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물든 푸른 스트리트 파이터, 스즈키 GSX-S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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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 GSX-S1000은 스트리트 파이터다. 사실 몇 달 전 첫 시승을 했을 때는 스트리트 파이터 이미지에 어울리기 보다는 모델 자체 성능을 알아보기 위해 레이싱 슈트를 입고 시승했다. 과연 이 복장이 네이키드 바이크와 어울릴까 싶기도 했지만 아무튼 성능 테스트를 해야 했고, 성능을 알아보려면 안전에 대해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 1년간 시간에 구속받지 않게 긴 기간을 마음껏 탈 수 있게 됐다. 그래서 생각했다. 좀 더 스트리트 파이터답게 즐기는 건 어떨까? 푸른 컬러가 입혀진 이 바이크는 사실잿빛 도심 가운데에서 무척 튄다. 엔진음도 웅장해 존재감 하나로는 덩치 큰 스포츠카 못지않다.
하지만 이 녀석이 그렇게 화려해보이지 않는 이유는 라이더의 행색이 단출하기 때문이다. 이런 네이키드 바이크 타입은, 일상복과 비슷한 프로텍터 진이나, 흔한 가죽 글러브, 그리고 안전상 최소한의 프로텍터만 남긴 라이딩 슈즈를 착용하는 편이 잘 어울린다. 사실 기자는 무채색을 좋아한다. 화려한 블루 컬러의 바이크로 이미 존재감은 충분하다. 어딜 가도 ‘나 바이크 타는 남자야!’하는 이미지는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오랜만에 시동을 걸고 거리로 나서니, 지난달에 탔던 GSX-S1000F와는 느낌이 또 다르다. 가장 큰 차이점은 핸들링이다. 짧은 턴하기에도 무척 부담이 적고 한결 움직임이 가볍다. 또 한 가지는 라이더의 시선에서 비롯되는 넓은 개방감. 이것 때문에 네이키드 바이크를 선호하는 사람이 많다. 도심도 주 무대중 하나인 스트리트 파이터는 시야가 넓을수록 즐기기 좋다. 타 차량으로부터 방어운전하기도 유리하다.
호쾌한 엔진 회전특성은 이 바이크만의 장기다. 1,000cc에 가까운 배기량이지만 슈퍼바이크 엔진을 디튠한 만큼 아주 가볍게 돈다. 개중에서는 롱스트로크 엔진이라고 하지만 아무튼 피스톤은 아주 가볍게 쿵쾅댄다. 핸들바에 힘을 완전히 빼고, 허벅지로 단단히 연료 탱크를 쥔 뒤, 스로틀을 확 감아 젖히며 가속감을 만끽하는 재미! 저속부터 토크가 밀어주기 때문에 꼭 고회전으로 돌리지 않아도 되긴 하지만, 뻥 뚫린 길에서는 이따금씩 스로틀을 끝까지 감으며 가속G를 즐기고 있다. 이런 점이 리터급의 특권이라면 특권이니까.
한동안 2기통 바이크만 탔더니 진공청소기처럼 저 앞에서 빨아들이는 듯 가속하는 파워가 참 재미지다. 과거 2스트로크 바이크를 처음 탔을 때처럼 신이 난다. GSX는 무게가 가볍다. 200킬로그램 주변이긴 한데 발만 떼면 무척 날렵하게 움직인다. 4기통 엔진을 감싸 안는 트윈스파 프레임 때문에 허벅지로 움켜쥘 차체 부피가 큰 것은 아쉽다. 그런데 묵직함 보다는 가볍고 단단한 느낌이 드는 프레임이 꽤 부담을 줄여준다.
바이크 타면서 시선을 끌기는 싫어하는 타입이다. 우리나라에서 모터사이클을 탄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볼 것 뻔한데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즐기고 싶은 생각이다. 모터사이클을 오래 타다보면 그런 생각이 강해지기 마련이다. 도심에서 이 바이크를 즐기고 싶어서 일상에 가까이 닿아있는 공간을 다녔다. 이를테면 광화문, 강남, 홍대앞 한복판으로.
교보문고 강남점은 자주 들르는 장소다. 집에서 가깝기도 하고 넓고 쾌적하다. 오래전부터 애용한 탓에 멤버쉽 포인트도 꽤 쌓여있다. 가끔 바이크를 타고 가긴 하지만 가능하면 자동차나 스쿠터를 이용한다. 흥얼거리며 스포츠 바이클 타고 구경만 하러 간다는 심정으로 나갔다가, 책을 한 무더기 사는 바람에 넣어갈 적재 공간이 없어 난감했던 적이 많기 때문이다. 이날만큼은 ‘아이쇼핑’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당연하지만 투지로 가득한 스트리트 파이터에 적재공간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날씨가 쌀쌀해진다고 하니 아쉬운 점이 많다. 페어링이 없는 이런 타입의 바이크는 겨울이 되면 자연스럽게 차고로 들어가거나 지하주차장에서 겨울잠을 잔다. 시원한 가을 바람쐬며 더 즐기고 싶은 짜릿한 바이크이지만 이제 탈 시간이 많지 않다. 나름대로 방한대책을 마련해야겠다. 스타일을 포기하고 팔목까지 덮어주는 핸들 워머를 장착할지도 고민이다. 보는 사람마다 웃을지도 모르지만, 그렇게라도 타고 싶은 욕구가 솟는 바이크인건 맞다.
글/사진 임성진 기자
제공 라이드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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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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