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물든 푸른 스트리트 파이터, 스즈키 GSX-S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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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라이드매거진
댓글 0건 조회 547회 작성일 15-11-23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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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 GSX-S1000은 스트리트 파이터다. 사실 몇 달 전 첫 시승을 했을 때는 스트리트 파이터 이미지에 어울리기 보다는 모델 자체 성능을 알아보기 위해 레이싱 슈트를 입고 시승했다. 과연 이 복장이 네이키드 바이크와 어울릴까 싶기도 했지만 아무튼 성능 테스트를 해야 했고, 성능을 알아보려면 안전에 대해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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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제 1년간 시간에 구속받지 않게 긴 기간을 마음껏 탈 수 있게 됐다. 그래서 생각했다. 좀 더 스트리트 파이터답게 즐기는 건 어떨까? 푸른 컬러가 입혀진 이 바이크는 사실잿빛 도심 가운데에서 무척 튄다. 엔진음도 웅장해 존재감 하나로는 덩치 큰 스포츠카 못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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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녀석이 그렇게 화려해보이지 않는 이유는 라이더의 행색이 단출하기 때문이다. 이런 네이키드 바이크 타입은, 일상복과 비슷한 프로텍터 진이나, 흔한 가죽 글러브, 그리고 안전상 최소한의 프로텍터만 남긴 라이딩 슈즈를 착용하는 편이 잘 어울린다. 사실 기자는 무채색을 좋아한다. 화려한 블루 컬러의 바이크로 이미 존재감은 충분하다. 어딜 가도 ‘나 바이크 타는 남자야!’하는 이미지는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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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시동을 걸고 거리로 나서니, 지난달에 탔던 GSX-S1000F와는 느낌이 또 다르다. 가장 큰 차이점은 핸들링이다. 짧은 턴하기에도 무척 부담이 적고 한결 움직임이 가볍다. 또 한 가지는 라이더의 시선에서 비롯되는 넓은 개방감. 이것 때문에 네이키드 바이크를 선호하는 사람이 많다. 도심도 주 무대중 하나인 스트리트 파이터는 시야가 넓을수록 즐기기 좋다. 타 차량으로부터 방어운전하기도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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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쾌한 엔진 회전특성은 이 바이크만의 장기다. 1,000cc에 가까운 배기량이지만 슈퍼바이크 엔진을 디튠한 만큼 아주 가볍게 돈다. 개중에서는 롱스트로크 엔진이라고 하지만 아무튼 피스톤은 아주 가볍게 쿵쾅댄다. 핸들바에 힘을 완전히 빼고, 허벅지로 단단히 연료 탱크를 쥔 뒤, 스로틀을 확 감아 젖히며 가속감을 만끽하는 재미! 저속부터 토크가 밀어주기 때문에 꼭 고회전으로 돌리지 않아도 되긴 하지만, 뻥 뚫린 길에서는 이따금씩 스로틀을 끝까지 감으며 가속G를 즐기고 있다. 이런 점이 리터급의 특권이라면 특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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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2기통 바이크만 탔더니 진공청소기처럼 저 앞에서 빨아들이는 듯 가속하는 파워가 참 재미지다. 과거 2스트로크 바이크를 처음 탔을 때처럼 신이 난다. GSX는 무게가 가볍다. 200킬로그램 주변이긴 한데 발만 떼면 무척 날렵하게 움직인다. 4기통 엔진을 감싸 안는 트윈스파 프레임 때문에 허벅지로 움켜쥘 차체 부피가 큰 것은 아쉽다. 그런데 묵직함 보다는 가볍고 단단한 느낌이 드는 프레임이 꽤 부담을 줄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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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크 타면서 시선을 끌기는 싫어하는 타입이다. 우리나라에서 모터사이클을 탄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볼 것 뻔한데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즐기고 싶은 생각이다. 모터사이클을 오래 타다보면 그런 생각이 강해지기 마련이다. 도심에서 이 바이크를 즐기고 싶어서 일상에 가까이 닿아있는 공간을 다녔다. 이를테면 광화문, 강남, 홍대앞 한복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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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 강남점은 자주 들르는 장소다. 집에서 가깝기도 하고 넓고 쾌적하다. 오래전부터 애용한 탓에 멤버쉽 포인트도 꽤 쌓여있다. 가끔 바이크를 타고 가긴 하지만 가능하면 자동차나 스쿠터를 이용한다. 흥얼거리며 스포츠 바이클 타고 구경만 하러 간다는 심정으로 나갔다가, 책을 한 무더기 사는 바람에 넣어갈 적재 공간이 없어 난감했던 적이 많기 때문이다. 이날만큼은 ‘아이쇼핑’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당연하지만 투지로 가득한 스트리트 파이터에 적재공간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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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쌀쌀해진다고 하니 아쉬운 점이 많다. 페어링이 없는 이런 타입의 바이크는 겨울이 되면 자연스럽게 차고로 들어가거나 지하주차장에서 겨울잠을 잔다. 시원한 가을 바람쐬며 더 즐기고 싶은 짜릿한 바이크이지만 이제 탈 시간이 많지 않다. 나름대로 방한대책을 마련해야겠다. 스타일을 포기하고 팔목까지 덮어주는 핸들 워머를 장착할지도 고민이다. 보는 사람마다 웃을지도 모르지만, 그렇게라도 타고 싶은 욕구가 솟는 바이크인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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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임성진 기자

제공 라이드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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