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배기 스트리트파이터, 스즈키 GSX-S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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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라이드매거진
댓글 0건 조회 418회 작성일 15-09-21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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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인가. 라이더와 바이크의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직선적이고 명백함, 그리고 날 것의 이미지, 한 편으로는 응축된 파워와 기름기 없는 순백의 토크다. 바꿔 말하면 연출이 확연히 적은 브랜드다. 과대 포장이 없고 늘 하던 방식대로 ‘잘 달리는 두 바퀴’로써 꾸준히 기본에 충실한 브랜드. 그런 이미지들로 스즈키 모터사이클을 에둘러 설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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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각광 받고 있는 스트리트 파이터는 이미 시장이 포화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사실 일종의 변칙 장르인 이 계통은 고속이 아닌 영역에서도 슈퍼바이크를 좀 더 적극적으로 컨트롤하기 위해서 고안된 형태다. 기원설에 대한 것은 많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아무튼 결과적으로는 그런 목적을 가진 것이 옳은 해석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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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퍼레이트 핸들과 네이킷의 파이프 핸들 중간 쯤 오는 높이의 넓은 테이퍼트 핸들과 납작한 비키니 카울에 달린 원 헤드라이트. 그리고 앞/뒤가 짧은 숏 바디 디자인이 스트리트파이터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다. 스즈키는 오래 전부터 GSX-R1000으로 슈퍼바이크 라인을 고수해왔다. ‘트랙을 소유하라’는 캐치프레이즈로 많은 스포츠 바이크 마니아들을 섭렵해왔다. 특징이라면 쉽게 바뀌지 않는 이미지가 장점이자 동시에 단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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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스즈키는 그들이 사랑해 마지않는 병렬 4기통 엔진에 대해서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만한 자부심이 있다. 그 예로 MotoGP에 재출전 중인 스즈키 GSX-RR 또한 병렬 4기통을 고수한다. 대부분 브랜드가 V4 혹은 V5, 크로스플레인 병렬 4기통 등을 사용하는 것에 비하면 양산형 엔진과 가장 가까우면서도 흔히 대중들이 접해 온 형태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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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 개발팀은 GSX-S1000을 기획하면서 어떻게 하면 더 순수한 스트리트 파이터에 가깝게 설계하면서도 동시에 GSX-R1000 슈퍼바이크의 기민함을 그대로 옮겨올 수 있을지 고심했다고 한다. 그리고 늘 그래왔듯 한 번 제대로 만들어 ‘소유하고 싶은’ 스트리트파이터를 만들자는 데 주안했다고 하는데, 그 결과를 직접 확인해 볼 기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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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X-S1000은 5세대(K5) GSX-R1000의 엔진을 활용했다. 특히 이 세대의 엔진은 첫 공개시 ‘토크’하나로 전문 테스터들에게 수없이 찬사를 끌어냈던, 어떤 의미로는 명기 중 하나로 꼽혀왔다. 스즈키는 기존의 엔진을 활용해 개발 부담을 줄였을 뿐 아니라 한 때 스트리트파이터가 필히 갖춰야할 강력한 저중속 토크는 물론 고회전에서의 응답성을 고스란히 간직한 이 롱 스트로크 엔진이야말로 새로운 S시리즈에 정확히 부합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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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배리에이션으로 나뉘는 GSX-S시리즈는 네이키드 형태의 스트리트파이터 버전과 풀 카울링 투어링 바이크를 표방한 또 하나의 모델로 나뉜다. 두 바이크의 엔진과 섀시는 완벽히 같으며 단지 세팅을 달리 했을 뿐이다. 풀 카울링 모델은 여러 가지로 핸들링이나 방풍성 면에서 이득이지만 스트리트파이터만의 경쾌한 이미지를 가질 수는 없다. 나란히 런칭한 두 모델은 서로 영역을 미묘하게 비껴나면서 상상외로 서로에게 판매고 영향이 크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장단점이 확실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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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 전 GSX-S1000의 이미지를 머릿속에 그리며 시승 바이크를 받았을 때는 흠칫 놀랐다. 사진 속에서 봐 온 식상한 스트리트파이터 이미지가 말끔히 지워졌다. 