가는 비탈길을 포함해서 능선으로 들어가는 입구까지는 보통 비포장도로가 많다. 사람이 많이 사는 민가가 있다면 네 바퀴 자동차가 다니기 좋도록 시멘트로 발라져 있지만 그런 곳은 아무리 슬슬 달려도 주변사람에게 민폐만 끼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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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랙션 컨트롤은 오프로드에서도 접지력을 높게 유지해준다. 특히 비탈을 타고 오를 때 바퀴가 헛돌지 않아 무척 좋다.
 
내가 달린 곳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포장도로가 조금 이어지는가 싶더니 이내 흙과 모래가 뒹구는 오솔길로 바뀐다. 여기부터는 인적이 드문 곳이다. 민가도 거의 없고 차량 통행은 한 시간에 두어 대 있을 뿐이다. 트랙션 컨트롤을 활성화하고 강하게 가속해보니 뒷바퀴가 거의 미끄러지지 않는다. 놀랍도록 접지력이 잘 보존된다는 느낌. 트랙션 컨트롤은 듀얼 퍼포즈 바이크라도 무척 유용하게 쓰인다. 반드시 초고속을 달리는 GP머신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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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아직 이쪽은 한 낮에도 기온이 크게 오르지 않는다. 도심에 비하면 아직 쓸쓸한 바람이 불기도 한다. 그래서 비포장도로도 흙이 꽤 단단하고 질퍽한 느낌이 없다. 오르락 내리락 서스펜션이 바삐 움직여 충격을 흡수하고 피드백을 전달한다. V-STROM은 탈수록 느끼지만 서스펜션 조율이 잘 되어 있다. 마치 모터사이클을 몇 십년 탄 베테랑이 하나씩 체크하면서 다듬은 것 같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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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스펜션은 순정 상태로도 조율이 훌륭한 수준이다. 그저 좋다기보다는 온/오프로드 밸런스가 잘 맞춰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구형 V-STROM은 사실상 온로드 계열의 듀얼퍼포즈였지만 이번 신형이 발표되면서 비중을 오프로드에 꽤 넘겼는데, 가장 큰 변화가 바로 서스펜션이라고 했다. 특히 프론트 서스펜션은 온로드 고속주행도 어느 정도 소화하면서 비포장도로에서도 접지력을 꾸준히 유지하며 피드백을 주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리어 서스펜션도 순간 트랙션을 전달하기는 충분하다.
 

▶ 오프로드에서는 타이어만 바꿔도 한계 영역이 좀 더 높아진다.
 
영상을 보면 엔듀로 바이크가 갈법한 고난도 코스에서 무거운 V-STROM을 가지고 손쉽게 타고 노는 모습이 경이롭다. 아무리 그래도 230킬로그램 대의 무거운 장비중량을 가지고 저렇게 손쉽게 타기는 쉽지 않겠지만, 여하튼 순정상태로도 저만큼 달릴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된다. 거친 비포장도로 주행시 서스펜션이 버티지 못한다면 금새 라이더에게 피로가 쌓이기 마련이다. V-STROM은 그런 점에서 칭찬받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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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 것 아니지만 이물질에 타격받아 헤드라이트 깨질 일이 줄어든다. 왠지 흙냄새도 나는 것 같고 터프해 보인다.
 
프론트에 설치한 헤드라이트 가드는 오프로드를 고속으로 주파할 때 여러 가지 부산물, 즉 돌이나 단단한 나뭇가지 등으로부터 램프가 손상되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이다. 꽤 큼지막한 사이즈의 헤드라이트라서 이 정도 간단한 파츠로도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다. 밤낮 주행해본 결과 광량은 워낙 높은 편이라 가드를 설치한다 해도 시야확보에 문제가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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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이어는 아무래도 고속 주행성도 겸비해야 하니 이 정도가 순정품으로 장착하기 적당했을 것이다.
 
비포장도로를 달리며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타이어다. 타이어는 스포츠 투어링 정도의 성향으로 온로드 그립이 탁월한 제품이다. 물론 트레드 패턴이 많아 배수성이 높은 건 다행이지만 비포장도로를 힘차게 달리기에 약간은 추진력이 모자라다. 접지력도 조금은 문제가 된다. 리어 브레이크를 걸면 접지력을 잃지 않기 위해 미세한 조작을 해줘야 하는데, 만약 세미 오프로드 타이어 정도만 되어도 가감속에 훨씬 자신이 붙을 것이다. 기본적인 문제는 물론 차체 중량이 무거운 점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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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처럼 나도 한번?’
 
