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바이크에 있어서 핸들링이란,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소다. 우리가 스포츠 라이딩을 즐기는 이유는 바로 핸들링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하는 방향으로 요리조리 코스를 베어 나가는 기분은 스포츠 라이딩의 가장 큰 쾌감이다.

스즈키는 S1000을 두고 스포츠 바이크를 스트리트에서 즐길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한다. GSX-R이 바짝 엎드리고 전방을 응시해야만 하는 스파르타식 스포츠 바이크라면, S1000은 좀 더 여유있는 마음으로 스포츠 라이딩을 즐길 수 있는 설정이다.

스즈키 개발진은 S1000을 두고 대부분 생각하는 스트리트 파이터에 대한 이미지, 즉 화려하고 공격적인 외형적인 모습이 아닌 내재된 짜릿함, 즐거움을 드러내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외형적으로 신경쓰기보다 엔진이나 핸들링의 쾌감을 높이는데 주력했다는 뜻.

섀시 담당자의 말을 빌리면 S1000 개발의 모토는 손쉽고 날카로운 핸들링이었다고 한다. 비록 1리터급 직렬 4기통의 대형 엔진을 장착한 바이크이긴 하지만 핸들링하는데 있어서는 그런 것이 전혀 거슬리지 않도록 신중하게 차대 작업을 진행했다고 한다.

섀시 디자이너 역시 핸들링이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며, 이를 위해 GSX-R의 구성품을 모두 다 재설계해야 했다. 핸들링은 섀시 뿐 아니라 라이딩 포지션도 큰 영향을 준다. 라이더가 완전히 하체를 밀착할 수 있어야 상체가 쓸데없이 핸들링 성향을 방해하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스타일 디자이너는 니그립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2기통 엔진을 담은 아담한 섀시와 달리, 전형적인 일제 스타일의 4기통 엔진과 그를 감싸는 항아리 같은 섀시까지 더해지면 폭이 상당히 늘어난다. 그렇게 되면 자연히 차체와의 일체감과는 멀어지게 될 수 있다.

무릎이 닿는 위치, 그리고 홀딩할 수 있도록 힘이 가해지는 위치를 고려함은 물론 시트 디자인 또한 양 옆으로 미끄러지는 순간에는 방해가 없이, 대신 앞 뒤로의 움직임은 단단히 고정해 오로지 하체에는 신경 쓸 일이 없도록 플라스틱 파츠나 시트의 재질감 등을 고안하는 데 애썼다.

핸들링 특성에 기본이 되는 레이크 각은 25도다. 이 각이 늘면 늘수록 직립성이 좋고 고속에서 달리기 좋도록 안정성이 높아진다. 반대로 각도를 줄이면 그만큼 핸들링이 민첩해지고 반응도 섬세해진다. 이 두 가지 영역을 잘 조절하는 것이 핸들링 특성으로 이어진다.

노면과 밀착되어야 하는 타이어 특성도 매우 중요하다. 타이어는 던롭 D214 제품으로 스포츠 라이딩에 최적화 되어 있다. 특히 가운데에는 제로각(0도) 벨트를 횡으로 감아놓았다. 이는 좁은 레이크로 자칫 불안정해 질 수 있는 고속 영역에서 안정감을 보완한 것이다. 또한 던롭 관계자는 이 벨트를 적용한 경우, 노면에서 올라오는 필링이 라이더에게 잘 전달되어 스포츠 라이딩에 적합하다고 했다.

주 무대는 일반 도로. 이런 바이크는 극저속으로 슬슬 달릴 때 (사람이 뛰는 속도 정도로) 부담 되지 않는 것이 목표다. 핸들을 완전히 끝까지 꺾어 선회하는 풀락 유턴시에도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면 베스트다. 보통의 4기통 엔진을 기반한 섀시의 경우 전반적으로 저속 핸들링의 경우 무딘 특성을 가지고 있는 반면 S1000은 어떤지 직접 경험해보고자 했다.

공터에서 핸들을 끝까지 꺾은 상태로 1단을 넣고 스로틀 조작없이 선회할 때 어떤 느낌인가를 알아보기 위해 직접 해봤다. 아이들링 토크가 높은 덕에 스로틀 조작없이 회전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풀락 상태로 핸들 조작이 더 이상 되지 않는 상황에서라면 서스펜션이나 섀시가 잔 진동을 잘 흡수해줘야 라이더는 평화롭게 뱅글뱅글 돌 수 있다.

결과는 만족스럽다. 8자를 돌며 반대편으로도 시도해 보는데 훌쩍 넘어가 놀랄만큼 예리하다. 저속이 될수록 더 예리하게 반응하는데, 놀라운 건 이때도 오버스티어 경향이 없고 중립적 반응으로 라이더의 지시를 기다려준다는 점.

핸들 포지션은 일반적인 한국인 남성이라면 핸들이 몸으로부터 약간 멀 수 있다. 과거 유행했던 스탠다드 네이키드보다는 스트리트 파이터란 장르로 상체를 슬쩍 수그리고 가속력에 맞대응하는 포지션을 그렸기 때문이다. 렌탈 핸들 가운데를 보면 눈금자가 있어 슬쩍 앞 뒤 방향으로 핸들 각을 조절할 수는 있다. 기자 역시 약간 몸 쪽으로 핸들 위치를 조정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작고 단단한 이미지의 S1000은 예전 시승기에도 언급했지만 일상영역에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즐길 수 있도록 고안된 설계다. 강한 힘을 가진 엔진을 내 맘대로 휘두르는 재미야 말로 개발진이 처음부터 끝까지 목표한 바라고 한다.

다음 달에는 트랙에 가서 S1000을 진하게 즐겨볼 생각이다. 스즈키가 인제 스피디움에서 대형 레이스 이벤트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스즈키 오너들을 대상으로 약 두 시간여의 트랙 주행 기회를 준다. 그 사이에서 기자도 함께 하기로 했다.

오랜 고민 끝에 스즈키가 드디어 방향을 제대로 잡은 것 같다. 현실적으로 납득가능하면서도 짜릿한 스포츠 바이크를 떠올릴 때 스즈키가 연상될 수 있도록 있도록 하는 브랜딩 작업 중이다. GSX-S1000이라면 그 가운데 설 자격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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