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그래도 울프300CR이 소중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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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M 울프300CR을 평소 출퇴근이나 투어용으로 바이크 라이프에 적극 활용해왔던 것은 아무래도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뭐든 부담이 없어야 쉽게 접근하고 써먹을 수 있다. 그런데 이 ‘부담 없다’는 표현이 나오기까지는 상당히 다양한 조건에 만족해야만 한다. 의외로 까다로운 조건이다.
일단 출퇴근 용도로 쓰기에 ‘부담이 없다’라면, 무게가 가볍고 다루기가 쉬워야 한다. 아무리 좁은 길이나 공간도 휙휙 마음대로 이리저리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참 까다로운 것이, 무작정 무게만 가볍다고 될 일도 아니다. 서스펜션도 잘 움직여 줘야 하고, 엔진도 부드러워서 다루기 까다롭지 않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브레이크가 원하는 때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 아무래도 바이크를 타고 글을 써야 하는 직업 특성상 브레이크 작동성에 대한 만족도도 상당히 민감하고 까다롭다. 게다가 마지막 한 가지가 가장 중요하다. 유지 관리비가 만족스러워야 한다. 즉, 연비가 납득할 수준만큼 높아야 한다. 매일 타는 바이크인데 연비가 안 좋다면 아무리 타는 것이 편하고 재미있어도 소용없다.
일단 출퇴근용 바이크로써 만족도를 울프에 반영해보면, 대체로 높은 점수다. 일단 배기량이 300cc 언저리다. 게다가 단기통 엔진이다. 무게가 가벼울 수밖에 없고, 다기통보다 훨씬 가볍게 핸들링할 수 있다. 이것은 구조적으로 당연한 결과다. 딱히 울프라서 좋다는 것은 아니다.
서스펜션도 사실 뛰어나게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럭저럭 쓸 만한 수준이다. 단단하기는 하지만, 그만큼 쭉쭉 가속해 나갈 때 불안감이 덜하다. 시내에서야 고속으로 달릴 일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 몰라도 이 정도면 괜찮다고 느꼈다. 일단 피로감은 느끼지 못했으니까 합격.
브레이크 성능은 꽤 괜찮다. 메쉬 호스가 마스터실린더부터 캘리퍼까지 연결돼 있다. 그리고 저배기량 클래식 스타일 바이크치고 만족스러운 것은 래디얼마운트 캘리퍼다. 이 덕에 조작감이 꽤 직관적이다. 대단히 정확하게 움직이지는 않지만 이 정도 감각이라면 준 스포츠 바이크정도는 된다. 원할 때 슬쩍 레버를 움직여도 상당히 섬세하게 반응한다.
그다음은 연비. 매번 교통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정확하게 잴 수는 없지만 리터당 20킬로미터 이상을 종종 기록한다. 100퍼센트 출퇴근길인 데다 서울 시내에서 이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울프를 타기 전에 그 연비 좋다는 125cc급 스쿠터로 같은 구간을 타도 리터당 30킬로미터 대였다. 적어도 스쿠터보다는 훨씬 재미있게 타기 때문에 나름 위안 삼을 만하다.
이런저런 이유로 시내에서 타기는 나쁘지 않다. 라이딩포지션도 힘들지 않고, 세워놓고 보기에도 예쁘다. 카페 레이서가 컨셉이니 만큼 당연히 충족해야 하는 것이라 할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꽤 까탈스러운 시승 기자 입장의 시선으로도 합격점을 줄 만하다.
다음으로는 투어용으로 쓸 때다. 투어는 역시 오랜 시간을 주행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크다. 바이크에 따라서 오랜 시간의 주행이 즐거울 수도, 지루할 수도 있고, 혹은 편안하거나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 그렇게 될 만한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일단은 오랜 시간 비슷한 속도로 달리려면 엔진의 진동도 문제가 된다. 특히 울프같은 단기통 엔진이라면 그럴 여지가 크다. 서스펜션은 고속주행이라면 단단한 편이 좋다. 그리고 엔진파워가 최소한 스트레스 받을 만큼 작다면 투어링용으로는 불합격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레저용 바이크로도 아주 쓸 만하다는 것. 증거로 얼마 전 리터급 스포츠 바이크들과 함께 하는 고속 투어링도 멀쩡히 다녀온 이력이 있다. 배기량을 극복하고 한번 따라 나가 보자는 심정으로 출발했는데, 결과적으로는 문제없이 주말을 잘 보내고 왔다. 물론 엔진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것이다.