왠지 스트리트 파이터에 국한짓기 어려운 디자인이다. 근육질 바디의 느낌을 살리면서도 유연한 디자인을 적용해 보는 이로 하여금 억지스럽게 페어링을 떼어냈다는 이미지가 거의 없다. 실은 스트리트파이터 중에 그런식으로 전형적인 슈퍼바이크 개조형처럼 보이는 모델이 꽤 있어 왔기 때문이다. 디자인 면에서 일단 후한 점수를 주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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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특출나게 화려하거나 눈에 띄는 이미지는 전혀 아니다. 디테일은 잘 살려놨다. 투구와 같은 헤드라이트 아래로 짐승의 송곳니 같이 튀어나온 포지셔닝 램프나 마치 바람을 가르는 듯한 번개 모양의 사이드 페어링(라디에이터 페어링, 슈라우드)은 꽤 아이코닉하다. 스즈키가 좋아하는 황금빛 프론트 포크도 잘 어울린다. 턴 시그널 램프는 전구 타입으로 조금 식상하다. 뒤쪽으로 갈수록 날렵하게 치켜올라간 부분은 참 맘에 든다. 전혀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짧고 멋지게 라인을 다듬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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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들 파이프는 가운데가 굵고 핸들 끝 부위로 갈수록 얇아져 진동을 흡수하기 좋은 구조다. 양쪽 끝이 살짝 치켜올라가 핸들 끝을 잡을수록 자연히 상체 포지션이 일어선다. 적극적인 라이딩을 원할 때는 최대한 핸들 양 끝 가까운 곳을 잡으면 타기 편하다. 힘을 덜 들이고도 쉽게 방향을 바꾸기도 좋다. 마치 옵션품을 달아 놓은 듯 팻바 브랜드 이미지도 그대로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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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을 켜면 순정 배기시스템같지 않은 중저음이 사방에 퍼진다. 오랜만에 듣는 4기통 특유의 존재감에 스로틀을 슬쩍 슬쩍 돌려보게 된다. 스즈키 개발진은 순정 배기 파이프만으로도 만족스러운 음색을 내도록 신경써 조율했다고 하는데, 그냥 마케팅용 입바른 소리는 아니다. 계기반은 풀 디지털 미터다. 엔진 회전계는 사실 아날로그 타입이 가장 보기 편하다. 이 모델 계기반은 그래도 디지털치고 시인성이 좋은 편이다. 5,000rpm 단위로 숫자가 눈에 띄도록 구분되어 있고 자극적인 백라이트를 자제했기 때문이다. 그 밖에 정보들은 모두 디지털 숫자로 표기된다. 트랙션 컨트롤 단계 또한 계기반에서 간단히 설정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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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부터 6단까지 트랜스미션은 하나같이 부드러우면서도 직결감이 좋다. 스즈키가 가진 가장 큰 무기 중 하나가 바로 트랜스미션이다. 엔진 파워는 정제되어 있는 반면 회전수를 올릴수록 야성미가 넘쳐난다. 트랜스미션이 이런 엔지니어링을 무디게 만들지 않고 그대로 뒤 타이어로 가져간다. 스로틀에는 언제나 팽팽한 긴장감이 함께하지만 라이더의 스로틀 조작만큼 정확하게, 아주 정확하게 의도대로만 뒷바퀴를 굴린다. 이런 점은 스즈키가 오랜 고집해 온 특성이자 아이덴티티가 됐다. 과거 캬뷰레터나 스로틀 와이어를 사용했던 느낌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가장 놀라운 점이었다. 퍼포먼스를 위해 디지털을 활용했지만 느낌은 아날로그다. 이런 점이 스즈키를 더욱 사랑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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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에서 이미 100km/h를 넘는 파워는 시종일관 부담이 적다. 매 순간마다 나오는 토크가 탐스럽긴 하지만 앞서 말했듯 조련된 호랑이처럼 원하는 시점에만 정확히 움직이기 때문이다. 2단, 3단을 넘어서면 이미 상식선의 속도를 벗어나려한다. 놀라운 건 6단 톱 기어에서도 아이들링부터 토크가 남다르다는 것이다. 1.500rpm에서도 가속에 문제가 없으며 정체 구간에서도 마치 오토매틱 바이크처럼 움직일 수 있다. 언제든 낼 수 있는 토크를 손에 쥐고 있다는 여유가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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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가는 코너링에서 나온다. 섀시 밸런스를 맞추는 데 중점두었다는 개발진의 설명을 확인해 볼 시간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차체에 앉았을 때 질량감이 무척 아래에 깔려있는데다 무게도 가볍고 시트가 낮아 안심감이 크다는 점이다. 마치 힘좋은 250cc 정도의 바이크에 앉은 기분 정도다. 좌우로 흔들어도 ‘부담없다’는 느낌은 그대로다. 자동차 시승기에서도 흔히 쓰는 포켓 로켓이라는 표현을 여기에다 적용해도 이해하기 쉽겠다. 작고 단단한데 정말 잘나가는 데다 말도 잘 듣는다. 귀엽고 깜찍한데다 일도 똑 부러지게 잘하는 싹싹한 며느리 같은 기분이다. 순종적인데 퍼포먼스는 끝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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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km/h 이하 낮은 속도에서의 코너링은 의외로 묵직하다. 묵직하다는 표현보다는 날티나지 않는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핸들이 가벼워 저속에서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 않을까 싶었는데 정제되어있는 움직임을 보여줬다. 