달리다보니 더 높은 코스까지 달리는 것도 욕심이 난다. 하지만 엔진 파워가 높은 것과 험로 주파성과는 거리가 멀다. 무엇보다도 험로를 주파하기 위해서는 경량, 높은 차고가 필수다. V-STROM을 탄다면 중량급 듀얼퍼포즈로 인식하고 미리 갈 수 있는 길과 갈 수 없는 길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 또한 베테랑 라이더의 노하우이자 식견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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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험로 주파시 중량 이외에 또 한 가지 문제는 최저지상고. 이게 낮으면 돌부리라던가 어딘가에 걸려 넘어지기 쉽다. 최악의 경우엔 엔진케이스에 충격이 갈 수도 있다. 물론 엔진 가드 등 추가 액세서리가 나오긴 하지만 근본 대책은 안 된다. 갈수 있는 길인지 아닌지 미리 검토해보고 달리는 편이 좋다.
 
이번 달 함께 타본 V-STROM650XT ABS와 비교해보니 많은 점이 다르다. 일단 기본적으로 엔진이 작고 아담하다보니 핸들링 성능 포함 모든 부분에 부담이 적었고 더불어 휠도 와이어 휠을 채용해 충격 흡수가 뛰어났다. 서스펜션이 보다 말랑한 것도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기본적으로는 650급이라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 됐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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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기량이 한 층 큰 V-STROM1000 ABS는 온로드에서 차이가 확실히 벌어지지만 오프로드에서는 아랫 급인 650과 비슷하게 달린다. 체급이 높은데도 비슷하게 달린다는 것이 오히려 더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다. 강인한 도립 서스펜션, 섬세한 트랙션 컨트롤 등이 무거운 중량과 강한 파워를 주무르기 좋게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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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포장도로에서는 리어 브레이크를 적극적으로, 한편으로는 섬세하게 쓰는 것이 중요하다.
 
흙길에서 달려도 감속상황이 와 프론트 브레이크를 쓰면 역시 ABS가 작동하면서 차체를 안정시킨다. 오프로드와 온로드에서 가장 다른 점 중에 하나가 브레이킹 테크닉이다. 온로드가 하중을 이용한 프론트 브레이크를 애용한다면 오프로드는 반대다. 접지력이 부족한 흙 위에서 조향과 직접 연결되어 있는 프론트 브레이크를 강하게 거는 일은 순간 조종성을 상실할 수도 있는 행동이다. 리어 브레이크를 섬세하게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물론 리어브레이크도 ABS가 수시로 작동하긴 하지만 ABS가 작동하기 직전까지의 범위가 어디까지인가를 빨리 익히면 주행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 시점까지의 제동력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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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듀얼퍼포즈용 헬멧은 따로 있다. 샤크 익스프롤러R이 V-STROM에 잘 맞는 파트너다. 온로드용 쉴드도 있어서 간단하게 갈아 끼울 수 있다.
 
장거리를 달리면서 비포장도로가 나온다고 바이크를 돌려야 한다면 얼마나 귀찮은 일일까? 듀얼퍼포즈 모터사이클은 원래 그런 목적으로 태어났다. 막힘없이 달리기 위한 것. 전문 오프로드 바이크가 아니란 사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물론 성능이 출중해 어느 정도 스킬만 있으면 웬만한 흙길도 거침없이 달리긴 하지만, 넘어졌을 때 200킬로그램 이상 차체를 혼자서 다시 일으켜야 하는 것을 상상하면 무리는 무리다. 체력은 오프로드 주행의 필수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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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립이 좋은 시트는 오목한 탱크 곡선과 잘 맞아떨어진다. 체력과 근력이 빨리 소모되는 오프로드 주행시 V-STROM의 섬세한 부분들에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V-STROM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테스트할 생각은 없다. 이미 스즈키 개발팀 박사님들께서 정해둔 성능 그 이상을 발휘하는 것도 불필요한 일이다. 가능한 성능 범위 안에서 모터사이클을 내 인생에 녹이면 된다. 그러면 곧 수족처럼 다룰 수 있게 되고 그러면서 조금씩 한계치를 경험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남이 만들어 놓은 모터사이클을 안전하게 즐기기 위해서는 그게 맞는 순서다. 하지만 확실한 건 그 한계점이라는 게 무척 높다는 것. 커버리지가 넓은 V-STROM이기에 더욱 끝이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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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일상의 온로드로 돌아갈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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