스로틀을 끝까지 열어 달린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4기통 엔진 400cc 바이크로 GP레이서라도 된 듯 스로틀을 쥐어짜며 전국을 누볐던 기억이 나기도 했다. 그만큼 저배기량 바이크로 달리는 일은 꽤 재밌다. 리터급이나 오버리터급 투어링바이크의 여유로움과는 또 다른 즐거움이 분명히 있다. 최고속도도 충분히 나와준다. 300cc 클래스면, 아까 말했던 스트레스 받을 만큼 작은 엔진이 아니다.
겨울이 됐지만 울프는 여전히 여러모로 활용하기 좋은 바이크다. 비오는 날이면 ABS가 없는 것이 조금 안타깝기는 하지만, 우리가 언제 ABS없다고 바이크 못 탔나? 그런 마음으로 달리고 있다.
겨울에는 바이크 관리도 중요하다. 일단 냉각수가 얼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과거에 한 번쯤 냉각수를 점검하지 않고 영하 온도로 내려간 탓에 냉각수 탱크가 팽창해 깨진 적이 있다. 수리는 물론 점검 한 번 하면 될 것을 큰 손해로 끌고 간 스스로가 원망스러웠다.
내 울프의 냉각수 점검 창은 엔진 왼편으로 있는데, 현재 LOW에 가깝게 있지만 결빙방지 냉각수가 제대로 들어가 있다. 일단은 안심이다.
엔진 오일양도 수시로 점검한다. 투어링을 떠나면 한계성능을 뽑아내며 달리기 때문이다. 타이어는 기본 장착된 제품도 나쁘지 않다. 일상에서 데일리 바이크로도 사용하기 때문에 무턱대고 하이그립 타이어를 장착하는 것도 능사가 아니다.
더욱이 온도가 잘 맞아야 그립이 나오는 종류라면 더 그렇다. 겨울은 오히려 무난한 성격의 스트리트 타이어가 마음 편하다. 차가운 노면을 생각하며 라이딩 페이스를 조금 낮추는 편이 낫다.
겨울이라면 바이크 관리보다 더 중요한 것이 라이더의 체온 관리다. 그래서 많은 제품을 온몸에 둘렀다. 일단은 열선 제품이 주를 이루기에 울프의 배터리를 이용하기로 했다.
일단 달리는 동안은 안정적으로 충분한 타이어를 공급할 수 있다. 과거에 유로바이크에서 OEM공급했던 열선 조끼가 메인이고, 거기에 연결된 어댑터를 통해서 거빙스 제품인 열선 글러브와 연동했다.
하체는 차가운 주행풍을 거뜬히 이길 수 있는 오버 팬츠로 겨울을 대비했다. 오버 팬츠란 바지 위로 덧대어 입으면 앞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차단해주며 체온을 유지하기 좋은 라이딩 기어다. 벨크로로 붙였다 떼기 편하며 기능성 소재로 만들어져 열선 없이도 간편하게 방한용으로 쓰기 좋다. 매번 라이딩 팬츠로 갈아입을 필요가 없어 평소 복장을 해치지 않아서 출퇴근용 라이딩 기어로 애용하고 있다.
총 적산거리는 3,188km다. 이제 1년이 다 되어 가는 것 치고는 적은 킬로수다. 기상청 보도에 따르면, 올겨울은 유난히 추울 것이라고 한다. 이제 봄과 가을은 점점 더 짧아지고 무더운 여름과 한파의 겨울만 남을 것 같다. 라이더로서 걱정이다. 짧디짧은 비키니카울만 달아놓은 울프300과의 겨울 동거는 그래도 계속된다.
글
임성진 기자 jin)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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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드매거진(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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