시속 100km/h 전후의 속도에서의 코너링은 부드러움 그 자체다. 승차감도 푹신하고 여유 있지만 하드 브레이킹을 해도 낭창거리지 않고 끝까지 트랙션을 물고 늘어질 수 있다. 스로틀을 개방하는 순간 울컥하는 느낌을 리어 서스에서 다 흡수해주는데다 풀 가속해도 앞/뒤 서스는 꽤 안정적이다. 슈퍼바이크와 비슷한 감각이지만 아직 스트로크에 여유가 약간 남은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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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식적인 속도에서 긴 커브를 만나면 확실히 주행 횡풍이 부담스럽긴 하다. 서스펜션은 슈퍼바이크의 단단함과는 다른 세팅이라 200km/h 이상 고속으로 갈수록 앞 바퀴 접지감에 신경이 쓰이기 시작한다. 결론은 가장 즐거운 영역대가 ‘중간 영역’임을 확인했다는 것. 근데 그 중간 영역이라는 부분이 아주 넓다. 위에 설명했듯 제로부터 시속 180km/h까지 중간영역이다. 데이터상 299km/h도 가능한 엔진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을 거다. 저/중속에서 가지고 노는 스트리트파이터 콘셉트의 영역이라고 보면 이 바이크는 비교적 활용성이 넓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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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는 답력에 있어 약간 아쉬운 면을 지울 수 없다. 브렘보 브레이크에 ABS를 물린 시스템이지만 마스터실린더의 세팅은 단단한 것 보다는 유연함 위주다. 신경질적이지 않은 것은 좋지만 솔직한 순간 토크대비 제동 초기 답력이 무디다. 만약 소유하게 된다면 마스터실린더를 교체하거나 브레이크 액 점도를 높여 만족감을 더 높이고 싶다. 이는 앞/뒤 브레이크 모두 비슷한 성향이다. 하지만 절대 제동력 한계치는 충분히 높다. 같은 스펙의 다른 브레이크 시스템과 비교하면 같은 위치에 멈춰 설 수는 있지만 그 때까지의 과정이 다소 다르다는 의미다. 이 부분은 그간 회자되어 온 스즈키 특유의 느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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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계 트랙션 컨트롤은 아예 꺼 둘수도 있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못 느꼈다. 스턴트 라이딩이 아니라면 1단계를 추천한다. 3단계를 써보니 코너링을 시작 하는 순간부터 빠져나올 때까지 계속 트랙션 컨트롤 램프가 깜빡이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 접지력이 좀 떨어지나보다’라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3단계는 라이더 혹은 노면 컨티션이 안 좋을 때나 쓰면 될 것 같다. 작동시 위화감은 전혀 없고 언제 개입했는지 조차 알기 어렵다. 과신하지 않고 일종의 작은 보험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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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 구간, 와인딩 구간, 고속 주행 구간에서 GSX-S1000을 하루 종일 시승했지만 최근 10년 전후로 시승한 4기통 바이크 중 가장 만족감이 큰 모델 중 하나였다. 비슷한 콘셉트의 스트리트 파이터들과 비교해도 특성이 분명하다. 엔진은 낼 수 있는 파워 안에서 최대한 한 솔직하게, 섀시는 포용력 넓게 만든 점이 무척 스즈키답다. 상품성을 올리기 위해 전자장비를 더 넣어 가격을 올리지도 않았고 디자인이나 여타 다른부분에서 포장을 그럴싸하게 덮지도 않았다.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순수한 스트리트 파이터다운 결과를 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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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초반 슈퍼스포츠 붐 이래 스즈키가 최근 그래왔듯 이 모델 또한 오랜 시간 체인지 없이 꾸준히 판매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런 성향 때문인지 자극적이기 보다는 오래 함께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 내놓아 온 것도 사실이다. 어드벤처 V-STROM이 그랬고 스쿠터 버그만 시리즈도 그랬다. 기술력의 최전선에 서 있는 슈퍼바이크 GSX-R1000도 이 성향만큼은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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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스트리트 파이터가 전 세계에서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확실한건 ‘희대의 이슈’나 ‘세기의 폭풍’같은 한 시즌 반짝 모델이 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이 모델은 10년 후에도 꾸준히 혈기왕성한 친구들에게 선택되고 완숙미를 원하는 베테랑들에게도 지속적으로 사랑받을 운명이라는 얘기다. 그만큼 기계적 완성도가 높다. 다만 화려하지 않을 뿐이다. 포장이 그럴싸한 바이크를 뜯어보고 금방 잊어버릴 바에야 내실이 분명한 이런 바이크가 훨씬 감동 깊다. 오랜만에 진국을 맛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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